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보는 빈 객석, 꽉 찬 객석에 박수 치는 관객, 그 냄새가 너무 그리워

[무비톡 김상민 기자] 19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뮤지컬 '킹아더'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배우 장승조, 한지상, 고훈정, 임정희, 간미연, 이지수, 임병근, 장지후, 니엘, 리사, 박혜나, 최수진, 김찬호, 강홍석 등이 참석해 장면 시연과 기자간담회를 했다. 

간담회에는 프로듀서 오훈식·연출가 오루피나·음악감독 신은경·안무가 채현원이 참석했다. 뮤지컬 '킹아더'는 원탁의 기사나 아더왕의 전설로 우리에게 익숙한 아더왕을 다룬 작품이다. 전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판타지 색채를 덧입혀, 바위에 박힌 엑스칼리버를 뽑은 아더가 왕이 된 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품은 평범한 청년에서 왕으로, 백성을 구하는 영웅으로 성장하는 아더의 인간적 면모에 집중한다. 아더 외에도 각각 인물들이 가진 고유의 개성을 살리며 보다 풍성한 이야기를 전한다. 

원탁의 기사 중 가장 충성스럽지만 아더의 아내 귀네비어와 사랑에 빠지는 '랜슬롯'은 배우 임병근, 장지후, 니엘이 맡는다. 니엘은 첫 뮤지컬 데뷔로 "사랑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느끼게 해준 작품"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 외에도 아더와 사랑에 빠지는 '귀네비어' 역은 배우 임정희, 이지수, 간미연이 캐스팅됐다. 진짜 신분을 숨긴 떠돌이 이야기꾼 '모르간'은 배우 리사, 박혜나, 최수진이 맡는다. 아더와 적대적 관계로 긴장감을 선사하는 '멜레아강' 역은 배우 김찬호, 이충주, 강홍석, 마법사 '멀린' 역은 배우 지혜근이 무대를 소화한다.

오훈식 프로듀서는 "트렌디한 음악과 판타지적 요소, 우리에게 생소한 프랑스 뮤지컬의 구성이 어떻게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질지 생각했다.

조금 낯설 수 있지만 이런 작품이 계속 시도된다면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킹아더'의 새로운 부분이라면, 기존 대극장에서 쓰여지던 방식이나 음악의 편곡, 안무, 구성 등이 조금씩 변주됐다는 것이다. 장면마다 새로운 편곡이나 안무 등 요소가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원작이 프렌치 팝 요소를 담았다면, 한국 공연은 전자사운드와 오케스트라, 강렬한 리듬으로 트렌디함을 더욱 부각시킨다. 원작과 달리 한국 공연에서는 '다시 일어나리라' 리프라이즈와 '새로운 시작' 리프라이즈가 새롭게 담긴다. 또 멜레아강과 모르간이 부르던 넘버 '나의 싸움'이 아더와 모르간이 부르며 순서와 가사가 바뀌었다.

극 중 랜슬롯의 마지막과 모르간의 마지막 장면도 원작과 달라진다. 신은경 음악감독은 "원작이 가진 프렌치 팝 고유의 특징을 아예 배제시키려 하진 않았다. 이들의 장점에 현대음악의 트렌디함을 합친 것이 편곡의 핵심이다. 원작에서도 음악이 없는 부분이 거의 없다.

곡 사이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싱어와 댄서가 구분된 원작과 달리 앙상블도 노래를 하는 차이가 있다"며 "원곡이 벌스(절)와 코러스가 일정하게 반복되는 특징이 있는데, 그 마무리를 우리만의 해석으로 하기 위해 배우들과 많이 상의했다. 엔딩 처리가 다르게 된 부분들이 재미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채현원 안무감독은 "처음부터 끝까지 퍼포먼스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일반 대극장 공연보다 훨씬 많다. 최근 많이 듣는 단어가 '낯설다'지만, 그런 면이 오히려 저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다소 낯설고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정말 앙상블 배우들이 열심히 했다.

잘하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퍼포먼스의 완성도는 낮지 않다"고 자신했다. 장승조는 "이제 시작했는데 마무리까지 최선을 다해 관객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아더의 변화의 폭을 다양하고 깊게 가져가고 싶다.

철부지 청년에서 모든 걸 내려놓고 진짜 왕이 된 아더, 변화의 폭을 다채롭게 보여주기 위해 그 부분을 집중했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2년 만에 무대에 서 설렘과 긴장감을 갖고 연습을 시작했다.

워낙 훌륭한 배우들과 창작진, 스태프들과 함께 해 두 달의 연습 기간 동안 기쁘고 감사한 시간을 보냈다. 지금도, 또 앞으로도 있을 두 달의 공연 시간도 기대된다. 관객에게 좋은 모습을 파이팅있게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2년만에 무대 복귀인 장승조는 "무대가 그리웠다. 무대에서 바라보는 빈 객석, 꽉 찬 객석과 박수를 치는 관객들, 그 냄새가 그리웠다. 같이 했던 배우들, 해보고 싶었던 배우들을 보고 도전하고 싶었다. 연습 시간이 너무 즐겁고 기뻤다. 그 감정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장승조는 2005년 뮤지컬 '청혼'으로 데뷔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로미오와 줄리엣', '이순신', '늑대의 유혹', '쓰릴미', 블랙메리포핀스', '셜록홈즈', '나쁜자석', '마마 돈 크라이', '모범생들', '구텐버그', '블러드 브라더스' 등 무대에서 활동했다.

이후 드라마 '훈장 오순남', '돈꽃', '아는 와이프', '남자친구' 등 안방에서도 활약했다. '킹아더'는 '더데빌' 이후 2년 만의 무대 복귀작이다. 한지상은 "개인적으로 아더의 압박, 부담감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말도 안되는 임무를 부여받았을 때 느끼는 고통을 이기고 깨달음에 도달하는 여정이 저희 배우들과도 닮았다"며 "앙상블 배우들이 정말 어마어마한 안무를 소화하고 있다. 너무 열심히 해서 그 에너지가 다른 배우들에게 영감을 준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임병근은 "아더도 고뇌하는 캐릭터지만 렌슬롯도 괴로워하는 캐릭터다. 아더왕의 충신이자 귀네비어의 연인으로서 그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하고 고심하는 캐릭터다. 렛슬롯이 나오는 모든 장면이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표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지후는 "어떻게 생긴 갈등인지가 제일 중요하다. 렌슬롯의 갈등을 충분히 표현하기에는 서사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해진 시간 안에서 사랑에 빠지고 기사로서 명예도 지켜야 한다. 제약된 부분 안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 귀네비어 배우들이 다 아름다워 사랑에 빠지는 게 무리가 없다.

아더가 맞이한 운명처럼 렌슬롯도 아픈 운명을 마주하지 않나 한다. 최선을 다해 사랑에 빠지고 충성을 다하려고 노력한다"며 연기의 방향을 밝혔다. 극 중 랜슬롯이 귀네비어와 사랑에 빠지는 설정에 대해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사랑에 빠지는 장면이 많이 없는데 어떻게 가능하냐’고 묻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사랑이란 이유 없이 찾아오는 거지 않나. 때문에 ‘킹아더’는 사랑이 아름다운 동시에 무섭기도 하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다. 연기하면서 ‘나라면 무엇을 선택했을까’ 고민에 빠진 적도 많은데, 극 중 랜슬롯의 선택을 보면서 사랑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니엘)” 

리사는 "준비를 많이 했다. 연습실에서 느낀 건데 아더들이 똘똘 뭉쳐 고민하고 고뇌했다. 모든 역할을 맡은 배우, 스태프 등 모든 사람들이 정말 많이 고민했다. 보는 분들이 여기는 조금 이상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나중에는 다같이 박수치면서 재밌게 즐기는 공연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했다.

고훈정은 “아더를 표현하면서 저에게 중요했던 건 사랑”이라며 “작은 의미의 사랑, 큰 의미의 사랑 얘기 아닌가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아가페든 에로스든 사랑에 대한 즐거움, 무게감, 비참함 등이 다가올 때 그 캐릭터로서 어떻게 직면해야 하고 풀어가야 하는지 고민했다. 진짜 사랑, 순수한 사랑 등에 대한 느낌과 감정들을 캐릭터에 대입해 구현하려고 노력 중이다.” 

Q‘킹아더’로 이루고 싶은 성취가 있다면 

“뮤지컬이라는 장르도 여러 갈래로 나뉜다. 정통 뮤지컬의 공식대로 만들어진 클래식한 작품과 반대의 작품이다. 조금 더 나아가면 음악을 변화하거나 전통적인 느낌을 살린다든지 여러 방식이 있다.

‘킹아더’는 그 중에서도 기존의 대극장에서 쓰던 것과 다른 방식을 추구한다. 특정 분야가 특이하다는 게 아니라 음악의 편곡부터 안무, 구성까지 모든 장면, 요소가 다르다.

이를 통해 뮤지컬을 많이 보는 관객은 물론, 처음 보는 관객들도 ‘이런 걸 뮤지컬에서 볼 수 있구나’ 느끼도록 하는 게 목표다(오훈식 프로듀서)” 

Q프랑스 뮤지컬 ‘킹아더’를 국내로 들여온 이유는
“원작 뮤지컬이 가진 생소한 구성과 매력이 우리나라 관객들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했다. 동시에 낯선 작품들이 계속 시도되고 만들어지는 것만으로 국내 공연계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기대했다. 현재까지 우리는 만족하고 있다(오훈식 프로듀서)”

Q스몰 라이선스 형태로 상당 부분 각색 과정을 거쳤다고

“원작은 화려한 쇼의 느낌이다. 국내 버전은 캐릭터마다의 스토리와 그 성격이 단단하기를 바랐다. 또 원작 뮤지컬 자체가 프랑스 작품들에 비해 대사가 많은데,

이번 ‘킹아더’에서는 대사뿐만 아니라 가사에서도 캐릭터 각각의 특징을 잘 살리는 단어를 사용하는 등 고민을 거듭했다. 나뿐만 아니라 연습 기간 동안 배우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조정해나갔다(오루피나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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