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들이 뮤지컬 쪽으로 와서 제대로 못하는 꼴은 용납할 수 없어'

[무비톡 김상민 기자] 31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뮤지컬 '잭더리퍼'의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환희, 켄, 신성우, 최성원, 서영주, 김법래, 강성진, 스테파니, 김여진,  이건명 등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2009년 초연된 후 10주년을 맞이한 '잭더리퍼'는 매춘부만 노리는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려는 형사와 희대의 살인마, 살인에 연루되는 외과의사와 특종을 쫓는 신문기자의 이야기를 치밀한 구성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2009년 초연 공연 이후 4차례 앙코르 공연을 선보였고, 일본 공연에서는 매진되기도 했다. 우선 `잭 더 리퍼`의 무대는 조화롭다. 오랜 시간 함께한 배우들의 연기와 칼군무를 방불케 하는 앙상블의 합(合)은 감탄을 자아낸다.

화려한 클럽과 으슥한 뒷골목을 오가는 무대 연출과 `이 도시가 싫어` `나는 살인마 잭`과 같은 대표곡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수미상관으로 마무리되는 극 중 전개는 몰입도를 높인다.

체코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우리 입맛에 맞게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소재를 제외한 줄거리와 등장인물이 다 바뀌었다. 2009년 초연 이후 네 차례 앙코르 공연을 하며 흥행에 성공해 일본으로 역수출 되기도 했다.

2012년 도쿄 아오야마극장 공연 당시 전석 매진과 전회 기립이라는 기록을 남기며 한류 뮤지컬의 원조로 불린다. 의협심 강한 외과의사 다니엘 역에 엄기준, 최성원, 정동하, 환희, 켄이 출연한다. 런던을 공포로 몰아넣은 광기 어린 살인마 잭은 신성우, 서영주, 김법래가 함께한다.

잭의 정체를 쫓는 앤더슨은 이건명, 민영기, 김준현, 정필립이 연기한다. 강성진과 장대웅은 앤더슨과 함께 살인마의 정체를 찾는 특종 기자 먼로 역에 캐스팅 됐다.

스테파니와 김여진이 다니엘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당찬 여인 글로리아로 분한다. 앤더슨의 옛 연인 폴리 역에 백주연과 소냐가 무대에 오른다. 특히 이번 '잭더리퍼'의 10주년 공연이 눈길을 끄는 것은 배우로도 참여하는 신성우가 연출까지 맡았다는 것이다.

이날 신성우는 연출을 맡은 소감을 묻자 "훌륭한 작품을 이끌게 돼 겁도 나고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 그런데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까 연출을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흐뭇해 했다. 

이번 시즌에 연출이자 배우로 무대에 오른 신성우는 10주년 기념 공연의 특별함으로 "'잭 더 리퍼'는 각 캐릭터의 디테일한 부분이 중요하게 드러나야 된다.

그런데 그런 부분이 일부 감춰져 있었다"며 "잭과 다니엘의 관계성에 있어서 잭과 다니엘의 관계성이 불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정리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을 함께 한 이건명은 "신성우라고 하면 '남자'라는 단어가 딱 떠오른다. 하지만 이번에 연출을 하시면서 참고 또 참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모습을 계속 보게 될 정도로 생소하고 인상깊었다. 좋은 모습이었다"고 했고, 이를 들은 신성우 역시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또 신성우는 이번 '잭더리퍼'가 기존의 '잭더리퍼'와 다른 점에 대해 "일단은 힘들었던 점은 시간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두달 조금 넘는 시간을 주고 이 작품을 완성해 달라고 부탁받았다.

집에 아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개인적인 일을 중지하고 이전 버전의 모든 대본들과 영상들을 보면서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번 10주년을 맞이하면서 그동안 희석된 캐릭터들을 더 잘 보여주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건명은 "그래서인지 제가 처음 '잭더리퍼'를 만났을 때의 느낌을 받았다. 연출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고, 신성우는 "배우들이 너무 대단하다. 10주년의 이 기쁨을 관객분들께 고스란히 돌려주자는 그 마음에 배우들이 흔쾌히 따라줬다.

거기서 너무 많은 힘을 얻었다. 여러분들은 공연장에 오셔서 즐기실 일만 남았다. 다 가져가셔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성원 역시 "작품이 영화와 같은 느낌이었고,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상상을 불러일으켰던 작품이라 참여하고 싶었다.

관객분들도 그렇게 느끼셨을 것 같다. 10주년 기념 공연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뜻깊고 영광스럽다. 모든 분들이 많이 노력했다. 10년 동안 해왔던 작품이라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했다. 그런 애정들이 관객분들께도 고스란히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앤더슨 역을 맡은 김준현은 "10년간 해 왔던 것을 기본으로, 좀 더 디테일을 넣었다"며 "의미나 표현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소통을 했다"고 했다. 프레스콜에서 무대를 선보이지는 않았지만 정필립은 앤더슨 역으로 새롭게 합류했다.

정필립은 "너무 좋은 배우님들과 함께해서 이런 영광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경험이 모든 일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동료 배우들이 저의 모습을 다 봐 주고 모든 걸 가르쳐 주고 있다. 앤더슨이라는 걸 후회하지 않게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작품을 한 달여 앞두고 불면과 탈모에 시달릴 만큼 부담감이 컸다." 이날 행사에서 환희는 20년차 가수 경력 타이틀을 뒤로하고 뮤지컬 영역에 첫 발을 내디딘 소감을 전했다.

그는 "초반에는 다같이 모여 연습하고 집으로 돌아가 혼자 새벽 5시까지 연습을 반복했다"며 "연출가(신성록)가 대선배 가수고 가수들이 뮤지컬 쪽으로 와서 제대로 못하는 꼴은 용납할 수 없다고 해 자다가도 연출가 얼굴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작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진 않을까 싶을 정도로 걱정한 만큼 굉장히 노력했으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켄은 '잭더리퍼' 10주년 공연에 출연하게 된 이유에 대해 "많지는 않지만 여러 작품들을 하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을 했다.

'잭더리퍼' 10주년 공연이 굉장히 의미가 있어서 욕심이 생겼다. 잘 하려고 하는 마음 때문인지 실수도 많았다. 대단하신 선배님들이 계시니까 피해를 주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저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싶은 생각이 커서 열심히 했다. 부담도 많이 됐지만 공연을 올리면서 정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많이 사랑해달라"고 말했다. 

소냐는 앞서 '잭 더 리퍼'에서 글로리아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소냐는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 글로리아로 연락을 받았다"면서 "앤더슨 역 배우들 연령대가 많이 낮아져서 폐가 될까봐 정중하게 여쭤봤다"고 털어놨다.

이번에 공개된 '잭 더 리퍼' 무대는 그동안 해당 공연이 선보였던 자연스러운 무대 전환과 어두운 분위기를 그대로 담고 있었다. 앞서 공연에 참가한 바 있는 배우들이 다수 포진한 만큼,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도 나무랄 데 없었다. 이번 시즌에서도 '잭 더 리퍼'는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무대로 이번 시즌에도 충분히 관객들을 압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꾸준히 일부 관객들은 '잭 더 리퍼'가 살인을 희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고, 대부분 여성 인물이 매춘부라는 점을 꼬집기도 했다. 이번 시즌 연출이 바뀌면서 공연에도 큰 전환점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됐지만,

이러한 부분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꾸준히 제기된 논란에 대한 판단은 2019년의 관객들이 내릴 것이다. 뮤지컬 '잭 더 리퍼'는 서울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오는 3월 31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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