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내 자신을 내가 재단하면 안되는구나 하는 걸 느껴

사진=국카스텐 보컬 하현우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하현우의 첫 솔로 EP ‘이타카(Ithaca)’ 발매 기념 음악 감상회였다. ‘이타카’는 하현우가 느낀 ‘꿈’에 관한 앨범이다.

하현우가 밴드 국카스텐으로 데뷔 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솔로 앨범을 발매했다. 오랜 시간 가슴 속에 품어왔던 꿈, 이타카에 대한 이야기다.

콘스탄틴 카바피의 시 '이타카'를 읽은 후 하현우에게 이타카는 꿈으로 존재했던 상징이자 목표, 가치관과 이상 같은 것으로 자리 잡았다. 하현우는 자신이 겪었던 소중한 경험과 감정을 음악으로 기록한 결과물들과 엮어 첫 솔로 앨범을 완성했다.

하현우는 "국카스텐 멤버들과 스무 살 때부터 같이 했다. 음악을 같이한지 18년 됐다. 밴드로서 나의 이름을 알리는 게 최우선이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보컬로서 정체성 고민할 시간보다는 국카스텐의 멤버일 뿐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정서적으로 정체된 느낌, 멍해진 느낌이 컸다. 지치기도 하고, 피로감도 좀 더 빨리 오는 듯 했다"면서 "이번이 아니면 언제 낼지 기약이 없어 보였다. 시간이 급박했지만, 짧은 시간에 좋은 경험들을 통해 솔로 앨범을 내야겠다고 다짐했다"라고 설명했다. 

하현우는 국카스텐 음악과 하현우 음악의 차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하현우는 "국카스텐 초반, 우리는 분노가 강했다. 우리 스스로 불량품이라고 생각했다. 어릴 때 배웠던 세상과 직접 경험한 세상이 너무 다른 것이더라.

'친구들은 여행도 가는데 나는 왜 공사 현장에서 먼지 마시고 일하고 있어야 하나' 하는 패배주의와 분노가 팽배해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현우는 "여타 밴드들이 시작할 때 그렇듯이 우리도 꽤 많은 분노를 갖고 있었다.

세상이 우리를 알아봐주지 않는 것, 불평등한 것 등에 대해 분노를 가졌는데, 내가 했던 경험이 어떻게 보면 특별한 경험이었더라. 그렇기 때문에 지금 아무리 힘든 일을 겪거나 정서적으로 불안한 일을 겪어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이다.

그걸 20대에 몰아서 해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현우는 "우리 음악, 공연을 통해 행복해 하시고, 정서적으로 힘들어서 생을 포기하려 했던 분들이 다시 힘을 얻어 나간다는 걸 보면서, 스스로 불량품이라고 생각했던 우리 자신이 세상에서 쓰임이 있는, 가치 있는 존재구나 하는 걸 느껴왔다.

쉽게 내 자신을 내가 재단하면 안되는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하현우는 "솔로 앨범의 원동력은 힐링일 수도 있고, 정화작용일 수도 있다. 밴드 하면서 많이 지쳐있기도 했고 멍해있던 게 사실인데 솔로 앨범을 통해 전혀 다른 느낌으로 작업 하다 보니까 생동감을 얻게 되고 음악에 대한 열정이 샘솟더라.

이 열정이 국카스텐 음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 이게 긍정적이고 감사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하현우는 지난 24일 열렸던 2018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문화체육부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하현우는 수상에 대해 "큰 무대에 서면 설수록 드는 생각이 내가 이 무대 설 수 있는 뮤지션은 아직 아닌거 같으면서도, 그런 좋은 기회를 통해 무대에 섰던 뮤지션만큼의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국카스텐)가 잘나서 좋은 무대에 선 게 아니라, 좋은 무대에 우리가 선 거라,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더 노력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렇게 발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대단한 뮤지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상의 가치에 맞는 뮤지션 되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지 생각했을 뿐이다"면서 "곡을 만드는 속도도 느리고, 얼굴 알려진 기간도 느리고, 우리 팀은 뭔가 더딘 편이었다.

앞날에 대한 정답을 몰라 실패도 많이 했는데, 흔들리지 않고 조금씩 꾸준히 여기까지 조금씩 느린속도로 해왔다. 결국 이런 상을 받았다는 게 꾸준히 해온 것이 결코 잘한 일이다라는 칭찬을 받은 거 같아 기쁘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하현우와 박지선은 수록곡을 함께 들으며 앨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하현우는 타이틀곡 'Home'에 대해 "원래 뮤직비디오를 안만드려고 했다. 그러다 노래를 듣고 만들어야겠다고 다시 생각했다. 가볍게 찍되, 의미는 충분이 전달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제주도로 이동해 일주일만에 영상을 완성했다"라고 촬영 비하인드 이야기를 들려줬다. 'Home'은 집을 떠나 다시 돌아오는 회귀의 여정과 그 이유에 관한 곡이다. 멀리 떠난 낯선 공간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방황 속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어 익숙함에 잊고 있던 나를 발견해내고 집에서부터 품고 온 작은 꿈을 밝혀 다시 돌아가는 과정을 그려냈다.

편곡은 송양하, 김재현 작곡가가 함께 했다. 하현우가 이타카 여행을 통해 느낀 이미지들을 담아낸 첫 솔로 앨범 'Ithaca'는 타이틀 'Home'을 포함해 총 5곡이 수록되며, 앨범 전반적으로 꿈과 그에 대한 과정에 대해 담고 있다.

이타카 섬을 강렬하게 그려낸 앨범 아트워크에는 감각적인 페인팅으로 많은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아티스트 킬드런이 참여해 눈길을 끈다. 특히 수록곡중 연주곡인 '이타카'는 신화 속에서만 존재할 것 같았던 섬을 실제로 마주하고 격정적으로 요동치는 마음을 표현한 곡이다.

피아노와 기타 두 가지 버전으로 작업해 앨범의 처음과 마지막 트랙을 책임지고 있다. '무지개 소년'에는 이타카로 가는 길을 통해 만난 개그맨 김준현이 하모니카 연주로 참여했고, '이타카'의 기타 버전은 풋풋하고 생생한 느낌을 주기 위해 기타리스트 정성하에게 의뢰했다. 

국카스텐에서 작사, 작곡, 편곡까지 도맡아 했던 하현우는 이번 솔로 앨범에서는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을 통해 완성했다. 2008년 데뷔 이후 첫 솔로로 시작한 하현우에게서 남다른 자신감이 느껴졌다. 하현우는 "이번 솔로 활동을 통해 밴드 때와는 다른 생동감이 느껴졌다.

음악에 대한 열정들이 샘 솟았다. 이번 솔로 경험들이 국카스텐에도 미칠거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하현우는 국내 최고의 보컬리스트로 평가받는다. 그가 생각하는 노래 잘하는 가수는 어떤 모습일까. 하현우는 "음악에 집중할 수 있게 하면 노래를 잘하는 것이다. 온전히 노래에 감상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부르는 사람, 듣는 사람 모두 부담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하현우는 "공연을 하면 할수록 나도 사회에 쓰임, 가치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걸 느낀다. 음악을 하는 이유"라면서 "늘 새로운 밴드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꿈이라는 건 결과가 아닌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과정 속 가능성, 경험을 통해 얻는 살아가는 방식, 철학들이 또 다른 좋은 결과를 자연스레 만들어 낼 것이다. 꿈 꿨을 때가 가장 멋진 순간"이라고 의미있는 소신을 남겼다.

하현우의 첫 솔로 EP 'Ithaca'는 오는 28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발매되며, 올 연말 하현우가 속한 밴드 국카스텐은 콘서트 'HAPPENING'를 개최하고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2018 국카스텐 연말 투어 'HAPPENING'은 오는 12월 1일 대전, 15일~16일 서울, 25일 부산에서 열리며,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하현우의 첫 솔로 EP 'Ithaca'는 수록곡 전곡은 오는 28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발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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