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 김상민 기자] 효과음 녹음 과정을 다룬 공연 '춘향전쟁' 전막리허설이 5일 2시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열렸다. 정동극장이 2019년 창작ing 시리즈 첫 번째인 레트로 소리극 '춘향전쟁'은 1961년 1월 신상옥 감독 '성춘향'과 홍성기 감독 '춘향전'이 열흘 간격으로 개봉했던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4.19 혁명의 여파가 채 가라앉지 않았던 1961년, 한국 영화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 발생한다. 최초의 컬러 시네마스코프(와이드 스크린을 사용한 영화)를 시도했고, '춘향'이라는 같은 소재를 바탕으로 한 영화 '성춘향'과 '춘향전'이 만든 전쟁이 바로 그것이다.

이른바 '춘향전쟁'으로 명명된 두 영화의 경쟁은 뜨거웠다. 신상옥 감독과 최은희 주연의 '성춘향'과 홍성기 감독과 김지미 주연의 '춘향전'의 뜨거운 경쟁 열기는 제작 초기부터 한국영화계를 양분할 정도의 과열 경쟁이 벌어졌다고 전해진다.

이 작품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실제 사건에 작가 상상력과 음악적 실험성을 접목해 진정한 의미 뉴트로를 지향한다. 영화적 소재 외에도 김일 박치기, 통행금지, 시발택시 등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소재들이 끊임없이 나와 '레트로(복고)' 감수성을 재현한다.

소리꾼은 신상옥 감독과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음향 세계를 시청각적으로 전달한다. 여기에 창작국악그룹 '그림THE林' 세련된 음악이 함께 어우러진다.  변사 1인 2역을 맡아 주인공과 화자를 오가며 작품을 끌어간다.

마치 무성 영화를 무대에서 재현하는 것과 같다. 반면 폴리아티스트 역 배우는 실제 영화 '성춘향' 영상에 소리를 덧입히는 장면을 보여주며 결국 마지막에 웃은 것은 '성춘향'이다.

화면의 화려한 컬러와 미장센, 그리고 판소리 등 한국 고유의 소리를 접목해 '춘향전쟁'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특히 1961년 개봉 당시 74일 간 서울에서만 38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엄청난 흥행 성적을 거뒀다. 

레트로 소리극 '춘향전쟁'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공연이다. 그 무엇보다 '소리'를 중심으로 스토리의 얼개가 이어지며, 소리를 만들어내는 폴리아티스트와 소리꾼의 시원한 창, 그리고 국악기의 연주가 삼박자의 하모니를 이뤄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춘향전쟁은 극을 통해 '소리'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물건들로 '소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마치 영화 속 특수 음향효과를 눈으로 보는 듯한 신선함을 전한다. 폴리아티스트가 만들어낸 이러한 소리의 향연은 스크린에 펼쳐지는 무성 영화의 모습과 잘 어우러진다.

춘향전쟁은 '소리'를 바탕으로 관객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암울했던 시대상을 깨버리듯 등장하는 "암행어사 출두야"의 함성은 그시대의 민중과 현재시대의 민중의 목소리가 맞닿아있다. 

극중 신 감독과 소리꾼 역을 맡은 김봉영은 "유신시대의 마찰이 지금의 촛불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탐관오리, 유신, 국정농단 등 엄혹했던 시대를 타개했던 것들이 모두 민중의 '소리'였다는 뜻이다.

또 춘향전쟁은 '전통의 소리'에 대한 울림도 전한다. 영화 속 배척되던 국악의 소리는 결국 그 의미를 인정받고 종국에는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실제 역사 속 영화 성춘향도 김소희 명창의 소리를 비롯해 양주별산대놀이 등 한국적인 소리를 적극적으로 담아 영화의 흥행에 한몫했다. 

'춘향전쟁'은 시각적인 가치가 중심이 되는 현대 사회에서 '소리'의 가치를 알린다. 사물이 내는 '일상적인 소리'와 '전통의 소리' 그리고 '민중의 소리'가 갖는 새로운 가치를 음악극 형태로 다양한 방식으로 완성도 있게 보여준다.

춘향전쟁은 1960년대 김지미 주연의 영화 '성춘향'과 최은희 주연의 '춘향전'이 같은 날에 동시 개봉하는 것을 소재로 한 작품이며 오는 23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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