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의 감성을 두드리기 위해 탄생한 뮤지컬

 

[무비톡 김상민 기자]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인간에게 버려진 구식 헬퍼봇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는 인간들을 복잡한 감정을 이해 할 수있는 사랑이야기라고 볼수있다.

사람들은 누구도 사랑 할수 있지만 그사랑이 진짜라고 볼수 있다고 확신 할 수 있나 헬퍼봇들이 사랑할수없는 독특한 방식때문에 서로을 사랑하지만 사랑 할 수없는 헬퍼로봇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다.

헬퍼봇 아파트에서 옛주인을 찾아가기 위해 돈을 모으는 헬퍼봇 올리버(김재범, 문태유, 전성우, 신주협 캐스팅)는 어느 날 충전기를 빌리러 온 헬퍼봇 클리어(최수진, 박지연, 강혜인 캐스팅)를 만나게 된다. 혼자의 생활에 익숙했던 올리버는 밝고 활기찬 클리어에게 점점 마음이 끌리게 된다.

제주도의 반딧불이를 보고 싶은 클리어와 옛주인을 찾아 제주도로 가려했던 올리버는 함께 제주도로 떠난다. 여행을 하며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던 올리버와 클리어는 사랑이란 감정을 배우게 된다.

헬퍼봇은 사랑이란 감정 자체가 프로그램 되어 있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이 둘은 서로에게 생겨난 생소하면서도 낯선 이 감정이 놀랍기만 하다. 손만 잡아도 온몸으로 전달되는 짜릿한 감정과 서로의 입술이 닿는 순간 쿵 내려앉는 심장의 움직임에 올리버와 클리어는 아이처럼 행복해 한다.

그러나 수명이 다 되어가는 클리어는 이별의 시간이 얼마 안 남았음을 알고 있다. 클리어와 올리버는 서로 사랑했던 기억을 지우기로 한다. 서로 몰랐던 시간으로 돌아가면 더이상 아프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이 작품은 2016년 초연 당시 97회 공연 중 70회 매진, 2017년 서울과 제주에서 공연된 '어쩌면 해피엔딩 음악회', 3주간 앵콜공연 역시 전회 차 매진 시키며 대학로 소극장 공연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시 무대에 오른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초연 당시의 그 느낌 그대로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다가올 미래는 로봇과의 공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완전히 새로운 패러디임을 가지고 올 것이라 예측된다.

이미 인간의 삶 속으로 파고든 다양한 공학 기술들, 사람들은 로봇으로 인해 편리함과 경제적 효과 등을 얻으면서 기술에 더 빨리, 더 자주, 더 많이 의존하게 될 것이다.

 

멀지 않은 미래인 21세기 후반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연출 김동연)’은 인간과 동일한 구조의 신체와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가진 이른바 ‘헬퍼봇’들이 구형이 되어 버려지고 난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평생 사람을 돕다가 쓸모를 다해 서울의 어느 낡은 아파트에 방치된 헬퍼봇5 ‘올리버’와 헬퍼봇6 ‘클레어’는 어느 날 마주한 뒤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고, 끝내는 ‘사랑’이라는 인간 고유의 감정까지 갖기에 이른다.

로봇을 소재로 한 만큼 자칫 기계처럼 차갑고 건조할 것이라는 선입견부터 갖게 하지만, 실제 작품의 결은 더없이 따뜻하고 촉촉하다.

극을 풀어나가는 특유의 아날로그적 방식 때문인데, ‘어쩌면 해피엔딩’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관객의 감성을 두드리기 위해 탄생한 뮤지컬 같다. 무엇보다 2014년 우란문화재단 프로그램을 통해 작품 개발을 시작한 두 창작진의 공이 가장 크다.

지난 2012년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로 주요 뮤지컬 시상식 음악상을 휩쓴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스 작가 콤비의 신작으로, 특유의 담백한 가사와 아름다운 선율이 이번 작품에서도 한가득 빛을 발한다.

 

이지숙 배우가 건강 상의 이유로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되어 갑자기 합류하게 된 최수진 배우. 얼굴이 예쁘고 귀여워 외모로는 인공지능, 혹은 로봇이라는 캐릭터에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도 주었다.

하지만 최수진 배우의 연기는 어딘가 정문성 배우에 비해 로봇보다는 인간에 가깝게 느껴졌다. 그것은 뒤로 갈수록 심해졌는데, 어찌 보면 인간과 로봇의 사랑처럼 보이게 하기도 한다.

사실 올리버에 비해 밝고 긍정적이며 인간의 품성에 가까운 모습을 지닌 캐릭터이기에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으나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목소리 톤은 꽤 높고 밝아 클레어라는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졌다.

어딘가 귀엽고 사랑스러운 헬퍼봇이랄까? 다만 노래를 부를 때 목소리의 떨림이 있고, 소리가 불안정하게 들리는 부분들이 조금씩 있었으나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무대에 선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조금 어색해 하고 어설퍼 보이기도 했지만 그것 또한 매력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위에도 계속 언급했듯이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지만 올리버에 비해 다소 아쉬움을 주기도 한다. 몸을 쓰는 데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아 보이기도 했는데 조금 더 많은 연구와 연습을 한다면 자신의 장점을 잘 활용하여 멋진 헬퍼봇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이번 한번으로 끝날 클레어가 아니므로 올리버에게 기대어 존재하는, 올리버의 연기에 의존하는 클레어가 아닌, 클레어 자체만으로도 빛날 수 있는 연기를 보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지난달 개막 이후 프리뷰 8회차 공연이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등 관객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은 일단 흥행에 청신호가 켜진 듯 하다. 더욱이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영어 버전 워크숍과 리딩 공연까지 마쳤다고 하니, 앞으로의 행보에 더 기대를 걸게 한다. 서울 DCF 대명문화공장 2관에서 오는 3월 5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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