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이 내리면 한순간이나마 일상의 스트레스는 저만치 날아가'

[무비톡 김상민 기자] <메노포즈>는 관람객들에 대부분이 40대 이상에 주부들이 차지하는 이색적인 뮤지컬이며 전반적인 분위기는 주부 노래교실 같은 분위기라 남자 관객들은 어색한 느낌은 나 말고 다른 남자들에게도 알 수 있었다.

또한 중년 여성분들이 좋아하는 뮤지컬이며 폐경기를 맞은 4명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려냈다. 각자의 개성으로 똘똘 뭉친 4명의 여성은 공연 내내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들은 건망증으로 고통받는 이혼녀 커리어 우먼, 순진하지만 뜨거운 욕망(?)을 갖고 있는 주부, 자신만의 삶의 스타일을 갖고 있는 농장 부인, 껍데기집 전단지에서나 볼 수 있는 한 물간 배우다.

폐경 맞은 네 여자들의 이야기, 홍지민·문희경·신효범, 김선경·백주연·주아, 이경미·박준면·조혜련, 황석정·유보영 출연 하는 쥬크박스 뮤지컬이다.

80 90년도 추억의 팝음악으로 플래터스 ‘Only You’, 빌리지 피플 ‘YMCA’, 비지스 ‘Stayin’ Alive‘, 페티 라벨·휘트니 휴스턴의 ‘New Attitude’, 토큰스 ‘The Lion Sleeps Tonight’ 등이 퍼지며,

나이 들면서 겪는 기억력 감퇴, 홍조, 발열, 우울증, 오한, 호르몬의 변화, 성욕 감퇴 혹은 증가, 등 신체의 변화는 누구에게도 예외가 없다.

란제리를 차지하겠다고 옥신각신하던 네 여자들의 수다는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어디서도 말할 수 없는 몸과 마음의 변화, 그로 인해 수난을 맞은 여자들의 삶에 대한 넋두리에 가깝다.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에 스스로를 돌볼 틈도 없이 분주하게 살아온 전업주부, 남성 중심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딸도, 엄마도, 스스로도 버린 전문직 여성,

우아하고 아름답게 늙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어쩔 수 없이 밀려난 한물간 연속극 배우, 채식주의자로 교외 농장에서 여유롭게 살아가는 듯 보이는 웰빙주부까지. 다채로운 면면의 주인공들은 살아온 날들,

삶의 형태, 성격, 취향, 처한 환경 등은 다르지만 나이 먹고 폐경을 맞은 여자들이 가질 만한 감정들을 시종일관 건드린다. 그렇게 핏대를 올리며 ‘메노포즈’를 외치는 작품은 익숙함으로 무장했다. ‘메노포즈’의 매력은 뻔하지만 그 나이대 여자들에게 낯설지 않은 감정들을 분출하며 공감대를 형성한다는데 있다. 

‘폐경’으로 인생 자체가 끝난 것처럼 구는 여자들에게 새로운 삶으로의 전이를 유쾌하게 제안하는 배우들은 TV, 스크린, 무대를 넘나들며 맹활약 중인 익숙한 얼굴들이다.

어디선가 전화벨이 울린다. 벨소리가 울리는 곳은 어떤 여자의 주머니. 그 여자는 전화기를 빼들어 자신 있고 강한 말투로 말을 잇는다. 하지만 당당하고 힘이 가득한 그녀의 말 뒤에는 말 못할 고민이 있다.

메노포즈(menopause), 직역하면 ’폐경‘이라는 뜻이다. 혹자는 폐경을 생물학적인 여성으로써의 마지막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그것을 꼭 그렇게만 볼 수 있을까? 폐경 이후의 여성으로써의 삶은 어쩌면 이전의 삶보다 새로운 것들을 보여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주고 또 이야기 안에서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힘이 된다. 메노포즈의 4명의 주인공들은 각자의 이야기들을 풀어 내놓으면서 서로에 공감을 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한다.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뜨거워지는 몸, 틈만 나면 가야하는 화장실, 건망증, 갑자기 찾아오는 성욕 등 나에게만 있는 줄 알았던 어려움들이 서로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더 큰 위로를 얻게된다.

메노포즈는 네 명의 여 배우들이 보여주는 신나는 춤과 노래를 빼놓을 수 없다. 폐경기를 맞이하는 여성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놀라운 춤사위와 노래솜씨는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뮤지컬은 폐경과 갱년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배우들은 그것을 노래와 춤으로 밝게 웃으면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극 종반, 자신을 힘들게 만들고 있는 경험들을 이미 내색 한번 하지 않고 치러낸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한 등장인물들은 이내 호쾌한 의상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노래하며 피날레를 장식한다.

흥에 겨운 아줌마 관객들이 기꺼이 무대에 올라 어깨춤을 추는 장관을 연출하며 막이 내리면 한순간이나마 일상의 스트레스는 저만치 날아간다. 

2001년 오프브로드웨이 초연 후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이탈리아, 멕시코 등 15개국에서 공연됐고 최근 라스베이거스에서 5000회 공연을 돌파하며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2005년 초연돼 2012년까지 6번째 시즌을 공연한 후 6년만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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