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작가의 연극적 상상력이 무대 위에서 동시대적 언어로 탄생'

[무비톡 김상민 기자]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김종휘)이 23일(수) 남산예술센터에서 열린 <2019년 시즌 프로그램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3월부터 11월까지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르는 시즌 프로그램 6편을 공개했다.

매년 동시대 이슈를 주목해온 남산예술센터는 올해도 작품을 통해 한국사회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 동시대적 날선 화두를 던진다.

올해 시즌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되는 작품은 총 6편이다. 주요 작품은 작년 한 해 연극계의 각종 상을 휩쓸며 주목받은 2018년 시즌 프로그램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을 비롯해,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을 다룬 ‘7번국도’ ▲세월호 참사가 주제인 ‘명왕성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시각적 표현로 풀어낸 ‘Human Fuga(휴먼 푸가)’ 등 다채로운 작품이 남산예술센터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2018년 시즌 프로그램이 한국사회가 당면한 문제의 근원을 점검하는 작가들의 움직임을 포착했다면, 2019년 시즌 프로그램은 대규모 사회적 참사에 주목하여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 연극적 방식으로 담아낼 예정이다.

2019년 시즌 프로그램의 막을 올리는 ‘7번국도’(작가 배해률 / 연출 구자혜, 4 월 17 일 ~28 일)는 남산예술센터 상시투고시스템 <초고를 부탁해>를 통해 발굴된 작품이다.

<서치라이트 (Searchwright)>에서 낭독공연으로 관객들과 먼저 만났고 이어 시즌 프로그램까지 단계별 제작 시스템을 거쳤다. 지난 낭독공연에 이어 구자혜 연출이 함께 해 사회적 참사의 피해자들을 연극이 어떻게 직시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젊은 극작가 배해률의 첫 장막 희곡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극단 코끼리만보와 공동제작하는 ‘명왕성에서’(작/연출 박상현, 5 월 15 일 ~26 일)는 세월호 당시의 실제 증언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성 작품이다.

동시에 사회적 참사로 희생된 망자들과 남겨진 이들을 다시 불러내어 그동안 유보시켜온 고통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진혼 ( 鎭魂 ) 을 시도하는 씻김굿의 의도를 지녔다.

작품은 세월호 참사 5주기를 기억하며, 지금은 우리 곁에 없는 망자들이 함께 있다는 각성을 하게 만든다. 제8 회 벽산희곡상 수상작인 서민준 작가 원작의 ‘묵적지수’(작 서민준 / 연출 이래은, 6 월 26 일 ~7 월 7 일)는 달과아이 극단과 공동제작한다.

남산예술센터는 새로운 창작극을 발견하고 극작가의 창작 활동과 공연 제작 지원에 힘쓰고자 벽산문화재단과 지속해서 교류해왔다. 올해는 춘추전국시대 사상가 묵자와 초혜황이 모의전을 했다는 일화를 바탕으로,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작가의 연극적 상상력이 무대 위에서 동시대적 언어로 탄생한다.

한편, 지난해 서울예술대학(학교법인 동랑예술원)이 10여 년간 드라마센터 (현 남산예술센터) 를 임차해 운영해 온 서울시에 문화사업계약 종료를 요청함에 따라, 남산예술센터 존속 여부가 흔들리면서 공공성과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연극인들의 움직임이 있었다.

이에 남산예술센터는 ‘드라마센타, 드라마 / 센타 (가제)’(작 이양구 / 연출 류주연, 9 월 18 일 ~29 일)를 기획해 극장을 둘러싼 현재진행형 이슈와 쟁점을 정면으로 다루고, 현장 연극인들과 협업과 연대를 강화하기로 했다.

역사적 사료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드라마센터의 근본적인 과거사 바로잡기와 동시에, 동시대 공공극장의 존재 의미에 질문을 던진다.

시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양구 작가가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에게 질의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졌다. 서울문화재단은 지난해 말 그동안 독립 본부로 존재하던 남산예술센터와 삼일로 창고극장을 지역문화본부 산하 극장운영팀으로 배치하는 조직개편을 승인했다.

극장의 총괄 운영 및 결정 권한을 지역문화본부장에게 일임함에 따라 기존 극장장 직제와 권한은 없어지고 극장장은 남산예술센터 공동제작 작품의 예술감독 보직만 담당하게 됐다.

이에 연극계 관계자들은 '공공극장의 운영원리와 독립성·자율성 보장을 위한 긴급토론회'를 열어 "남산예술센터가 정체성을 상실할 수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 작가는 극장운영 직원들에 관한 결재를 극장장이 아닌 지역문화본부장이 하는 등 행정 및 인사권이 서울문화재단에 있다면 극장이 자유롭게 운영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를 남산예술센터에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극계에는 블랙리스트 트라우마가 있고, 지금 대표님이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해도 시스템이 변하지 않는 한 언제든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박원순 시장이 독립성 및 자율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종휘 대표는 이에 대해 "남산예술센터와 삼일로 창고극장을 조직상 독립된 단위로 분리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관련된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면서도 "행정 및 인사권은 계속 지역문화본부에 둘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극장의 독립성 및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연극계 우려를 인정하면서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동숭아트센터 등 관리할 공간이 계속 생길 텐데 매번 별도 조직으로 둘 수 없어 큰 단위로 통합한 것"이라며 "각 공간과 직원들 간의 형평성 및 효율성을 고려해 운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도 프로그램 라인업 등은 극장장과 삼일로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고, 결재가 필요한 것은 사실상 이미 계획된 것들에 대한 지출내역 처리 등"이라며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킬 수 있도록 재단 시스템을 혁신 개선해달라는 연극계 요청은 앞으로 논의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연극계는 김 대표의 약속이 미봉책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연극계 한 관계자는 "남산예술센터는 사회적인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작품을 만드는 데 서울시 산하 기관이 운영에 관여한다면 서울시에 비판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겠느냐"며 "이미 블랙리스트 사태를 겪은 연극계로서는 개인의 약속이 아닌 시스템과 조직의 변화만이 유효할 것이라는 생각에 반발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1년 동안 올려질 작품들에 수식어를 붙이자면 ‘아직도 끝나지 않은’ ‘여전히 남아 있는’ 정도가 될 거예요. 몇 년 간 ‘사회적 참사’로 불리는 여러 사건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연극을 책임지고 있는 창작자들은 이런 사건이 빨리 종결되길 바라지 않습니다. 망각하지 않도록 하는 거죠. 남산예술센터에 올라가는 작품들도 그런 맥락입니다.

”오래 전부터 한 작가와 예술적 공감대를 만들어온 것으로 알려진 배 연출은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일반적인 방식으로 올리지 않을 수 있어 공연하게 됐다"면서 "소설을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이라면 안 했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소설로도 충분한데, 왜 연극으로 옮기느냐. 릴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같은 문제의식을 두고) 소설이 할 수 있는 방식이 있고, 연극이 할 수 있는 방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은 사회적 고통을 기억하는 방식에 대한 문제다.

이렇게 릴레이식으로 다양하게 영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하다. 그 지점이 한 작가와 맞은 부분이다.

"한편 극장의 운영주최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우연 극장장은 "임대와 위탁이 3년 단위다. 임대와 위탁운영이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에 되어있다. 사실 2020년까지는 다른 프로그램을 세울 수는 없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서울문화재단은 14년 된 공공기간이다. 김종휘 대표는 "남산극장과 삼일로 창고극장은 조직도에서 독립된 단위로 뽑겠다고 약속했다. 공공에서 운영하는 여러가지 극장이 있다. 공공기간이 운영하는 극장 시설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조직화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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