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여성 캐릭터들 북치고 장고치고

디즈니의 무한 상상력이 펼쳐져

 

[카툰 후기] 얼마전 '주먹왕 랄프' 를 본 후기를 간단하게나마 나의 장점을 살려 색다른 접근을 시도하고자 그림으로 표현해봤다. 개인적으로 주먹왕 랄프 1탄을 디즈니 아이디어의 끝판왕으로 생각했기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2탄을 보았다.

인터넷 세상을 상상한 모습은 역시나 참신하고 기발했다. 건물로 표현 된 인터넷 사이트들, 특히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몇 배의 높이나 쌓아올린 것 같은 구글 빌딩이 인상깊었다. 하지만 내 마음을 움직인건 나의 어린 시절을 채워줬던 공주들의 등장이었다.

공주들은 처음엔 바넬로피를 경계했지만 그녀 덕분에 불편한 드레스에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이 때 주목할 점은 공주들의 자세가 달라졌단 점이다. 드레스를 입고 하나같이 빳빳하게 서있던 공주들은 소파에 드러눕기도 하고 다리를 모아 앉기도 하는 둥 한결 편안한 모습으로 바넬로피 주변에 둘러앉는다.

내가 그린 그림도 공주들이 옷을 갈아 입은 버전이다. 공주들은 예전에 왕자에게 보호 받았던 수동적인 모습에서(일부 제외...엘사, 안나, 라푼젤, 뮬란, 메리다, 모아나, 티아나 등 최근에 등장한 공주들은 오히려 남자주인공을 보호하는 모습을 보임.)

편안한 옷으로 갖춰 입고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여 덩치 크고 힘 센 남자 주인공을 구한다. 영화에서 꼽을 수 있는 명장면 중 하나다. 슬로터레이스의 대장, 섕크와 버즈튜브(유튜브)의 총책임자 예스도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캐릭터이다.

섕크와 바넬로피가 레이스를 펼치는 장면은 단연 최고다. 이 부분만 4DX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랄프에게 돈을 모으는 법을 알려주고 커다란 버즈튜브 세상을 통제하는 예스도 역시 멋진 여성 캐릭터다.  오히려 타이틀롤인 랄프는 멋진 여성 캐릭터들 사이에서 오히려 민폐(?)가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디즈니의 이런 여성 캐릭터 부각은 디즈니가 지난 몇 십년동안 받아온 비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걸로 보인다. 디즈니는 주인공인 여성 캐릭터들을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모습으로 그려 백마 탄 왕자에 대한 로망을 키워준데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뮬란을 시작으로 디즈니는 여성 캐릭터에 대한 반전을 꾀했고, 이번 주먹왕 랄프 2에서 그동안 만들었던 모든 공주들을 한데모아 드레스를 벗어 던지고 남자 주인공을 구함으로써,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거대한 한 인터넷 프로그램을 이끄는 수장으로 여성 캐릭터를 앉힌 것도 한 몫 거든다. 특히 공주들이 불편한 드레스에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는 장면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행 중인 '탈코르셋' 운동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디즈니의 치명적인 약점은 그동안 인종차별, 성차별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이다. 디즈니의 이런 행보는 참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시대에 발 맞춰 흐름을 바꿔나가는 디즈니의 앞길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스틸= 주먹왕 랄프 2 : 인터넷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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