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작영화의 부진 오히려 약진의 발판

포스터= 극한직업, 그린북

[무비톡 홍장성 에디터] 크리스마스 시즌 전후로 개봉한 한국 대작영화의 부진이 1월 극장가에까지 파장을 미쳤다. 1월 한국영화 관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5.0%(211만 명 ↓) 감소한 1,195만 명이었고,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7%(132억 원 ↓) 줄어든 996억 원을 기록했다.

외국영화 관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0.5%(271만 명 ↓) 감소한 617만 명을 기록했고, 매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26.7%(188억 원 ↓) 줄어든 515억 원을 나타냈다. 외국영화는 올 1월 경쟁력 있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부재로 관객 수가 감소했는데, 한국영화로서 이는 관객 상승의 기회였다.

그러나 <마약왕>(쇼박스), <스윙키즈>(NEW), <PMC: 더 벙커>(CJ) 등 제작비 150억 원 이상의 대작영화 3편이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동시기에 개봉하면서 과다경쟁을 펼쳤고, 이것이 패착이 되어 3편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는 전체 영화 관객 수가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1월 전체 관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1.0%(482만 명 ↓) 감소한 1,812만 명을 기록했고,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5%(320억 원 ↓) 줄어든 1,511억 원을 나타냈다. 1월 전체 흥행 1위는 481만 명을 동원한 <극한직업>(2019-01-23)의 차지였다.

사진= 전체 흥행작 상위 10위

순제작비 65억 원의 중급영화 <극한직업>은 겨울 성수기에 볼만한 영화가 없어 영화 관람을 미뤘던 관객들을 극장으로 모두 불러들였고, 12월과 1월의 관객 감소분에 설 대목 관객까지 모두 가져간 결과 2월 17일 기준으로 1,454만 명의 누적 관객을 기록하며 역대 전체 영화 흥행 순위 2위에 등극했다.

<말모이>는 268만 명(2월 17일 누적 기준 286만 명)으로 1월 전체 흥행 순위 2위에 올랐다. <말모이>(롯데)는 크리스마스 시즌의 치열한 삼파전 경쟁에서 한걸음 물러나 1월 9일 개봉을 택한 것이 손익분기점(280만 명)을 넘길 수 있었던 주된 이유가 되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대작영화가 한꺼번에 몰린데다 흥행까지 부진했던 덕분에 1월 초부터 <극한직업>이 개봉하는 1월 23일 전까지 2주간의 한국영화 틈새시장이 생겼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백까지 더해지면서 <말모이>와 <내 안의 그놈>이 선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말모이>와 같은 날 개봉한 <내 안의 그놈>은 1월 한 달간 189만 명을 모아 3위를 기록했고, 손익분기점(150만 명)까지 돌파했다.

<극한직업>(481만 명), <PMC: 더 벙커>(49만 명) 등 5편을 배급한 씨제이이앤엠(주)가 관객 수 538만 명, 관객 점유율 29.7%로 배급사 순위 1위를 차지했다. <말모이>(268만 명), <범블비>(39만 명) 등 5편을 배급한 롯데컬처웍스(주)롯데엔터테인먼트는 관객 수 310만 명, 관객 점유율 17.1%로 2위에 올랐다.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175만 명), <글래스>(46만 명) 등 3편을 배급한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유한책임회사는 관객 수 222만 명, 관객 점유율 12.2%로 3위에 자리했다.

사진= 다양성 영화 상위 10위

지난해 7월 창립한 투자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는 첫 배급작인 <내 안의 그놈>(189만 명) 1편으로 관객 점유율 10.4%를 기록하며 4위에 오르면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예술영화가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1960년대를 배경으로 흑인 뮤지션과 백인 운전사의 우정을 그린 <그린 북>이 22만 명을 모아 1월 독립·예술영화 흥행 1위에 올랐다.

제71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인 레바논 극영화 <가버나움>은 아이와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억압을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고발한 여성 감독의 연출작으로 3만 8천 명의 관객을 기록하며 독립·예술영화 순위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자연과 공존하는 노년의 삶을 다룬 일본 다큐멘터리 <인생 후르츠>는 2만 7천 명으로 4위에 자리했다.

1월 예술영화 관객이 증가한 것은 겨울 시즌 대작영화의 부진으로 볼만한 영화가 부족해졌고, 이에 관객들이 독립·예술영화로 눈을 돌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한국 독립·예술영화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활로 모색이 절실한 시점이다.(제공 영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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