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섬뜩하다면 당신은 하류층 서민에 가깝다?

[무비톡 이민혜 기자] 제72회 칸 영화제 장편 경쟁부문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장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이 5월 30일 개봉했다.

개봉한지 2주가 되어가는 6월 12일 오후 7시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기생충>은 24.1%의 실시간 예매율로 여전히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누적관객수 7,373,740명으로 천만 광객을 향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괴물>과 <마더> 등 늘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영화 <기생충>은 상류층과 하류층인 두 가족간에 일어나는 일을 그리는 블랙 코미디이다. 칸 영화제에서 상영 직후 관객들로부터 8분 동안 기립박수를 받고 황금종려상을 수상해 많은 관객들을 기다리고 기대하게 했다.

전체적인 내용이 이해하기에 어렵지 않고 상징적인 요소들이 더해지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데 특히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을 담아냈다. 아니 어쩌면 칸 영화제에서 기립박수를 받고 수상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빈부격차가 있는 나라들이라면 다 같은 마음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동안 한국에서 개봉한 많은 영화들은 대부분 가난하지만 남에게 배풀고 착해 매번 피해를 당하는 서민과 부패한 정치가와 상류층에 대해 그렸다면 <기생충>은 환경에 따라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선악에 질문을 던졌다.

영화의 제목으로 쓰인 '기생충'이라는 존재는 어떤 의미일까? 우리가 아는 기생충은 다른 생물체 속에 들어가 살아가면서 양분을 빨아 먹으며 일방적으로 이득을 보는 작은 생물이다. 그리고 이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기생충의 존재는 명확하다. 이처럼 영화 속에 숨은 상징을 담은 키워드들을 해석해보았다.

※ 영화 <기생충> 스포일러 주의!

1. 피자박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기택'(송강호) 가족이 피자박스를 접는 영상은 짧지만 현대 사회에 대한 큰 의미를 담고 있다. 그 중 한 가지는 피자박스를 접는 동안 나오는 소독 가스차로 인해 알 수 있다.

집에 곱등이와 바퀴벌레가 있어 창문을 일부러 닫지 않는데 이러한 가두소독은 방역 소독을 위해 약을 뿌리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사람 건강에 좋을리가 없다. 그럼에도 집의 벌레들을 죽이기 위해서 피자 박스에 묻을 소독 약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다.

타인을 생각하는 것보다 본인들의 집에 있는 벌레들을 박멸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기택'의 가족은 피자 박스를 접으면서 유튜브의 피자박스 빠르게 접기 동영상을 보는데 만든 박스들 중 4개의 1개 정도는 불량이라 받기로한 돈의 10%를 못 받게 된다.

이것은 정보사회인 요즘 우리가 정보를 검색하고 비디오를 보면서 큰 지식을 얻고 기술도 쌓아가고 있는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뭔가를 만들거나 요리, 혹은 미용 부분에서도 우리가 영상을 보면 똑같이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것이 사실은 전문가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되는 순간 배신감을 느끼는 것처럼.

2. 수석

'기택'의 아들 '기우'(최우식)에게 '민혁'(박서준)이 준 수석은 산수경석으로 재물과 운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실제로 이 수석으로 인해 이들 가족은 직업을 가지게 되고 재물과 운이 들어오게 된다.

그렇게 잘 살아가던 그들의 집 앞에서 누군가가 노상방뇨를 하자 그를 쫓아내기 위해 수석을 동원하게 된다거나 누군가를 살해하기 위해 수석을 들고감으로서 그들의 재물운은 떠나가기 시작한다.

'기택' 가족의 집이 수해를 겪을 때 그 무거운 수석이 물 위에 떠있는 장면은 그 수석이 실제로는 진짜가 아닌 가짜라고도 볼 수 있으며 이는 그들이 가졌던 희망 또한 가짜이고 현실이 될 수 없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하류층인 '기택'의 가족은 '동익'의 가족보다 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발렛파킹과 대리기사 등으로 뒷좌석의 커피가 흔들려 넘치지 않을 정도로 운전실력이 좋은 '기택'과 집안일 잘하는 '충숙',

4수째이긴 하지만 공부를 계속해서 하기 때문에 영어 교육에 소질이 있는 '기우', 미대입시 학원을 다니기도 했고 포토샵 능력이 있고 대처 능력이 좋은 '기정'까지, 이들은 각자 꽤 좋은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사회적 계급이 좋아질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3. 냄새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채취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그들의 집과 환경, 사용하는 비누나 샴푸, 향수, 화장품, 세탁 린스와 먹는 음식까지도 영향을 준다. '동익'(이선균) 가족은 '기택' 가족에게서 나는 냄새에 대한 부분을 여러번 언급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동익'의 아들 '다송'(정현준)은 '기택' 가족에게서 모두 같은 냄새가 나온다고 하는 대사를 하는데 그들의 겉모습은 속일 수 있지만 본질적인 그들의 삶은 숨길 수 없는 것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이다. 가족이니 같은 냄새가 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반지하라는 환경에서 나오는 특유의 냄새 역시 감춰질 수 없다.

이러한 부분들은 관객들이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몰입하는 부분이 다를 수 있는데 어떤 한 블로거의 리뷰에서는 '부자들에게는 코미디, 중산층에겐 웃픈 영화, 서민들에겐 공포영화'라는 말로 내가 '박사장'과 가까운지 '김기사'와 가까운지 확인하는 방법이라고 포스팅하기도 했다.

이러한 부분에서 '동익'의 부인인 '연교'(조여정)가 사실은 상류층의 태생이 아니었지만 결혼으로 신분상승을 했다는 해설도 나올 수 있는데 '기택'의 냄새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부분이라던가 그 외에도 짜파구리를 맛있게 먹는 부분이나 교육적인 부분에서 '기우'와 '기정'(박소담)에게 속는 부분을 보면 알 수 있다.

'박사장'도 몰랐던 그의 집 지하실 방공호는 영화 속에서 큰 반전이자 많은 의미를 담는다. 북한군의 공습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방공호는 사채 빚으로부터 숨는 피난처로 쓰였다.

이곳에 있는 모스부호는 '박 사장'과 '연교'에게는 센서 오작동하는 전등이라고 생각하고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존재이다. 이 방공호에 숨어 지내는 '근세'(박명훈)는 '박사장'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그의 발걸음 소리에 맞춰 모스부호를 사용하거나 감사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그나마 이것이 모스부호라는 것을 알아챈 사람도 있었다. '박사장'의 아들 '다송'이었다. 어쩌면 아직까지 소통의 기회를 가질 수도 있지만 너무 어려서 이들을 진정으로 이해 못한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극 중 마지막 '기택'이 '기우'에게 모스부호를 통해 보내는 메시지는 자신의 생존을 알리는 것이지만, 영화에서 보내는 모스부호의 의미는 어쩌면 우리 사회의 하류층이 보내는 구조 신호일지도 모르겠다.

반지하에 살면서 꾸역꾸역 살아가는 '기택'의 가족은 자신들의 환경만을 탓하며 남을 속이거나 범죄를 저지른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부유한 것은 항상 악한 것이고 빈곤한 것은 선하기 때문에 손해보고 살아서 그런 것일까? 이 영화가 던지는 이야기는 그렇지 않은 현실의 정곡을 찌른다.

환경은 사람을 만든다. 하지만 사람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기택'의 가족이 허황된 꿈을 가지고 살아갈 때 보여주는 행동들이 전혀 착하지 않았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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