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 김상민 기자]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콘텐츠 그라운드에서 창작 뮤지컬 '난설'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기쁨 연출, 옥경선 작가, 다미로 작곡가, 배우 정인지, 하현지, 유승현, 백기범, 유현석, 안재영이 참석했다.

뮤지컬 '난설'은 ‘허초희(허난설헌)’의 남동생인 ‘허균’이 역모죄로 처형되기 전날 밤에 떠올리는 그리웠던 기억으로부터 시작해 스승 ‘이달’과의 대화로 구축되는 세계관을 통해 ‘허초희’의 시의 세계를 ‘허균’과 ‘이달’의 대립된 관점으로 표현해낸 작품이다. 

8세 때부터 시를 짓기 시작해 조선 최고의 천재시인으로 남아있는 ‘허초희’와 그녀의 시를 사랑하는 ‘허균’, 이들의 스승인 ‘이달’이 각자의 삶의 소용돌이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선으로 싸우기도 하며 문장가들로서 쌓은 삶과 우정을 허초희의 5편의 시 ‘견흥’ ‘상봉해’ ‘가객사’ ‘죽지사’ ‘유선사’와 유일한 산문 ‘광한전백옥루상량문’의 글들을 노랫말로 활용해 들려준다.

등장하는 곡들의 멜로디도 허난설헌의 ‘시’를 중심으로 따라가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다미로 음악감독은 “시적인 부분을 살리기 위해 풍성한 멜로디보다는 수묵화 같은 음악으로 작업했다.

국악편성 염두에 두고 원래의 패턴들을 과감히 삭제하고 국악기 연주를 더하기도 했다”며 “멜로디 자체가 국악의 전통 오음계로 써진 부분도 있다. 가사 자체를 시의 언어에서 가져온 만큼 ‘허초희’ 역의 배우들은 몇 군데서 국악적 발성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실제 창을 하시는 선생님께 레슨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허초희와 허균, 그리고 그들의 스승인 이달은 여성, 서얼, 두려움 등 각자의 이유로 한계에 갇히지만 세상 밖으로 나가려 하고 희망을 이야기한다. '난설'은 시대상에 어울리게끔 음악에 국악기를 사용하고, 허초희 역을 맡은 배우는 일부 넘버에선 창을 부르는 기법으로 노래한다. 관객 쪽을 향해 비스듬하게 경사진 하얀 정방형 무대 위에는 실제 허난설헌 시구가 영상으로 흐른다.

노랫말에도 난설헌 시가 쓰였다. '견흥(遣興)', '상봉행(相逢行)', '가객사(賈客詞)', '죽지사(竹枝詞)', '유선사(遊仙詞)' 시 5편과 허난설헌집의 유일한 산문 '광한전백옥루상량문(廣寒殿白玉樓上樑文)'이 등장한다. 옥경선 작가는 "허난설헌의 시를 우연히 접하게 됐고 그의 시의 아름다움을 어떻게든 전하고 싶었다. 그 마음으로 (그의 시들을) 소재로 택했다"고 밝혔다.

직접적으로 허난설헌의 삶을 무대 위에 올리지 않고 허균을 통해 우회하는 방식을 택한 데 대해선 "허난설헌의 생애를 들여다봤을 때 허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고, 우리가 400여년 전 허난설헌의 시를 접할 수 있는 것도 허균의 지극한 노력이 있어서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허초희 캐릭터에 대해선 "허난설헌의 시에서 오롯이 느껴지는 것들을 인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기쁨 연출은 "등장인물 셋 모두가 각자 결핍을 갖고 있다는 데서 매력을 느꼈다. 결핍을 지닌 인물이 서로를 만나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해 나가는 점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고심했다"고 말했다. 허초희 역에는 정인지, 하현지가 더블 캐스팅됐다.

정인지는 "허초희가 자신의 시를 읊을 때 정말 시를 좋아하는 모습을 노래하고 싶더라. 사실 공연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어려운 점은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주적인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삶에 관한 이야기인 거 같다. 긍정적이고 신나게 공연하고 있다"며 웃었다.

하현지는 "소명을 가지고 연기를 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준비하면서 허초희라는 인물을 어떻게 소화를 하고 이 사람의 삶을 어떻게 이해를 하고 초점을 맞춰야 할지 작가님한테 질문을 많이 했다.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을 그렸으면 좋겠다는 작가님의 말에 캐릭터에 대해 더 연구하고 분석하는 고민의 시간을 많이 가졌다"고 털어놨다.

시를 바탕하고 있는 작품에 힘든 점은 없었는지 물었다. 이달 역을 맡은 유승현은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많은 해석을 해봤다. 연기하는데도 저의 의미를 많이 해석한다기보다는 작품의 시대상으로 봤을 때 어느 정도까지 중립을 지킬 것인지를 생각해 봤다"고 말했다.

같은 역의 안재영 역시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 캐릭터 해석에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이달은 허균한테 허난설헌 이야기를 해주고 그를 기억하게 해주고 인물이다. 이달에 대해서도 공부했지만 허난설헌의 삶에 신경을 더 많이 신경 썼다"고 이야기했다.

이달을 통해 관객이 허난설헌을 기억할 수 있게 하는 구조로 바라봤다는 것. 그는 "손동작이나 시 한절, 대사 한마디에도 잘 표현될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뮤지컬 '난설'은 8월 25일까지 서울 대학로 콘텐츠 그라운드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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