포스터=살아남은 아이

중, 고등학생을 두고 있는 부모라면 꼭 봐야 할 영화 <살아남은 아이>를 보았다. 우리 주변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차분하게 또는 격정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잘 그려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정말 끔찍한 일이지만 내가 이 상황이었다면 나는 어땠을까? 를 생각해보았다. 18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여야하는 부모의 심정, 상상이 가지 않는다.

아무리 영웅이 돼서 돌아온다고 해도 그에 따른 엄청난 보상금이 지급된다고 해도 그런 상황이 내가 겪게 되질 않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살아남은 아이>는 친구들과 산으로 놀러간 아들 은찬이가 목숨을 잃는다. 그것도 친구 기현을 구하고 정작 본인은 물에 빠져 죽고 의사자 의인으로 훈장 달고 온다.

그의 부모인 성철과 미숙은 이런 상황이 도무지 받아들여지질 않고 매일 무거운 분위기가 집안 전체를 뒤덮고 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 그러다 성철은 아들이 목숨을 걸고 구한 기현을 찾아간다. 중국집 앞에서 배달하는 기현과 마주친다.

그를 금방 알아보고 주춤 물러서는 기현, 나로 인해 죽은 친구의 아버지 방문이 썩 내키지 않은 기현은 얘기 좀 하자는 성철을 밀어내려하지만 성철은 대화를 끌어내는데 성공한다. 여전히 까칠한 기현은 나가는 말이 곱지 않다. 하지만 성철은 부모 없이 혼자 사는 기현에게 연민을 느껴 본인이 운영하는 인테리어 사무실에서 도배일을 같이하자고 제안을 한다.

매달 방세와 생활비가 아쉬운 기현은 껄끄럽지만 성철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슬픔에 빠져있던 성철과 미숙은 기현을 통해 상실감을 견뎌내고, 기댈 곳 없던 기현 역시 성철과 미숙에게 마음을 열면서 서로를 알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기현의 예상치 못한 고백에 세 사람의 관계를 뒤흔들면서 영화는 정점으로 치닫게 된다.

첫 장편 연출작 신동석 감독은 강렬한 스토리에 묵직한 메시지를 담아내는 섬세하고 힘 있는 연출자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출신 감독이다. 그는 죽음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삶의 도처에 일상처럼 존재하니까. 하지만 주변에서 죽음을 경험하기 전까지는 죽음이 항상 자신을 비켜난 예외적인 것으로, 남의 일로만 여겨진다.

스틸=살아남은 아이

아픔이 있은 후에야, 어떻게 감정을 추스를 수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을 때가 돼서야, 이전에 죽음을 경험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관심을 가지게 되는 거고 저 역시 그랬던 것 같다. 책과 영화에서 사별과 애도에 관한 작품을 보고 읽는 것만으로 큰 위안을 얻을 때가 많다.

<살아남은 아이>를 쓰기 전에 한 세 번 정도 주인공의 가족 중 누군가가 죽은 이후에 시작되는 이야기를 썼었다. 어둡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일부러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지 않듯이 어둡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일부러 짓고 싶은 사람 역시 없을 것이다. 왜 자꾸 이런 이야기들을 쓰게 되는 걸까 스스로를 나무라며, 저항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렇게 마주치기 싫은 사람을 피해 외진 골목길로만 다니다 만난 이야기가 <살아남은 아이>였다. 브레히트가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란 시에서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라고 말한 문구는 제 가슴을 깊이 울렸다. 죽음 앞에서 살아남은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마음 덕분에 사람은 인간적인 존재일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사람이 그나마 윤리적인 태도를 유지하려 애쓰는 것은 애도의 감정 덕분일지도 모른다. 애도와 용서가 완전하거나, 완벽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사람들이 애쓰는 것이 아예 무의미한 일은 아닐 것이다. 부족한 공감 능력은 때로 상처를 덧나게 하기도 한다.

이 이야기가 공감의 힘을 전파하는 동시에 상처를 가진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며 이 영화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전했다. 영화 <살아남은 아이>는 세 명의 주인공 외에도 사건에 얽힌 인물들을 비롯해 학교 선생님들, 이웃 등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빠짐없이 각각의 서사를 지니도록 구축되어 극도의 현실감을 부여한다.

또한, 어느 한 인물이나 관계에 중심을 두지 않는 균형 잡힌 태도를 취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이는 결국 영화가 담아내고자 하는 위로와 애도, 그리고 용서와 윤리라는 주제에 관해 관객 스스로가 질문을 던지도록 만들어 보다 깊이 있는 여운을 남긴다. 가슴시리도록 아리고 아린 영화 <살아남은 아이>는 12세 이상 관람가에 123분 상영으로 오는 8월30일 개봉한다.

사진='살아남은 아이' 시사회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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