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블루스에 맞춰 모든 걸 체념한 채 절규하는 목소리

사진= 박기영 쇼케이스

데뷔 20주년을 맞은 박기영의 정규 8집 ‘리:플레이’(Re:Play) 발매 기념 쇼케이스가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 엔터식스 한양대점 메두사홀에서 열렸다.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 박기영은 여전히 가녀리고 청순한 모습 그대로였다. 가녀린 체구에서 뿜어내는 폭발적인 가창력 역시 그대로였다. 하지만 보라색 헤어와, 몽환적인 무대로 음악적 변신을 보여줬다. 

박기영은 새 앨범의 선공개곡 '하이힛츠(High Hits)'에 이어 타이틀곡 '아이 개이브 유(I Gave You)'를 라이브로 선보였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무대 소화력으로 취재진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타이틀곡 '아이 개이브 유(I Gave You)'는 박기영이 새롭게 시도하는 일렉트로닉 장르의 곡으로, 박기영은 나른한 블루스에 맞춰 모든 걸 체념한 채 절규하는 듯한 목소리로 절망을 표현한다.

박기영은 블루스 신곡을 선보이게 된 이유로 "지친 한 사람이 아침이 밝아 올 때까지의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하고 있다. 한의 정서를 가진 블루스에 적합한 표현이 아닌가 생각해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전에 보여준 음악적 장르와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박기영은 "박기영 하면 어쿠스틱, 이게 정설처럼 있었는데, 그것을 파괴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사운드적인 변화가 크게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이번 앨범에는 무거운 베이스와 드럼, 목소리로만 완성한 첫 번째 트랙 '스톱(STOP)'이 귀를 사로잡는다. 박기영은 "가사가 센 곡"이라며 "구성이 독특해 팬들 역시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곡들이 포함한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사는 것을 그대로 비추고 싶었다고. 그는 "아름다운 어떤 옷을 입히지 않고, 분노와 고통, 우울, 괴로움, 기쁨과 환희까지도 있는 그대로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박기영의 정규 앨범 발표는 8년 만이다. 데뷔 20주년을 맞아 모처럼 내놓는 정규앨범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8년 만의 정규 앨범 발표에 대해 박기영은 "2010년 7집 앨범 작업을 했었다.

그 때 이미 디지털 음악시장으로 완전히 넘어간 시점이라 이 앨범을 내고 나서 다시 정규 앨범 작업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박기영은 "결혼 이후 나에게 많은 일들이 일어났는데 큰 공백이 생기고 사실상 뮤지션으로서의 삶이 중지됐었다. 그 때 당시로는 다시는 음반 활동이나 무대 활동을 하지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굳게 들었다.

음악 하는 것처럼 육아에 집중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는 크고 나만의 시간이 생기면서 내 안에 움틀거리고 있던 본질의 내 모습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박기영은 "무대 활동은 했지만 앨범 활동은 안 했기 때문에 박기영이라는 이름으로 앨범 내기까지 많이 망설였다. 그러다 사계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면서 용기를 내게 됐고, 음반 시장의 동향도 보게 됐다.

이제는 들어주길 바라면서 음반 내는 게 아니라, 어차피 다 듣지 못할테니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때가 아닌가 생각했다. 그렇게 하나씩 해놓은 결과물이 쌓이기까지 시간이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진 평론가는 박기영의 쇼케이스 사회자로 나서, 박기영의 변화된 음악을 극찬했다. 김경진은 박기영의 타이틀곡 ‘아이 개이브 유(I gave you)’를 듣고 “저는 이 곡을 처음 듣고 놀랐다.

그간 했던 여러 요소, 입었던 옷을 벗어던졌다라고 느낀다. 이러한 변화는 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변화가 가져올 미성숙함이 동반될 수 있는데 놀랍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기영의 환골탈태라고 해야 하나, 한 단계 진화 됐다고 생각한다. 이런 스타일의 곡을 대중에게 내밀기가 쉽지 않지만 본인의 모습을 드러낸 게 강점인 것 같다.

두 세 번 들어보면 멜로디를 흥얼거리게 된다”며 극찬했다. 신보 수록곡 ‘Going Home’은 위안부로 끌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쓰러진 소녀들을 위한 곡이다. 이날 박기영은 “위안부할머니에 대한 것들은 워낙 큰 사회적 이슈다.

꼭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것은 아니다.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곡을 들었을 때 보듬고, 아름다운 시적인 이야기는 있지만 그들이 소녀일 때 끌려가서 집에 가고 싶고,

엄마가 보고 싶은 환경에 있으면서 정신을 못차리도록 지옥 같은 삶을 경험하면서도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그 시점(은 없었다)”라며 무거운 입을 뗐다. 

이어 “히로시마 원자폭탄 터지고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나지 않았나. 증거를 없애기 위해 처참히 살해됐다고 들었다. 계속 밝히려고 했지만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고, 그분들을 위해 다 해야 한다.

저는 딸이 있고, 엄마고 여자다. 1인칭으로 대입해 들어가 봤는데 제 정신으로 살 수 없을 것 같더라. 소녀를 대변한 노래는 없었다. 그 옛날 꽃 같았던 너를 어떻게 했나. 질문을 던진다. 그것에 대한 대답은 각자 얻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6시 발매되는 박기영의 정규 8집 ‘Re play’에는 타이틀곡 ‘아이 개이브 유’(I gave you)를 포함해 선공개곡 ‘하이히츠’(High Hits), ‘STOP’ ‘Rain Rain Rain’ ‘Going Home’ ‘I Have a Dream’ ‘상처받지 마’ 등

신곡 7곡과 ‘사계 프로젝트’를 통해 발표한 싱글 중 ‘거짓말’, ‘걸음 걸음’, 스모키(Smokie) 윈곡의 ‘If You Think You Know How To Love Me’ 커버 까지 총 10곡이 담겼다.

박기영은 오는 26, 27일 양일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정규 8집 발표와 20주년을 기념하는 단독 콘서트 '리:플레이(Re:play)'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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