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 김상민 기자] 연극 '단지 세상의 끝'이 개막을 앞두고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프레스콜을 진행했다. 기자간담회에는 제작 극단 프랑코포니의 임혜경 대표, 연출 까띠 라뺑, 배우 전준용, 홍윤희, 김상보, 성여진, 이지현이 참석해 작품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단지 세상의 끝’은 자신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집으로 돌아온 아들과 그 가족들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프랑스의 작가 장-뤽 라갸르스이 쓴 희곡으로 2013년 극단 프랑코포니에서 국내 최초로 소개했다. 2016년 캐나다 퀘벡 출신의 영화감독 자비에 돌란이 영화로 만들어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바 있다.

 

‘단지 세상의 끝’은 오랜만에 마주하는 가족의 이야기지만 단순히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라 삶과 죽음 앞에서 보여주는 인간존재의 허위의식과 소통의 부재 등을 담는다.

1막과 짧은 2막 사이에 들어 있는 막간극은 고전극의 요소로 보이지만 지문이 없고 마치 자유시처럼 된 문장과 쉼표와 반복이 많은 대사를 활용하는 등 실험성이 돋보인다.

라뺑은 “인간이 태어나 죽음으로 이어지기까지 마치 거대한 굴레 같은 이야기”라고 ‘단지 세상의 끝’을 소개했다. 이어 “길고 긴 여행을 끝낸 인물이 가족에 귀환해 겪는 일은 호메로스의 ‘율리시스’부터 성경 그리고 현대까지 이어질 정도로 중요한 테마”라며 “깊이 있는 텍스트가 관객에 울림을 줄 것”이라 말했다.

 

까띠 라뺑 연출은 "연극이 먼저이긴 하지만, 영화에서도 봤듯 가족 이야기가 굉장히 중심적인 작품이다. 2013년 공연할 때도 가족의 드라마가 더 강조됐다.

이번에는 주제를 더 확대해 인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며 "작품 속에서 '루이'라는 인물이 가족의 일원이자 이방인, 직업은 연극배우다. 이를 확장해보면 우리도 각자 인생의 배우다. 그 이야기를 작품에서 강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아들의 귀환은 중요한 테마다. '돌아온다'는 것은 출발이 있었다는 의미다. 왜 인물이 떠났는지, 이 사람은 늘 남들과 달랐고,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었고, 돌아와 다시 이방인이 됐다. 한국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귀환, 귀향이라는 테마인데다 인간 존재의 생과 사의 서클을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작을 맡은 극단 프랑코포니는 2009년 창단해 불어권의 동시대 희곡을 한국에 소개해왔다. 창단 11주년을 맞아 그간 제작됐던 초연 작품 중 하나인 '단지 세상의 끝'을 재공연한다.

초연에 이어 다시 한 번 연출을 맡은 까띠 라뺑은 새로운 배우, 무대, 해석으로 초연과 다른 작품을 선보이고자 한다. 극단 프랑코포니의 임혜경 대표는 "사실 재공연하지 않는 극단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재공연은 꼭 필요하고 극단마다 레퍼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옴니버스 스타일의 짧은 느낌의 작품을 많이 했는데, 지난해 10주년이 되면서 작품을 돌아보다가 '단지 세상의 끝'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작품은 문학적으로도 시적이고 연극성이 뛰어나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도 들어있고, 제 개인적인 일까지 다 합쳐지면서 이 작품을 다시 해보고 싶다는 의욕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루이' 역은 배우 전중용이 소화한다. 배우 홍윤희가 '루이의 엄마' 역할이다. 루이의 남동생 '안투완' 역은 김상보, 그의 아내 '카트린' 역은 성여진, 막내동생 '쉬잔느' 역은 이지현이 맡는다. 전중용은 "반복되는 대사들이 많다.

극중 직업이 작가인데, 작가를 둔 집안 사람들이 개념을 다시 정확하게 전달하려고 하는 것 같다. 또 3~4페이지 정도 긴 독백이 많다. 작가가 반복해서 강조하고, 또 일상의 대화도 이런 방식이 아닐까 싶다.

각 배우들의 독백 차이가 있지만, 말을 하고 번복하고 수정하면서 강조하는, 일상과 다르지 않은 대화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사건이나 '시작-전개-결말' 등 단계가 뚜렷하지 않으며, 장마다 독립된 텍스트로 볼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콜라주 스타일이다. 또한 긴 1막과 짧은 2막 사이에 막간극이 들어가는 독특한 형식을 채용했다. 연극치고 140분의 긴 러닝타임이지만 신선함으로 관객들을 자극한다. 

 

배우 이지현은 "2시간으로 줄여보려고 했지만 가능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작품을 봐야할 매력이라면 배우들의 반복되는 독백이다.

각각 독백 안에서 표현되는 여러 가지 스펙트럼과 색깔을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며 "시간이 느껴지지 않게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랜 시간 가족을 떠났던 아들의 귀환을 다룬 '단지 세상의 끝'은 장-뤽 라갸르스의 연극적 실험이 돋보이는 연극이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가족의 이야기지만, 삶과 죽음 앞에서 보여주는 인간존재의 허위의식과 소통의 부재 등도 드러낸다.

 

무대 변화가 거의 없고, 대화보다 독백의 비중이 큰 이 작품에서는 배우들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 연극과 방송, 영화 등을 넘나드는 베테랑 배우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는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다만 혼자, 혹은 두 명만 등장하는 장면이 많아 무대를 가득 채울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면 관객들이 자칫 지루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1막과 2막 사이에 있는 막간극은 생뚱맞을 수도 있지만, 적절한 음악과 무용, 한 편의 시와도 같은 대사들이 어우러진다는 측면에서 연극에 신선함을 불어넣는다. ‘단지 세상의 끝’은 4월7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한다. 월요일에는 공연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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