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린 연주에 걸맞게 신들린 연기'

[무비톡 김상민 기자] ‘파가니니’ 프레스콜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파가니니 역의 콘과 루치오 역의 김경수, 콜랭 역의 서승원·이준혁, 아킬레 역의 박규원·유승현, 샬롯 역의 유주혜·하현지가 참석해 주요 장면을 시연했다. 

뮤지컬 ‘파가니니’는 1840년 프랑스에서 숨을 거둔 피콜로 파가니니가 교회의 반대로 고향인 이탈리아 제노바 교회 묘지에 묻히기까지 36년이 걸린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극 중에서는 1840년 파가니니가 숨을 거둔 후, 그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이유로 교회 공동묘지 매장을 불허 당하고, 이에 아들 아킬레가 아버지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길고 긴 법정 싸움을 시작하며 펼쳐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범인(凡人)의 재능을 뛰어넘은 천재 예술가 파가니니(콘/KoN 분), 바티칸의 비밀 기사단인 인퀴지터(종교재판관)이자 전설의 악마 사냥꾼 루치오(김경수 분), 그의 재능을 돈벌이로 이용하려는 콜랭(서승원, 이준혁 분), 콜랭의 약혼자이자, 

오페라 가수 지망생으로 파가니니의 재능을 높이 산 샬롯(유주혜, 하현지 분), 여기에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려 재판에 나선 아들 아킬레(박규원, 유승현 분)가 극의 설명자로 분해 파가니니가 악마의 재능을 빌렸다는 속설을 파헤친다.

이 작품은 대전예술의전당과 제작사 HJ컬쳐가 공동 제작해 지난해 12월,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초연됐다. 5일간 총 8회 공연 중 5회가 매진을 기록했을 정도로 성공적인 초연으로 기록됐고, 그 열기는 서울 공연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역사상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평가받는 니콜로 파가니니(1782∼1840)는 “음악을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이유로 중세 시대엔 중요한 의미를 지녔던 교회내 공동묘지 매장을 금지당한다. 이에 아들 아킬레가 종교재판 법정에서 교회의 권위와 맞서는데서 뮤지컬은 시작된다.

무대는 천재적 재능과 쇼맨쉽으로 연주회 관중을 집단 혼절시켰다는 등 숱한 일화를 만들었던 파가니니 일대기로 이어진다. 무대에서 돋보이는 건 젊은 배우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다.

특히 파가니니와 뗄 수 없는 관계인 그의 명곡 바이올린 협주곡 2번 3악장 ‘라 캄파넬라’ 등을 락 버전으로 무대에서 직접 연주하는 난제를 소화해낸 주인공 콘(KoN·본명 이일근)은 마치 그를 위해 만들어진 뮤지컬인 듯 열연한다.

서울예술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 기악과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성악을 부전공한 콘은 20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파가니니라는 존재는 바이올리니스트에겐 전설같은 존재”라며 “신들린 연주를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한다”고 말했다. 

HJ컬쳐의 대표 한승원은 이번 작품 배우 캐스팅과 관련해 "현재까지 많은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무대위로 올리고 있다. 이들을 무대 위로 올리기에는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 등이 필요하다. 힘도 많이 들지만 가장 하고싶은 작품이고, 가장 만나보고 싶은 인물들이기 때문에 이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파가니니라는 작품도 가장 만나보고 싶은 음악가중 한명이 파가니니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파가니니>라는 작품을 준비하면서 정말 많은 배우들을 캐스팅 보드에 올리고 만났지만 KoN이라는 배우가 없었으면 이 작품은 완성될 수 없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파가니니 역을 맡은 배우 KoN은 "내가 파가니니라는 사람이 돼서 연주를 하다 보니, 그 전과는 다르게 깊게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파가니니라는 바이올리니스트는 바이올린을 하는 사람들에겐 떼 놓을 수 없는 음악가다"고 말했다. 

이어 "앞서 다양한 뮤지컬을 통해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기존에 클래식 연주와는 다르게 뮤지컬에서는 액션또한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어려운점이 많았던 것 같다"며 "노래와 연주 모두 잘 할 수 있도록 연습하고 있고, 조금 더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가니니 역에 실제 바이올린 전공자이자 액터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는 콘이 활약하면서 극 중 등장하는 바이올린 연주 50% 이상을 직접 연주한다.

그는 앞서 뮤지컬 '모비딕', '페임' 등을 통해 무대 경험을 쌓은 바 있다. 극 중에서는 파가니니의 '24개의 카프리스'와 '바이올린 협주곡 2번-라 캄파넬라' 등을 록 클래식으로 편곡한 버전이 등장하거나 파가니니의 솔로 연주 장면이 있어 프로 연주자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이에 콘은 “개인적으로 바이올린 전공자이긴 하지만 예술은 다 통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시도가 있어야 또 그에 관한 새로운 길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특히 파가니니라는 존재는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게는 정말 전설적인 분이어서 이 뮤지컬만큼은 진짜 파가니니가 바이올린을 신들린 듯 연주하는 무브먼트가 나와야 더 멋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지원하게 됐다."

"뮤지컬이라는 형식을 빌려 제가 파가니니가 되는 거여서 정말 큰 영광이고, 그동안 바이올리니스트로는 파가니니의 곡을 연주만 했었는데 지금은 파가니니라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어떤 마음으로 연주했을까 하는 부분까지 깊게 생각하면서 표현하다 보니 저로서도 새로운 경험이었고 특히 뮤지컬을 통해 파가니니가 더 많이 알려진다면 전공자로서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일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현실적으로 대체 불가능한 파가니니 역의 콘 외에도 바티칸 사제 루치오 역의 김경수도 원 캐스트로 분한다. 극의 중심이 될 두 인물이 원 캐스트로 분하는 만큼, 보다 완벽한 호흡을 만들어낼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루치오 역의 일부 넘버는 고난도를 자랑한다고 알려진다.

이에 김경수는 “과분하고 어려운 곡임에는 틀림없는데, 작곡가님께서 최대한 제 음역에 맞춰서 곡의 음역을 설정해주셨고 저는 그냥 편하게 그 상황에 이입해서 열심히 넘버를 소화하는 중이다. 즐겁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콜랭 역의 서승원은 “초연이라는 부담이 컸다. 초연에서 캐릭터를 잘 잡아놔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다행히 더블 캐스트여서 같이 논의하면서 고민할 수 있었고, 배우로서는 악역이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악역이 등장하는 많은 작품을 보면서 저만의 제스츄어를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제 안에는 선이 더 많은데 악을 드러내려니 불편한 감이 없지 않았다.”고 너스레를 보태 웃음을 자아냈다. 

‘샬롯’ 역의 하현지는 “이번에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파가니니의 뮤즈를 연기하고 있다. 전에는 털털하거나 폭주하는 역할을 많이 했었기 때문에 내 안에 있는 인간적인 아름다움을 어떻게 잘 드러내면서 파가니니와 잘 화합할 수 있을까,

좀 더 세련되고 품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그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밝혔고, 같은 역할의 유주혜는 “샬롯은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넘치는 캐릭터여서, 사람들은 파가니니를 악마라고 하지만 파가니니와 샬롯은 음악 안에서 통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왜 파가니니인가’하는 물음에는 김은혜 작가가 답했다. 그는 “저를 포함한 대중이 알고 있는 파가니니의 이미지와 광고 속 세련된 파가니니의 음악, 또는 실제 파가니니의 이야기와 떠도는 소문들이 너무나 다르더라.”며 “그분의 엄청난 유명세에 비해 남아 있는 것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고,

그의 인생과 남겨진 음악이 다르고, 그의 음악을 소화하고 있는 분야가 너무나 다양하기도 해서 과연 관객이나 대중이 파가니니의 어떤 부분을 가장 궁금해하고 매력적으로 느낄까, 그 고민을 제일 많이 했던 것 같다.”며 “최대한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가져와서 극에 녹이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은영 연출은 “HJ컬쳐가 예술가를 다룬 작품을 많이 했는데, 대부분 그들의 삶을 이야기했다면 ‘파기니니’는 왜 그가 ‘악마’라고 불렸는가에서 출발했다. 

악마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가 악마라고 불렸을 때 과연 누가 악마인가, 그 주변인들의 욕망에 시선을 담고 있는 작품이어서 파가니니가 심판대에 올라갔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는지, 파가니니는 어떤 선택을 하고 살았는지, 그런 의도에서 출발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김은영 연출은 작곡을 맡기도 한 만큼 음악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그는 “파가니니의 음악은 이미 너무나 유명해서 그대로 고증하기보다 그 당시 파가니니가 강렬하고 자극적인 록스타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파가니니의 아름답고 위대한 선율들을 록 장르에 녹이면서 좀 더 자극적인 이미지로 록-클래식 콘셉트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리얼 액터뮤지선의 활약으로 만날 뮤지컬 ‘파가니니’는 오는 3월 3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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