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 이민혜 기자] 영화 <다시, 봄>(감독 정용주)이 4월 17일 개봉을 앞두고 무비톡이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은조' 역의 배우 이청아를 만나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영화 <다시, 봄>은 하루씩 거꾸로 흘러가는 타임 리와인드 무비로 인생의 유일한 행복인 딸을 사고로 잃은 후 절망에 빠진 '은조'(이청아)가 중대한 결심을 한 날, 

눈을 떠보니 시간이 어제로 되돌아가면서 불행했던 자신의 어제를 바꾸며 행복한 시간을 보냄과 동시에 마음이 초조해지던 중, 시간여행에 관한 미스터리한 키를 쥔 남자 '호민'(홍종현)을 만나면서 생기는 일을 그린다.

사진ⓒ 더홀릭컴퍼니

Q. 아직 미혼이다보니 아이가 없어서 엄마 역할에 대한 힘든 점은 없었나?

A. 아이가 없다보니 그 부분이 처음엔 어려웠다. 조카들도 이제 막 태어난지 얼마 안되서 익숙하지 않다.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었다. 감독님께서도 감성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셨고 딸 역할 했던 박소희양 어머님께서도 최대한 멀리서 지켜봐주셨다.

소희가 힘든 촬영도 있는데 소희 지켜봐주시는 어머님을 보면서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물에 빠지는 씬도 있었는데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드셨을 거다. 좋아하는 일을 믿어주고 지켜주신다는 것이 진짜 엄마구나 생각하며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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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하루하루 전으로 돌아갈 때 변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다.

A. 그 부분은 영화 프리 단계에서부터 고민이 많았다. 7년 전에 대한 미술적 고증은 그렇게 차이는 없었다. 10년 정도면 모르겠는데 의상도 별로 차이가 없다.

우리가 일단은 어려진다는 것이 목소리 외에는 머리길이로 표현한다거나 아이가 생기고나서는 외모에 신경을 못 쓰고 일과 육아에 좀 더 집중하지 않을까하는 부분에 차이를 줬다. 처음엔 신경을 덜 쓰는 느낌을 준 것 같다. 연기적으로 준비한 것은 톤의 차이였다.

아이가 뱃속으로 들어가고나서 더 밝아지는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싱글맘으로 지낸다는 것 자체가 되게 힘들 거다. 아이 아빠한테 알리지도 않은 설정이다. 시간이 좀 더 명시되면 좋은데 젊어져야하는 날에는 저녁에 라면을 좀 먹었다. (웃음)

첫 촬영 때는 전 날 물도 안 먹고 퀭한 모습을 만들었다. 목까지 마른게 보였다. 과거에는 혈색도 좀 있고 분장팀에서도 안하던 블러셔도 해주셨다. 전 날엔 물도 많이 먹고 일부러 짜게도 먹었다. 감독님께 증량하고 싶다고 3일만 달라고 했는데 여건상 안되서 컵라면 먹고 그랬다. 지민이랑 찍는날 많이 부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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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로맨스 분량이 시나리오부터 적게 나왔었나?

A. 시나리오 상에서 느꼈을 때는 더 적고 엄마의 초점에 맞춰져 있었다. 오히려 완성본을 보니까 '호민'이와 '은조'의 느낌이 이렇게 강했나 느낌이 들 정도로 영화가 전반부와 후반부가 있는 느낌이다. 아이를 되찾기 전까지는 스릴러 같고 그 뒤는 따뜻하고 삶을 되짚는다.

'예은'이에 대한 언급이 계속 있었지만 필요에 의해서 편집이 된 것 같다. '은조'라는 사람은 '예은'이라는 사람의 시간으로 돌리는 거에 중심이라 '호민'이에 대한 로맨스보다 '예은'이를 보고 싶은 마음에 여정에 고마워하는 것 같다. 극 중에서 '은조'는 40대의 정신으로 거꾸로 가서 35살 정도 되었을 때라 20대의 '호민'을 남자로 본다기보다 아들처럼 봤다.

사진ⓒ 더홀릭컴퍼니

Q. 홍종현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A. 종현씨와는 이번 작품에서 처음 봤다. 난 현장에서 분위기메이커는 아니다. 발랄한 역할할 때 이외에는 사람들한테 귀엽고 그런 편은 아닌데 종현씨와 경혜씨가 스탭들과 사람들에게 웃음을 많이 주고 현장을 기분 좋게 해줬다. 종현씨가 캐스팅 되었다고 했을 때는 외모도 화려하고 강렬한 악역을 본 적이 있어서 그런 기대를 했는데 현장에서 만나보니 소년같은 순수함이 있는 배우였다. 첫날 봤을 때 아직 보여지지 않은 색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고 그 멋을 빼고 나오는 것이 멋있었다.

 

Q. 극 중에서 종현이 술취해서 애교부리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데 그때 에피소드는?

A. 대본보다 훨씬 풍성하게 나왔다. 상대 배우의 연기에 따라서 내 연기가 많이 바뀌는 편인데 '은조'가 그때 되게 행복해했던 것 같다. "나를 위해서 너의 미래를 바꾸지 마"라고 하면서 단호한데 시간 여행에서 누군가 나를 기억할 수도 있고 세계를 바꿀 수도 있다는 점에서 혼자 거꾸로 오는 시간의 외로움이 해소가 되고 누군가 나를 알아주는 느낌이 있다.

'호민'의 밝음이 '은조'를 진짜 환하게 웃게 해준 씬이다. 앞뒤로는 아이 현장검증하는 거 찍고 뛰어다니고 아버지 병원 가고 그런 씬들 사이에 찍은 건데 그 씬 찍고 에너지 충전도 많이 됐다. 평소 종현씨는 선배들에게 애교도 많고 다정하다. 이번 작품 하면서 배우들과 감독님이 다 다정해서 서로 어려운 얘기도 못했다. (웃음) 서로 배려 많이하면서 찍은 것 같다.

Q. 어떻게 보면 영화에 악역도 없고 잔잔한 분위기이다.

A. 이 시나리오를 봤을 때 왜 우리 시나리오에는 악인이 없나 생각했다. '호민' 아버님이 범인인 것처럼 되어있지만 사실 아니다. 그럼 도대체 나에게 여기에서 오는 갈등은 뭘까 했는데 그건 운명이었다. 딸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가 다시는 못 볼 수 있다는 절망으로 간다. 그것이 가장 큰 갈등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시간 여행의 규칙을 아는데 나는 내가 바꾸면 남의 미래만 바뀌고 계속 내가 살았던 과거로 돌아간다. 그 무력감을 표현했어야하는 것 같다. 어떻게 할줄 몰라서 하루하루 살다가 법원 앞에서 내가 이거 해봤자 아무것도 안 바뀌었다고 하면서 다른 시도를 하게 만드는 동력들이 된 것같다.

이 구조 자체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어린 시점으로 간다면 로또 번호를 알아서 일확천금을 노릴 거야. 하지만 가족에게만 줄 수 있지 나는 누릴 수 없다. 내일의 나는 내가 아닌데 왜 지금 이 돈을 다 써야하는 거 아닌가, 목숨을 걸고 뭔가 하나 해야하는거 아닌가 말했더니 감독님이 그러면 영화가 안된다고 했다. (웃음)

사진ⓒ 더홀릭컴퍼니

Q. 최근에 다방면으로 나오는데.

A. 첫 시작은 <시골경찰>이었다. 원래 많은 걸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닌데 제안이 들어와서 접하게 됐었고 다행히 너무 좋은 팀을 만나서 예능 울렁증을 없애주는 계기가 됐다. 작품은 1년에 한 개 많으면 두 개 였는데 이렇게 하다보니 나에게 흥미가 있고 의미가 있는 것을 선택하게 되었다.

어머니가 일찍 가시지 않았다면 가족 예능을 안했을 거다. 마침 아버지가 친구들과 여행을 가셨으면 했는데 <아모르파티>라는 프로그램에서 제안을 해줬다.

한 번 또래끼리 여행을 다녀오시면 어떨까 좋은 추억이 되겠다 싶어서 했고 어떻게 하다보니 강호동 씨와 <모두의 주방>도 하게 되었다. 원래 먹는 걸 좋아한다.

이런 행보들이 전에 없어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거기에 최근 영화 홍보들도 겹치다보니 단기간에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는듯 하다. 대중에게 피로도가 없어야할텐데 걱정도 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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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이슈 때문에 힘들텐데 잘 이겨내는 것 같다.

A. 어머니의 죽음이 가장 컸던 것 같다. 절대 늘 곁에 있었던 사람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나니 하고 싶은걸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글씨를 쓸 수 있을 때 마지막으로 써주신 생일카드에 '당당하고 씩씩하게 살아나가렴'이라고 해주셨다.

그게 해주고 싶었던 얘기가 아닐까 생각하니 그때부터 난감하다고 생각하는 상황, 고민되서 뒤로 빠지고 싶을 때 한 번더 지를 수 있게 해주는 그런 게 됐던 것 같다. 나이가 많아지다보니 나는 지금 딸도 없는데 뭔가 보람차게 살고 엄마가 나에게 희생했던 시간을 뭔가를 이뤄야지 생각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가시면서 남기신 부탁들을 듣기 위해 하는 것도 있다. 가실 때까지 막내 걱정만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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