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 누가 오페라를 지루하다고 했나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 누가 오페라를 지루하다고 했나
  • 김상민 기자
  • 승인 2019.07.1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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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톡 김상민 기자] 오페라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 프레스 오픈리허설이 7월 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렸다. 20세기 최고 문제작이자 화제작인 쿠르트 바일의 현대 오페라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이 국립오페라단 무대에 오른다.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직무대리 김수한)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을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국립오페라단의 신작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은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와 작곡가 쿠르트 바일이 90년 전에 만든 혁명적 오페라지만, 이제서야 국내 초연되는 무대도 우리 프로덕션만의 새로운 해석으로 그 참신함을 더욱 빛내고 있다.

이 공연의 연출자는 안성수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이다. 오페라와 현대무용의 콜라보라니, 어쩌면 이 시대 가장 대중적이지 않은 예술끼리의 조합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잠시 한눈 팔 틈도 없이 휘몰아치는 춤의 향연을 펼치는 안성수 안무 코드를 기억한다면, 그런 걱정은 애초에 무의미하다.

그는 “전개가 빠른 드라마처럼 다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를 지향한다”는 평소의 소신을 첫 오페라 연출에 그대로 적용했다. 국립오페라단이 그를 섭외한 이유도 기실 거기에 있을 것이다.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은 원작부터 내용과 형식 양쪽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세기의 문제작이다. 흔히 보는 베르디, 푸치니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관객들을 계몽하려는 목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서사극 스타일의 오페라다. 아름다운 선율의 향연으로 청중을 도취 상태에 젖어들게 하는 바그너식 오페라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예술의 사회적 기능을 추구하고 있기에 자칫 딱딱하고 지루하기 쉬운 것이다.

안성수는 무대의 여백을 춤으로 빼곡이 채우면서 그야말로 ‘전개가 빠른 드라마’처럼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듯한 착시 현상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배경은 ‘마하고니’라는 가상의 도시다.

마하고니는 ‘그물망 도시’라는 뜻으로, 그물처럼 사람들을 붙잡아 재산을 탕진하게 만드는 곳이다. 이 도시에 알래스카에서 돈을 번 벌목공들이 모여들고, 벌목공 지미는 매춘부 제니와 사랑에 빠지지만, 방만한 자유에 빠져 인생을 망치고 만다.

일견 젊은 남녀가 첫 눈에 반했다가 비극적 죽음으로 끝나는 전형적인 오페라의 낭만적 세계관을 따르는 것 같지만, 알고보면 사랑조차 상품에 불과하다는 차가운 경고다.

“자본주의 비판이라는 뻔한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전달하지 않으려고 애썼다”는 안성수 연출의 말처럼, 무대는 퍽 상징적이다. “돈으로 산 즐거움은 즐거움이 아니었고, 돈으로 산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

먹어도 배고프고 마셔도 목마르다”는 지미의 마지막 대사처럼 아이러니로 가득한 블랙코미디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거대한 알레고리다. 자본주의 소비문화라는 20세기적 상황을 바로크풍 의상과 분장으로 풀어낸 것부터 아이러니하다.

통상적인 오페라 연출은 동시대성을 고려해 배경을 원작보다 현대에 가깝게 가져오지만, 이 공연은 일견 더 먼 과거로 돌아간 모양새다.

안성수 연출은 “자본주의 악덕의 토대를 닦은 것이 17세기 귀족들이기에 그런 의상을 구상했다”고 밝혔는데, 자본주의가 싹틀 무렵의 과거의 유령들이 오늘의 세상을 탄식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미니멀하고 세련된 무대 디자인, 전원 똑같이 흰 수트를 입은 15명 무용수들과의 대조가 그런 시각에 확신을 보탠다.

영혼 없이 자본의 논리에 따라 춤추는 허수아비 같은 현대인들을 상징하는 무용수들 사이로 바로크 귀족 의상을 입은 오페라 가수들은 자본주의가 태동하기 전 시대로부터 타임슬립해 온 옛날 사람들인 것이다.

누가 오페라를 지루하다고 했나. 국립오페라단의 신작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은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와 작곡가 쿠르트 바일이 90년 전에 만든 혁명적 오페라지만, 이제서야 국내 초연되는 무대도 우리 프로덕션만의 새로운 해석으로 그 참신함을 더욱 빛내고 있다.

미니멀하고 세련된 무대 디자인, 전원 똑같이 흰 수트를 입은 15명 무용수들과의 대조가 그런 시각에 확신을 보탠다. 영혼 없이 자본의 논리에 따라 춤추는 허수아비 같은 현대인들을 상징하는 무용수들 사이로 바로크 귀족 의상을 입은 오페라 가수들은 자본주의가 태동하기 전 시대로부터 타임슬립해 온 옛날 사람들인 것이다.

한 두 장면에 양념 혹은 병풍처럼 무용의 요소가 들어가는 여타 오페라와 달리, 안 연출이 “춤출 수 있는 모든 장면에 춤을 넣었다”고 할 정도로 춤의 비중이 높다.

이를 두고 “과하다” “무대가 좁아 보인다”는 지적도 있지만, 무용수들을 극의 흐름 속에 있는 오페라 가수들과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것으로 본다면, 비좁아도 거기 있는 게 마땅해 보인다.

이런 아이러니한 컨셉트는 원작이 쓰여진 1920년대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장르였던 오페라를 ‘낯설게하기’라는 방식으로 개혁하려한 브레히트의 ‘서사적 오페라’에 대한 오마쥬로 볼 수도 있다. 극의 흐름을 깨고 몰입을 방해하는 나레이션으로 객석에 직접 교훈을 전달하는 서사극의 목표대로다.

독일어 노래와 대사로 전체가 짜여진 가운데 단 한곡의 영어 팝송 ‘알라바마 송’으로 충격을 주거나, 너무도 대중적인 피아노곡 ‘소녀의 기도’를 차용해 ‘음악을 통한 소격효과’를 거둔 것처럼, ‘무용을 통한 소격효과’를 노린 것이다.

무용이 병풍이 아니라 마치 독립된 작품과 같은 존재감 덕에 그 효과는 더욱 배가됐다. 음악·대본·무용·미술이 모두 녹아드는 바그너의 ‘종합예술’ 개념과 달리 오페라에서 각각의 요소들의 독립성을 추구했던 브레히트의 철학대로, 발레 테크닉에 기반하면서도 상체 활용이 두드러진 안성수 특유의 스타일이 뚜렷한 안무가 오페라 무대에서 꿋꿋이 자기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안남근·성창용 등 최고 수준 현대무용수들의 빠르고 격정적인 춤사위를 보는 재미도 각별하다. 뮤지컬을 비롯해 첨단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새로운 공연 예술이 하루가 멀다 하고 탄생하는 세상에서, 오래된 예술 형식 오페라는 무엇으로 관객을 모을 수 있을까.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은 현대무용과의 콜라보로 하나의 돌파구를 제시했다 할 만하다. 안성수는 “최고의 블랙코미디식 엔터테인먼트의 완성이 목표”라며 “젊은 세대가 즐길 수 있는 무대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엔터테인먼트가 브레히트의 의도대로 관객을 사유하게 할 수 있을까. 안성수가 상징한 감각의 세계에 우선 빠져들어 볼 일이다. 

독일의 극작가 브레히트(Bertolt Brecht, 1898-1956)와 작곡가 바일(Kurt Weill, 1900-1950)의 협업으로 탄생한 이 작품은 대본의 주제와 음악 스타일 덕분에 수많은 논란을 일으킨 그야말로 20세기 오페라의 문제작이자 화제작이다.

국립오페라단은 국내 오페라 무대에 단 한번도 소개되지 않았던 이 작품을 새롭게 해석하여 초연한다. 2019년 한국 초연을 위해 국립오페라단은 19세기 중반 이후를 배경으로 삼은 원작과는 다른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드라마투르그 이용숙은 이에 대해 “급격한 산업화로 인하여 자본주의가 본격화된 시기가 아니라, 자본주의가 갓 태동하던 시기로 눈을 돌리면 어떨까”라는 문제 제기에서 시작되었다고 설명하였다.

즉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이 담고 있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그로 인한 인간 소외의 문제는, 사실 바로크 시대 유럽 절대왕정이 추구했던 식민지 개척과 중상주의(mercantilism)에서 그 싹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프로덕션은 원작의 배경을 벗어나 시공간적 배경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서 펼쳐진다. 블랙 & 화이트의 모노톤, 주로 직선과 사각도형으로 이루어진 초현실적인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등장인물들은 바로크 시대를 연상시키는 화려하고 과장된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초현실적인 공간과 바로크 시대의 화려하고 과장된 의상의 이러한 비현실적인 결합은 시각적인 아이러니함, 가사와의 불일치로 인한 혼동을 초래한다. 이를 통해 관객이 극에 몰입하여 현실을 자각하는 것을 방지하는 브레히트의 극적 의도인 ‘낯설게하기 효과’(Verfremdungseffekt)를 시도하고자 한다.

이번 작품의 연출과 안무는 음악에 대한 남다른 감수성으로 감각적이고 창의적인 무대를 선보여온 국립현대무용단 안성수 예술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브레히트의 작품을 서사적으로 무대에 옮기는 대신 오페라와 현대무용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시도에 도전한다.

이번 작품의 지휘는 2018년 국립오페라단 '코지 판 투테'로 한국 관객에게 신선한 인상을 남겼던 젊은 마에스트로 다비드 레일랑이 맡는다.

세계 유수의 극장에서 헬덴 테너로서 주로 바그너 오페라와 현대 오페라의 주역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테너 미하엘 쾨니히와 2018년 국립오페라단 '유쾌한 미망인'의 한나로 활약한 소프라노 바네사 고이코엑사가 각각 지미와 제니로 무대에 오르고,

또 다른 지미와 제니는 2018년 <마농>으로 국립오페라단 무대에서 데 그리외 역으로 호평을 받았던 테너 국윤종과 <라 보엠>의 사랑스럽고 밝은 무제타로 활약한 소프라노 장유리가 맡는다.

또한 5월 국립오페라단 국내초연 <윌리엄 텔>에서 개성 넘치는 윌리엄 텔의 아내 헤트비히 역으로 활약한 메조 소프라노 백재은이 포주 베그빅으로 돌아온다. 이 외에도 테너 구태환과 민경환, 바리톤 나유창과 베이스 박기현, 이두영 등 정상급 성악가들이 주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16명의 젊은 현대무용수들이 성악가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에너지 넘치는 장면을 연출할 예정이며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그란데오페라합창단이 나선다.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은 자본주의 시스템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독일 사회당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아 공연됐다가 히틀러에 의해 1933년에 상연 금지됐다.

유대인인 바일이 미국의 상업음악인 재즈를 도입했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결국 퇴폐예술로 규정돼 1960년대까지 제대로 공연되지 못하다가 지금은 다양한 해석을 담은 작품으로 세계 곳곳에서 선보이고 있다.

이용숙 평론가는 “퇴폐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보니 외국에선 성적, 폭력적 수위가 꽤 높은데 안 감독은 아름다움 속에서 혐오감을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은 11일부터 14일까지 얘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