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선화(32)가 화장기 적은 수수한 민낯이 예쁘게 나온데는 조명발의 도움이 컸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한선화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영화 '창밖은 겨울'(감독 이상진) 인터뷰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창밖은 겨울'은 고향 진해로 내려와 버스기사가 된 석우(곽민규 분)와 유실물 보관소와 버스터미널 매표소를 담당하는 영애(한선화)가 만나 서로의 잃어버린 마음을 되찾아주는 로맨틱 무비이다.

극 중 한선화는 유실물, MP3를 두고 '버려진 것'이라고 주장하는 영애 역을 맡았으며, 곽민규는 '잃어버린 것'이라고 주장하는 석우 역을 연기했다.

MP3, 유실물 보관소, 버스터미널과 같은 아날로그 감성이 넘치는 소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의 배경은 경상남도 진해로, 한선화는 그곳에서 버스 매표원으로 살아가는 영애 역을 맡아 담백하면서도 잔잔한 연기를 선보인다.

한선화는 지난 2006년 SBS '슈퍼스타 서바이벌'을 시작으로 2009년 걸그룹 시크릿으로 데뷔해 오랜 연예계 생활을 이어왔다.

'신의 선물-14일' '연애 말고 결혼' '장미빛 연인들' '학교 2017' '자체발광오피스' '20세기 소년소녀' '데릴남편 오작두' ''편의점 샛별이' 등에 출연했고, 대표작 '술꾼도시여자들'로 큰 사랑을 받았다. "작품 시작 전 늘 많이 불안해 하고 걱정하지만 그게 원동력"이라는 한선화. 그를 만나 '창밖을 겨울' 에 대한 비화에 대해 들어본다.

한선화/영화사 진진 제공
한선화/영화사 진진 제공

 

Q. '창밖은 겨울'을 하게 된 계기는.

A.전작인 '영화의 거리' 촬영을 끝내고 바로 타이트하게 촬영을 시작했다. '영화의 거리'를 하며 좋았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바로 다음 작품을 찍는 게) 좋았다. 그때 작업했던 과정이나 그런 것들이 열악한 상황이기도 했었지만 글이 너무 좋으니까 저한테는 감기는 재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독립영화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못해본 역할과 그런 결을 가진 장르를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다가 그때 마침 글을 저한테 주셔서 받게 됐었다. 드라마를 많이 했던 저로서는 TV에서 보기가 어려운 잔잔함이라든지 소박하고 느린 이야기가 좋더라. 그런 부분이 마음에 들었어서 해보고 싶기도 했다. 무조건 한다고 했다.

 

Q. 영애 역할로 왜 제안을 받았다고 생각했나.

A.원래 고향이 부산이다. 부산 사투리를 실제로 쓴다. 이 캐릭터가 사투리를 구사했으면 좋겠다고 해주셔서 저한테 제안이 온 첫 번째 이유라고 생각했다. 연습해서 구사하는 사투리가 아닌 본토 사투리를 쓸 줄 아는 사람을 원하셨던 것 같다. 저는 사용할 줄 아는 사투리니까 편안하게 촬영했다.

 

Q. 버스 회사에서의 일상이 자연스러웠는데

A.리허설도 하다 보니까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 감독님께서도 자연스럽게 담기길 원하셨던 것 같다. 영애 캐릭터를 맡았는데 잔잔한 일상을 살아가는 그 모습이 좋더라. 진해라는 곳이 되게 작다.

그런데 거기서 그냥 숨쉬고 살아가는, 무료하기도 한 일상인데 거기서 몸을 담고 있고 태어난 곳이 거기이기도 하고 가족이 있고, 심심하고 무료할 것 같은 일상을 천천히 흘러보내는 영애의 모습이 좋았다.

한선화/영화사 진진 제공
한선화/영화사 진진 제공

 

Q. 흡연 연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A.어제 언론시사회에서 단순히 힘들었다고만 나갔는데 원래는 흡연을 안 했다. 영애라는 인물이 흡연을 하는 이유가 매표소에서 사람을 응대하다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때 (스트레스를) 해소를 위해 하는 행동이 흡연이었던 거다.

그런 부분을 자연스럽게 담고 싶어서 이 영화를 준비하며 처음으로 (흡연을) 배웠다. 아침 첫 신에 흡연하는 장면을 찍는 날이 있었다. 공복에 하려니까 핑 돌더라. 그때 그 기억 때문에 힘들었다.

 

Q. 흡연은 어떤 과정을 통해 배웠나.

A.실제로 감독님과 민규 오빠가 흡연을 했으니까 현장에서 배웠다. 그 전에 영화 '대무가'를 촬영했는데, 촬영 끝날 무렵에 '저 다음 작품에서 흡연해야 한다, 도와주세요'라고 했다. 저는 잘 배운 것 같다.

이 작품 다음에는 영화 '강릉'을 했다. 첫 신이 유오성 선배님 옆에서 담배 피우는 신이 있었다. 그게 매력적인 부분이라 생각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또 어디선가 다음 작품에서 쓸 수 있다는 게 좋더라. 단순히 흡연으로만 남아있지 않고 연기할 때 뭔가 더 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Q. 단발머리에도 도전했다. 본인의 결정인가.

A.원래 탁구를 했던 애니까 '머리가 짧을 것이다'라는 생각에 감독님께서 먼저 제안을 주셨다. 저도 그때 머리를 자르는 것에 동의를 했다. 이유는 영애의 헤어스타일이 진짜 그럴 것 같더라.

그리고 영애란 인물이 딱 봤을 때 이전의 제 모습과는 달라보였으면 했다. '영화의 거리'를 찍고 10일 간격으로 바로 한 거여서 저 스스로도 확 변화를 주고 싶었다. 감독님께서 자르는 게 어떠냐고 해서 망설임 없이 잘랐다.

한선화/영화사 진진 제공
한선화/영화사 진진 제공

 

Q. 메이크업도 거의 안한 민낯이던데

A.거의 많이 안 했다. 저로서는 헤어, 메이크업을 하는 시간이 줄어들어서 너무 좋았다. 너무 편했다. 또 메이크업을 안 한 것 치고는 너무 예쁘게 담아주셨다. 영화 톤이 너무 예쁘고 따뜻한데 거기에 잘 맞는 영애의 모습이 아니었나 한다.

 

Q. 탁구 선수 출신 캐릭터였는데 준비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A.탁구 연습도 한달인가 했다. 탁구가 굉장히 어려운 스포츠더라. 공이 예민해서 스치기만 해도 공이 튕겨나가서 잘 다뤄야 하는 스포츠였다. 오빠와의 촬영에서 핑퐁이 됐어야 했는데, 그것 때문에 연습에 신경을 많이 썼다. 지금 제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에 나온 그만큼은 친 것 같다. 

한선화/영화사 진진 제공
한선화/영화사 진진 제공

 

Q. 곽민규 배우와의 호흡은.

A.많은 걸 의지하면서 촬영했다. 저는 독립영화 경험이 그때만해도 두번째였다. 오빠는 워낙 많은 작품을 했다. 오빠가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게 많았다. 그런 것들이 도움이 됐다. 감독님도 첫 장편이어서 감독님께도 오빠가 큰 도움을 주시지 않았나 했다. 오빠가 현장에서 제일 선배였다.

 

Q. 곽민규 배우는 한선화 배우가 현장을 이끌었다고 했다는데

A.저는 불합리한 걸 잘 못 본다. 그런데 현장이 열악하기도 해서 거기서 놓치는 부분도 있다. 촬영하다 보면 그런 부분은 제가 챙길 수 있을 때 챙기려 하는 것 같다. 

 

Q. 영애를 보며 멋지다 생각한 부분이 있나. 

A.영애가 석우를 끌어당겨주는 느낌이 나다 보니까 석우보다 멋진 인물이 아닌가 한다.(웃음) 석우는 미련 안에 돌고 도는 인물이고, 그런 그를 끌어당겨주는 게 영애이기도 한다. 그런 부분은 저도 멋지다고 생각한 부분이기도 하다.

한선화/영화사 진진 제공
한선화/영화사 진진 제공

 

Q. 영애와 석우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했나. 

A.감독님과 오빠와 얘길 나눴는데 인간으로서의 어떤 호감, 사람으로서 느끼는 따뜻함이라고 봤다. 남녀 사이를 구분 짓기 보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느낌이었다. 이건 사람 사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석우도 나름 사연을 갖고 진해에 돌아와서 버스기사로 살아가고, 영애도 매표소에서 일을 하며 살아간다. 또 영애는 탁구선수를 꿈꾸던 시절이 있다가 지금은 현실에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서로 그런 걸 교감하게 된다. 남녀관계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교감, 거기서 오는 호감으로 해석했다.

 

Q. '술꾼도시여자들' 캐릭터와 다르다는 점에서 큰 변화를 보여줄 것 같다. 

A.지연 캐릭터가 너무 강렬하다 보니까 사랑스러운 쪽으로 많이 생각해주시는 것 같은데 이 영화는 '술꾼도시여자들'을 만나기 한참 전에 제안 받고 출연한 영화다. 드라마에서는 다루는 이야기나 캐릭터에서 자극적인 게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잔잔하고 서정적인 이야기를 언젠간 해보고 싶다 생각했다. 저는 '봄날은 간다'도 너무 좋아하고 김종관 감독님 영화도 좋아한다. 저런 잔잔한 이야기를 언제쯤 해볼 수 있을까 했었다. 뭔가 첨가하지 않은 듯한 순수함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마침 이렇게 제안을 주셔서 감사했다.

천천히 흘러가는 책을 읽는 듯한 시나리오가 좋아서 '해봐야겠다' 해서 하게 됐다. 또 매체에서 한번도 사투리 연기를 보여드리지 않은 것 같더라. 마침 구사해야 한다고 하니 좋은 기회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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