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평화도 원래대로 기대를 가지고 봤던 내 맘도 원래대로’

마징가Z, 태권V, 아이언 자이언트를 보며 나를 지켜주는 든든한 존재 거대 로보트와 친구가 되는 것은 기쁨이고 모든 남자들의 로망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다가온 영화 ‘범블비’는 또 다른 추억으로 다가올 것 같아 잠시 일을 뒤로 미뤄 두고 시사회가 열리는 영화관으로 항했다.

남도정식 24첩 반상이 차려졌어도 정작 젓가락이 가는 곳이 정해진 것처럼 이 영화는 내게 그렇게 다가왔다. 사실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생생하고 사실적인 픽처는 놀라울 따름이지만 머나먼 행성의 외계인들이 로봇이라는 설정과 어울리지 않게 독립된 인간처럼 행동하고 종족들 간의 세력 싸움으로 인해 피난처를 지구에 둔 이야기가 와 닿지 않고 아무리 영화라지만 이해 할 수 없는 비논리적인 부분은 머릿속을 맴돌아 집중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앞서 밝혔듯 거대 로봇과 소녀와의 우정을 담은 부분에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스토리를 디셉티콘과 옵티머스 프라임의 대결구도에 비중을 두고 액션에만 치우쳤다면 엄청 지루하고 재미없어 중간에 나올 뻔 했다.

하지만 지구소녀 '찰리'와 오토봇 B-127의 우정이 피처럼 뜨겁고 강철처럼 단단하게 받쳐줘 그나마 볼만한 영화가 되었다. 어느 한적한 도시 외딴 곳, 차를 좋아하고 정비에 뛰어난 실력을 가진 18살 소녀 '찰리', 사랑하는 아빠가 세상을 등지고 엄마의 새 남자친구랑 사는 것이 영 어색하고 불편한 찰리는 가족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돈다.

새 차를 갖고 싶지만 간호사를 하는 엄마의 월급으론 꿈도 못 꿀이다. 고물상에서 줍다시피 한 폐차를 살려 보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 실패할 때마다 아빠가 더욱 생각나는 찰리, 그러던 어느 날. 자주 가는 고물상에서 낡은 비틀의 모습으로 폐차장 한켠에 숨어 지내는 B-127이 ‘찰리’에 의해 발견된다.

무보수로 화장실 청소와 잔심부름을 하는 조건으로 차를 달라 요청했는데 맘씨 좋은 사장은 생일 선물이라며 조건 없이 차를 내어준다. ‘찰리’는 방 옆에 붙어있는 창고에 비틀을 두고 만족한 미소로 쳐다본다. 그러다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 부속품 하나가 “툭”하고 떨어진다.

찰리는 차체 하부로 들어가 원인을 살펴보려고 손전등을 이리저리 비추다 퍼런 불의 눈빛과 마주친다. 그와 동시 요란한 기계음을 시작으로 오토봇이 거대한 모습을 드러낸다.

디셉티콘의 추격에 맞서 싸우다 음성장치를 뜯기고 기억회로가 손상돼 말도 기억도 잃어버린 오타봇은 세살짜리 아기처럼 윙윙거리며 웅크린 상태에서 경계 가득한 눈으로 찰리를 쳐다본다.

새로운 생명체의 갑작스런 등장에 놀란 건 찰리도 마찬가지, 잠시 탐색의 시간이 이어지고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한 찰리가 먼저 말을 거는데 소리만 낼뿐 잔뜩 겁을 먹은 오토봇, 그런 반응에 아랑곳없이 찰리는 폭풍 같은 질문을 쏟아 놓는다.

어느 정도 가깝다고 생각한 찰리는 윙윙거리는 소리가 호박벌 같다며 '범블비'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아마도 범블비의 캐릭터는 이미 오래전 호박벌을 염두에 두고 탄생한 로봇일지도 모른다. 차를 비롯 관련 된 모든 것이 노란색인 것과 폐차장에서 잠깐 나온 벌집 등 평소에는 동그란 얼굴이었다가 공격형으로 바뀔 때에는 벌의 얼굴 같은 모습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목소리를 잃게 된 범블비는 라디오나 노래를 통해 음성을 조합하며 대화를 이어간다. 한껏 친해진 둘은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한다. 찰리는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는 존재를 두려워한다며 숨는 법을 알려주며 범블비를 살뜰하게 챙겨준다.

그러는 사이 지구인의 협조로 위성 통신망을 확보한 ‘세터’와 ‘드롭킥’은 B-127의 위치를 파악하며 끈질긴 추적이 시작되고 급기야 본 행성 군대를 지원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다. 이제는 지구의 운명까지 위태로운 상황이다.

둘은 디셉티콘과의 연락을 차단하기 위해 혼신을 다한다. 추격에 맞서 선보이는 화려한 액션과 초대형 스펙터클의 다양한 볼거리는 눈여겨 볼만 하지만 군데군데 미흡한 부분도 많다.

예를 들어 다이빙에서 우승한 전력이 있는 '찰리'가 친구들의 수모를 받고 있음에도 왜 절벽에서 뛰어내리지 못했는지 그에 대한 설명이 없어 어리둥절하게 만든 부분이라든가 범블비는 숱한 공격에 이곳저곳 성한 곳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장면이 바뀌면 멀쩡한 모습으로 바뀌어져 있는 부분, 

또한, 디셉티콘 못지않게 범블비를 쉼없이 괴롭히는 1급 기밀 기관 섹터-7의 최고 장교인 ‘번스’가 위기 때 구해주긴 했지만 솔져라고 부르며 돌아보는 ‘범블비’에게 존경 가득한 눈으로 경례를 붙이는 장면은 깜깜한 절벽으로 밀어넣는 아찔하고 황당함을 안겨준다.

결국 그들의 노력으로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놓아 지구는 평화를 맞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뭔가 건져보려고 했던 나도 원래의 마음으로 덤덤히 영화관을 나섰다. 하지만 영화사상 최초로 구현된다는 ‘트리플 체인지’ 는 자동차와 로봇을 넘어 항공기까지 3가지 형태로 자유롭게 변신하는 것으로,

오토봇들과 적대 관계에 있는 디셉티콘 ‘셰터’와 ‘드롭킥’이 항공기 형태로 지구에 날아와 땅에 착륙하는 순간, 오프로드 자동차로 변신하고, 순식간에 다시 전투형 로봇 디셉티콘으로 변하는 ‘트리플 체인지’과 화려한 액션과 초대형 스펙터클의 다양한 볼거리는 남성 관객들은 물론 가족 관객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윙윙’대는 거대 호박벌은 12월 25일에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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