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거리에서 느껴지는 따뜻함

사진= 그린북

[무비톡 홍장성 에디터] 파안대소(破顔大笑) 할 만큼 웃기거나 큰 재미는 없다. 그렇다고 크게 감동을 주는 가슴 시린 장면이나 대사 또한 일절 없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을 보고 “또르르”하고 “뚝” 멈추다 만 눈물이 이 영화를 말해주는 것 같다.

추운 겨울 모닥불 너무 가까우면 뜨겁고 멀리 떨어져 있으면 춥다. 따뜻함을 느끼려면 적당히 중간에 있어야 하는 것처럼 영화‘그린북’이 그렇다.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보는 이의 가슴을 따뜻하게 뎁혀 준다.

영화의 배경은 1962년 미국 뉴욕을 조명한다. 나는 뉴욕을 가본 적이 없고 미국 문화를 경험해 본적도 없으며 미국인은 사진과 영화로 보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 미국영화 ‘그린북’은 경험하지 않은 그들의 문화적 차이를 공감하게 했으며 유색 인종차별과 그에 대한 아픔이 고스란히 전달되게 만들었다.

편견의 벽을 보기 좋게 부숴버린 영화 ‘그린북’은 첫 등장부터 달랐다. 주인은 백인, 하인은 흑인일꺼라는 편견을 여지없이 깨버린 것이다. 본론부터 말하면 그린북은 하얀 도화지처럼 아무 정보 없이 관람 하는걸 추천한다. 해서 영화에 대한 상세한 리뷰는 자제하려 한다.

허풍과 주먹으로 살던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는 매일 출근하는 클럽의 휴업으로 한순간 백수로 전락하게 된다. 당장 집세를 내야하는 어려운 상황에도 낙천적인 그는 걱정이 없다.

포스터= 그린북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의 소개로 교양과 우아함으로 똘똘 뭉친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 박사의 운전기사 면접을 보게 된다.

백악관에도 초청되는 등 미국 전역에서 콘서트 요청을 받으며 명성을 떨치고 있는 ‘돈 셜리’는 위험하기로 소문난 미국 남부 투어 공연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투어 기간 동안 자신의 보디가드 겸 운전기사로 ‘토니’를 고용한다.

거친 인생을 살아온 ‘토니 발레롱가’와 교양과 기품을 지키며 살아온 ‘돈 셜리’ 박사. 생각, 행동, 말투, 취향까지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은 그들을 위한 여행안내서 ‘그린북’에 의존해 특별한 남부 투어를 시작한다.

그린북은 1936년부터 1966까지 출간된 흑인전용 여행 가이드북“The Negro Motorist Green Book”으로 불렸으며 흑인 여행자들이 이용 가능한 숙박시설, 레스토랑, 주유소 등의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뉴욕시의 아프리카계 우편배달원인 빅터 휴고 그린이 제작하고 발간했으며 운전하며 여행하는 흑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책자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사진= 피터 패럴리 감독

<덤 앤 더머>,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등 위트 있는 유머와 재치로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피터 패럴리 감독은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한 이 작품은 공동 각본가인 ‘브라이언 커리’로부터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이후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1962년을 배경으로 하지만 영화에서 그려지는 문제들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 모든 관객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하며 ‘그린북’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닮은 점이라고는 일도 없는 두 사람은 8주간의 미국 남부 콘서트 투어를 거치며 다른 성격과 취향을 뛰어넘어 특별한 우정을 쌓아간다.

세월을 뛰어넘어 보는 이의 가슴에 진한 여운을 전하는 감동적인 실화는 혼자 봐도 좋고 친구, 연인, 가족, 그 누구와도 함께 나눠도 좋을 감동 드라마로 오래도록 '그린라이트'로 점등 될 것이다. 새해 1월 9일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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