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창문너머 어렴풋이’(연출 강현욱)의 프레스콜이 28일 서울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열렸다. 배우 엄태형, 우지원, 김빛나, 나현우, 이민준, 이기웅, 박재한, 김민정, 김성수를 비롯해 창작진이 함께했다.

1970년대 후반 한국 록의 부활을 알린 산울림은 김창완, 김창훈(62), 김창익(1958~2008) 삼형제로 이뤄진 록밴드다. 1977년 데뷔해 록 발라드, 헤비메탈, 동요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실험적인 음악으로 인기를 누렸다.

'아니 벌써'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나 어떡해'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빨간 풍선' 등의 히트곡을 냈다. 

 

작품은 김창완의 음악을 재구성해 만들어진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창문너머 어렴풋이은 서울 봉천동 음악다방을 배경으로, 과거 혜성같이 등장했으나 불의의 사고로 모습을 감춘 천재 뮤지션 '창식'과 음악을 사랑하는 청춘 '종필' 일행의 성장 스토리를 담는다.

'종필' 역에 우지원과 나현우, '창식' 역에 엄태형과 박재한, '정화' 역에 이설과 김빛나, '호순' 역에 김민정과 박수야, '춘섭' 역에 최병철과 이민준, '필구' 역에 김성수와 이기웅이 출연한다.

작품 속에는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둘이서', '아니 벌써', '못 잊어', '너의 의미', '창문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가지 마오' '개구쟁이' 등 15곡의 음악이 담긴다.  

 

연출 강현욱은 "김창완 선생님의 음악을 재해석한 것이 아니라 '재현'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작품은 대한민국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김창완에게 보내는 헌정 뮤지컬로, 시간이 흘러도 바래지 않고 끊임없이 불려지고 사랑하는 음악이 생생한 라이브로 펼쳐진다. 무엇보다 '재해석'이 아닌 '재현'을 통해 김창완 음악의 순수한 사운드를 전한다. 

 

강현욱 연출은 "뮤지컬이 가지고 있는 '쇼잉(Showing)'과 김창완 선생님 음악이 갖고 있는 드라마적인 흐름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가사에 집중해 극 전체의 톤을 만들어가고자 했다. 이를 통해 젊은 관객도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가져오려 했다.

청춘들이 가지고 있는 깊거나 얕은 고민들을 김창완 음악에 버무려냈다"고 설명했다. 전상윤 예술감독은 "개인적으로 산울림의 열렬한 팬이기도 하고, 어렸을 때부터 음악적으로 큰 수혜를 받고 자랐다.

산울림 음악으로 뮤지컬을 만든다면 어떨까 생각을 많이 했었다. 오랫동안 생각했던 것을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도현 밴드' 출신으로 '김창훈과 블랙스톤즈'의 기타리스트이기도 한 유 감독은 자신도 작곡을 하지만, 김창완과 산울림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거나 깨닫지 못한 것을 한다고 들었다.

"멜로디는 동요 같은데 '어떻게 저런 가사가 나오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음악이 예상치 못하게 진행이 돼 '어색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또 그것도 아니죠."

 

유병열 음악감독은 "음악을 새롭게 해석하고 편곡하면 산울림만의 고유한 특징이 사라져버린다. 처음부터 음악에 손을 안 대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또 존중의 의미로 그대로 재현하려고 노력했다"며 설명했다.

이어서  "조금이라도 악기를 다뤄봤던 친구들 위주로 뽑으려 했다. 3개월간 개인 레슨 및 합주실을 렌탈해 혹독하게 훈련시켰다. 짧은 시간 안에 해야해서 쪽집게 과외로 포인트만 잡아 집중적으로 연습시켰다.

기타를 매고 자연스럽고 멋있는 포즈를 많이 강조했고, 일부러 배우들과 홍대 라이브 클럽에 공연을 많이 보러 다녔다"고 말했다. 

 

배우 박재한은 "시적인 가사가 많다. 예를 들어 '노모'라는 곡을 이어폰으로 들을 때 밝은 느낌의 어머니가 생각났는데, 막상 극을 분석하고 연습하다보니 슬픈 느낌, 다른 상황이 느껴지더라.

노래 가사의 중의성에 매력이 있다"고 작품의 매력 포인트를 밝혔다. 배우 나현우도 "산울림의 노래가 어떤 상황에 주어졌을 때 어떻게 다가오는지 다르다.

사랑에 빠졌을 때 '너의 의미'가 어떻게 들리는지, 헤어지고 나서 '그대 떠나는 날 비가 오는가'가 어떻게 들리는지 등, 산울림 음악이 뮤지컬과 만났을 때 새롭게 느껴지는게 가장 큰 힘"이라고 덧붙였다. 

 

배우 우지원은 "전작 뮤지컬 '오디션'에서 어쿠스틱 기타를 배워서 조금은 괜찮을까 싶었는데 이번에는 일렉기타여서 너무 달랐다. 병열 감독님이 한 시간동안 한숨을 열 번 넘게 쉬셨다.

집에서도 TV를 보면서 계속 기타를 만졌고, 정말 연습을 많이 했다"고 고충을 토로하며 " 아직 부족하지만 주변 분들이 믿어주셔서 자신있게 하고 있다. 막공을 목표로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창완의 동생이자 역시 산울림 출신인 김창훈(52)이 이끄는 밴드 '김창훈과 블랙스톤즈' 음반과 공연 제작 등을 맡아온 극단 써미튠즈가 제작사로 나섰다.

써미튠즈 관계자는 "김창완 선생님의 순수한 사운드를 재해석하는 것이 아닌 '재현'을 하고자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어 악기를 다룰 줄 모르는 배우들을 트레이닝하는 방식을 택했다"면서 "뮤지션이나 전문 밴드가 나오는 다른 뮤지컬들과 차별화된 부분"이라고 소개했다.

우지원, 나현우, 엄태형, 박재한, 김빛나, 이설 등 총 12명의 배우가 김창완의 순수한 사운드를 재현하는 뮤지컬 <창문너머 어렴풋이>는 11월 4일까지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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