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 김상민 기자]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뮤지컬 '블루레인'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창희, 이주광, 임병근, 박유덕, 김주호, 박송권, 김려원, 최미소, 한지연, 한유란, 임강성, 조환지 등이 참석했다.

뮤지컬 ‘블루레인’은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명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으로 ‘선(善)과 악(惡)의 경계'라는 묵직한 주제를 친부 살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차용해 흥미롭게 풀어냈다.

작품은 추정화 작연출과 허수현 작곡가, 김병진 안무가의 최신작으로 2018년 DIMF 창작 뮤지컬상을 거머쥐었을 뿐만 아니라, 2019년 DIMF 초청작이다. 연출을 맡은 추정화(46) 연출은 프레스콜에서 작품 제작 과정과 숨은 의미를 소상히 설명했다. 

극은 아버지 존이 처참한 시체로 발견되며 출발한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장남 테오. 그의 배 다른 동생이자 변호사인 루크는 형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애쓴다. 추정화 연출은 "제목을 말씀드리자면 처음엔 '브라더스'였다.

그런데 같은 작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올라와서 제목을 쓸 수 없게 됐다. 어떻게 하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을까 생각했다. 고민하다가 '블루레인'이라는 제목을 꺼내봤다"고 말했다. 

테오와 루크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다. 그런 트라우마를 아는 동생은 형이 진짜 아버지를 죽였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다, 과연 악인을 죽이는 게 나쁜 일인지 혼란에 빠진다. 그는 "사실 저는 '죄와 벌'의 팬이다.

'죄와 벌'로 뮤지컬을 만들고 싶었는데, '카라마 조프가의 형제들' 역시 비슷한 맥락의 질문을 계속 던지고 있더라. 특히 '죄와 벌' 보다는 '카라마 조프가의 형제들'이 사건이 명료해 뮤지컬로 만들기에 더 좋지 않나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추 연출은 "사실 이 원고를 쓴 지 오래됐다. 아무도 (투자를) 안 해줘서 혼자 갖고 있다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을 통해 처음으로 하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지난해 '카라마조프'는 못 봤지만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봤다. 원작을 정말 충실히 분석하고 녹여내 감탄했다.

그래서 오히려 다행스러웠다. 현대적인 제 이야기에 힘이 실릴 것 같더라"고 덧붙였다. 추 연출의 설명처럼 극의 배경은 도스토옙스키의 러시아도, 그렇다고 한국도 아니다. 1997년 7월 미국 유타주(州)다. 1973년생인 추 연출이 대학생 시절 겪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혼란이 묻어나는 시대 설정이다.

"자본주의 한복판인 미국, 거기서도 종교적 가치가 중요한 유타(유타주는 모르몬교의 성지다)에서 선(善)과 악(惡)을 말하고 싶었어요. 부유한 아버지 존은 돈을, 변호사 아들인 루크는 법을 상징합니다. 오늘날 사람을 주무르는게 돈과 법이잖아요.

돈과 법을 성경처럼 짊어지고 사는 두 부자가 범죄를 통해 만났을 때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했어요." '블루레인'은 무대미술 측면에서도 독특하다. 세트라고는 의자 6개와 어항이 전부다.

푸르스름한 조명이 뚝 떨어진 공간을 배우들의 몸짓과 소리로만 채운다. 처음에는 예산 제약 탓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나중에는 그 자체로 독특한 아우라를 지니게 됐다.

추 연출은 "처음에는 대저택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세트 하나 없이 어떻게 꾸릴지 막막했다. 그러다 창작진들을 설득했다. 마당놀이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안무 선생님께 '드릴 수 있는 건 의자뿐이니 멋진 춤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게 멋지게 구현됐다"고 회고했다. 언뜻 무대는 거대한 어항처럼 보이기도 한다. 추 연출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신(神)의 거대한 어항 아니겠냐고 선문답을 던졌다. "어항에 사는 물고기나 우리 인간이나 그저 노닐다 가는 게 아닐까요. 

우리가 어항을 내려다보듯, 지금도 신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지 않을까요." 테오 역에 이창희, 이주광, 루크 역에 임병근, 박유덕, 존 루키페르 역에 김주호, 박송권, 헤이든 역에 김려원, 최미소, 엠마 역에 한지연, 한유란, 사일러스 역에 임강성, 조환지가 출연한다.

이창희는 1년여만에 소극장 뮤지컬로 복귀하게 된 것에 대해 "계속 대극장에서 공연을 하다가 1년 정도 휴식을 가졌다. 추정화 연출에게 제안을 받았고 단번에 출연을 결정했다. 추정화 연출과 함께 작업하게 돼 더없이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이주광은 "전작 '루드윅:베토벤 더 피아노'에서 함께하던 스태프들이 출연을 제안해주셨다. 그래서 출연을 결정했다"면서 "굉장히 무거운 작품이다. 감정의 소용돌이를 보실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작품을 임할 때도 들어가기 전부터 전장에 나간다는 마음으로 임하게 된다"고 작품을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임병근은 "추정화 연출과 몇 작품을 함께 했었는데, 힘들지 않은 작품이 없다. 그만큼 매력이 있기 때문에 '블루레인'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 마지막 공연까지 좋은 공연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박유덕은 "좋은 분들과 함께 하게 돼 영광스럽다"면서 "공연을 하면서 '인간'을 보여주고 싶었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감정을 보여드리고 싶다. 끝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뮤지컬 '블루레인'은 오는 9월 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상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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