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의 권만기 감독과 김대건 배우와의 현지 인터뷰

[무비톡 박준영 기자]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로 3시간이 소요되는 곳 '마카오'에서 만난 <호흡>을 연출한 '권만기'감독과 '김대건'배우는 궂은 날씨였지만, 표정은 매우 밝았다.

그도 그럴것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약 한달 뒤 '마카오국제영화제'에서 두번째 초청이라는 2연타석을 얻은 점도 있지만,

작품에 대한 애정으로 외국관객들을 만날 수 있다는 '권만기' 감독의 말과 'KOREA'를 대표해서 참여한다는 뿌듯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짧은 시간에 영화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없는 한계는 없었지만, 인터뷰 내 온몸으로 전하는 그들의 몸짓은 영화에 대한 많은 것들을 전달하고 있었다.

Q. 영화제에 초청된 소감은?

권만기 감독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것만으로 감사하고, 이곳에서 대우를 너무 잘해주셔서 호강한다. 무엇보다 해외 관객들을 만나는 것만으로 즐거운 일이고, ‘마카오국제영화제’가 계속 발전하길 바란다.

김대건 배우
초청된 것만으로도 감사드리고, ‘KOREA’라는 이름으로 참여하게 되었으니 뿌듯함도 있다. 이곳에서 매일 매일이 새롭고 즐겁다.

Q. 영화를 만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언제부터인가 ‘유괴’라는 소재에 끌리기 시작했고, ‘유괴’라는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유괴’에 대한 이야기를 구상하다, 자연스럽게 피의자와 피해자가 어떻게 살아갔을까에 대해 궁금해졌다.

그래서 한 줄 원안을 만든 뒤, 피의자가 피해자를 다시 만나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영화를 만들었다. 그렇게 ‘죄의식’과 ‘용서’에 대한 소재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 것이다.

Q. ‘김대건’ 배우는 어떻게 만났나?

신인배우를 찾기 위해 단편영화를 보다 ‘김대건’ 배우를 발견했다. KAFA 작품과 동기작품에서 본 기억이 있어, 주변의 추천을 받아 일단 만났다.

처음에는 연기대신 ‘김대건’ 배우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다른 배우들은 한번 보고 미팅을 안 가졌지만, 김대건 배우는 다시 만나고 싶었고, 연기를 보니 잘 만들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어 같이 하게 되었다.

Q.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첫 느낌은?

시나리오는 처음 봤을 때 배우로서 욕심이 나는 이야기였고, 처음부터 끝까지 호흡을 끌고 나갈 수 있는 역할을 내 나이 때 맡기 어렵다고 생각되어 더 설렜고, 욕심이 났었다.

첫 미팅에서 감독님이, 연기 대신 ‘나’에 대해 많이 물어보셨고, 미팅 후 몇 주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초조하게 기다렸었다. 다행히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셔서 함께 하게 되었는데, 이 자리를 빌려 감독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Q. 영화 속 주요 인물들이 하는 일은 ‘청소’다. 이것이 ‘죄의 씻음‘과 관련이 있나?

”나 살고 싶어“라는 대사 대신, 배우를 통해 씻고, 닦는 행동을 통해 ‘씻겨 내려간다.”라는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시나리오를 구상할 때 직업에 대해서도 청소업체,

아르바이트도 터널 청소를 하는 등 씻겨 내려간다는 듯한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다. ‘청소‘를 통해, 죄를 지은 사람들이, 죄로 더럽혀진 육신과 영혼을 “죄가 씻겨 내려가는 것’에 대한 스스로 살기 위한 의지를 담았다.

Q. 살해현장의 피를 닦는 장면은, 현실감을 위해 어떻게 준비를 했나?

처음 특수청소업체에 몇 곳에 연락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그러다 한 업체에서 같이 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었다. 이후 청소업체 대표님께 시나리오를 보여드리고 여러 번의 인터뷰를 통해, 장면에 대한 현실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다.

청소업체에서 현장을 기록한 사진들을 참고로 시나리오에 많이 담았고, 미술 세팅할 때 대표님이 현장에 오셔서 리얼리티 구성에 도움을 많이 주셨다. 그래서 그런 장면들이 현실감 있게 다가가는 듯하다.

Q. 수감전력이 있는 ‘민구’를 연기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시나리오를 받고, 틀을 만들면 안 되겠다는 생각과 매번 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외적으로 보이는 행동만 바뀌는 게 아닌, 매 순간 정서적으로 느낄 수 있는 연기 연습을 많이 했다.

시나리오 지문에 민구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짧은 민머리에 땜빵이 있고, 눈썹에는 상처와 목에 점이 있는 이미지가 너무 좋았다,

캐릭터가 이미지적으로 설명되는 부분들이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수감자 취업박람회’를 통해 출소했다는 점에 대해 깊이 고민하진 않았다. 왜냐하면 ‘민구’란 캐릭터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들에 대한 고민을 보여주는 게 맞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상황들에 관한 생각을 더 많이 했었다.

Q. ‘민구’에게 스케이트보드는 어떤 의미인가?

‘민구’도 욕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린 나이에 삶의 무게에 치우쳐 고달픈데, 나름대로 대로의 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정주’를 만나고 편안함을 찾게 되니깐, ‘스케이트보드’를 살 수 있다는 이미지와 스케이트보드 소리로 케리어 바퀴 소리를 떠올리게 하는 촉매제 구실인 셈이다.

Q. 그렇다면 스케이트보드를 직접 탄 것인가?

운동신경이 나쁘지 않은데, 못 타려고 연기하는 게 더 힘들었다. 순수해 보이면서도, 어설퍼 보이고 싶고, 그래도 타고 싶은 욕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한 생각으로 스케이트보드를 탔다.

Q. 극 중 용서받고 싶어 하는 ‘정주’와 전 남편의 입장이 다르다. 관객에게 두 인물이 어떻게 보이길 바랐나?

악한 사람은 한없이 악한 사람이 있고, 어쩔 수 없이 악함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다. ‘정주’와 ‘태규’란 캐릭터를 만들 때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나쁜 짓을 했는데 우리가 모를 수 있지만, 그것을 알게 되었을 때, 악함만 보고 이야기한다. 땅 위에 있는 사람들의 밀접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건 내 시선인데, 정확히 ”이것이다. “라고 정해 놓은 건 없다.

Q. 민구의 상대역인 정주와 연기하면서, 생각이 달라진 점이 있나?

‘정주’의 캐릭터는 ‘민구’가 숨이 트일 수 있게 따듯함으로 다가온 인물이다. 하지만 과거의 사건을 알고 나서부터가 핵심인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민구’가 그녀의 손길을 받아들이고, 용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지만, 답이 내려지진 않았다.

Q.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는?

김대건 배우
‘죄의식’과, ‘용서’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편안하게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값진 생각과 고민을 하면서 극장에서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좋게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권만기 감독
소재적으로 힘들 수도 있는 영화지만, 영화를 보고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그대로 받아주시면 좋겠다. 그래서 영화 엔딩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느끼는 데로 정의해주시면 좋겠다.

Q. 인생 영화를 뽑자면?

김대건 배우

<폭스캐쳐(Fox catcher)>를 가장 재밌게 봤다. 영화를 볼 때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배우에 포커스를 더 맞춰서 보는 편이다. 영화를 보며, 너무 진짜 같아서, 내가 알던 배우가 맞는지에 대한 의문과 충격적으로 봤었다.

권만기 감독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카페 뤼미에르(Cafe Lumiere)를 뽑는다. 영화의 호흡과는 별개로, 인간이 서로 만나는 삶에 대해 담아낸 시선들이 좋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좋고, 힘들 때 찾아보며 위로를 받는 영화이다. 만약 죽기 전에 한 편의 영화를 볼 수 있다면 이 작품을 볼 그것이라고 주변에 이야기한다.

Q. 앞으로 계획은?

김대건 배우
앞으로 계획이란 게 거창한 것 같은데, ‘민구’처럼 열심히 살아가겠다.

권만기 감독
다음 영화를 빨리 찍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영화를 찍을 때마다 힘든 건 알지만, 그래도 영화를 찍고 싶다. 다음은 ‘상업영화’에 도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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