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이 아닌 오페라 극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

[무비톡 김상민 기자] 뮤지컬 '팬텀' 은 기본적인 요소가 오페라에 기반을 둔 뮤지컬이라 배우들에 가창력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여자 주인공은 오페라 가수라 더욱더 가창력으로 극을 이끌어가야 하는데, 

일반적인 뮤지컬 배우들 소화하기에 힘들어서 오페라 가수 출신 배우가 많이 하는데 이번 팬텀여주인공은 모두 오페라 출신 배우라 노래 실력은 최고라고 볼 수 있다.

세계적인 추리 소설가 가스통 르루의 대표작 오페라의 유령 원작으로 한 작품이라 매우 미스터리 한 주인공에 이야기는 인간적인 면을 조명하며 그의 사랑과 분노 두려움 등을 주인공에 감정을 비극적으로 녹여냈다.

중독성 있는 넘버, 스릴 넘치는 이야기, 오페라, 발레 등이 모두 어우러진 뮤지컬 ‘팬텀’은 종합선물세트라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눈과 귀가 즐거운 무대를 선보인다. 이러한 다채로운 매력은 관객들을 황홀경에 빠지게 하는 ‘팬텀’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무엇보다 놀라운점은 캐스팅이다. 팬텀을 맡은 임태경, 정성화, 카이는 뮤지컬 전문 배우로 잘 알려진 인물들이고 여주인공 크리스틴 다에를 연기하는 김순영, 이지혜, 김유진는 모두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클래식 음악가다.

무대에 앉아 크리스틴의 노래를 들으면 마치 소프라노 리사이틀을 방불케 한다. ‘아시아의 종달새’ 소프라노 임선혜는 고음악의 황홀함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소프라노의 최고 기량을 뽐내는 ‘비스트로’ 장면에서의 임선혜는 풍부한 성량, 압도적인 가창력에 더해 화려한 기교로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마치 뮤지컬이 아닌 오페라 극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안무도 마찬가지다. 팬텀의 어머니 벨라도바로 출연하는 김주원, 최예원 배우는 프로 발레 무용가다. 아름다운 선을 그리며 어두운 지하 무대를 수놓으면서 관객을 무대로 끌어들인다.

대중성 강한 선율과 삼각관계를 과감히 도입해 통속성 강한 스토리로 무장한 `오페라의 유령`과 달리 `팬텀`은 오히려 정극 느낌이 많이 난다.

심지어 전문 성악가와 발레리나가 출연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팬텀이 비극적으로 죽음을 맞는 과정은 다소 전형적인 흐름을 보여 긴장을 높이지는 않는다.

여주인공 크리스틴은 파리 오페라극장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악보를 팔다 샹동 백작의 눈에 띄어 노래 레슨을 약속받는다. 하지만 극장장 카리에르의 해임과 숄레의 취임으로 인해 의상 보조로 일하게 된다.

오페라극장 지하묘지에 사는 팬텀은 크리스틴의 노래를 듣게 된다. 그는 흉측한 얼굴 때문에 숨어 살지만, 오페라에 대한 애착은 누구보다 강하다.

에릭은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크리스틴에게 노래를 가르친다. 팬텀의 레슨을 거친 크리스틴은 비스트로에서 노래를 부르게 되는데, 이 부분에서 팬텀의 첫 번째 매력인 오페라를 느낄 수 있다.

크리스틴 역을 맡은 임선혜는 뒤늦은 합류에 아직 적응이 되지 않은 탓인지 아쉬운 부분도 존재 했지만, 그의 넘치는 성량과 기교 가득한 노래를 듣고 있자면 비스트로의 관객들처럼 기립박수를 치고 싶은 심정이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팬텀 역의 카이는 서울대학교 성악과 출신으로 완벽하게 팬텀으로 분해 오페라를 향한 간절한 욕망과 크리스틴에게 닿지 못하는 마음을 적절히 표현한다.

팬텀의 두 번째 예술은 발레다. 185분이라는 긴 상연시간 중 발레에 할애한 30분은 전혀 아깝지 않다. 2막이 시작되며 팬텀이 지하 묘지에 살아야만 했던 이유가 밝혀진다.

팬텀과 카리에르를 주축으로 둔 가족사의 반전은 개연성이 다소 부족하지만 이를 설명하는 벨라도바와 젊은 카리에르의 몸짓은 애달프기 그지없다.

객석의 탄성을 자아내는 불륜이란 소재는 고전이 가진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보여주지만, 벨라도바의 모성애는 이를 지워버린다.

카리에르 역시 극장을 떠나지 못하고 팬텀의 뒤를 계속 봐주는 것은 일종의 속죄이자, 가족애를 상징한다. 다만, 팬텀의 뒷이야기에 너무 방점을 둔 나머지 크리스틴의 갈등은 평면적으로 표현된다.

세 번째는 역시 이 작품은 뮤지컬이라는 점이다. 화려함의 정점을 찍는 ‘팬텀의 푸가’에서는 앙상블들의 합이 눈에 띈다. 이루는 조연들의 열연도 무대를 구성하는데 큰 받침을 이뤘다.

카를로타 역의 정영주와 숄레 역의 이상준의 호흡은 적절한 완급조절로 극의 생기를 더하며 필립 드 샹동 백작 역을 맡은 백형훈의 세레나데는 극의 분위기를 한층 로맨틱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며 팬텀과 크리스틴, 필립의 삼각관계를 한층 극적으로 만들었다.

3년만에 다시 ‘팬텀’ 무대에 선 ‘아시아의 종달새’ 소프라노 임선혜는 고음악의 황홀함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소프라노의 최고 기량을 뽐내는 ‘비스트로’ 장면에서의 임선혜는 풍부한 성량, 압도적인 가창력에 더해 화려한 기교로 관객들의 혼을 빼놓는다.

2015년 처음 무대에 올린 이래 올해 세 번째 공연에 나설 수 있던 것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다른 매력이 충분히 통했기 때문이다.

반드시 통속성이 강해야 성공한다는 뮤지컬의 불문율이 때로는 비껴갈 수 있다. `팬텀`은 과감히 성악과 발레를 섞은 뮤지컬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 증명해낸다. 공연은 2월 17일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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