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오디컴퍼니

[무비톡 김상민 기자] 19세기 영국을 시대 배경으로 만연한 불평등과 사회 부조리는 대중문화의 오랜 단골소재였다. 소득 양극화로 빈부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면서 현실에 대한 분노와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진 탓일까. 대중들은 불편함을 동반하는 이러한 소재를 피하기는커녕 적극적으로 대면하고, 열광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시대상과 맞물리면서 복수극 공감 얻어내 박은태의 광기어린 감정 연기, 옥주현의 능청스런 연기가 돋보였다 두 배우의 연기력은 광기어린 '스위니 토드'에 잔인한 복수극을 섬세하게 표현하였다. 추방당한 스위니 토드가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15년 만에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들어는 봤나 스위니 토드. 창백한 얼굴의 남자. 시퍼런 칼날을 쳐들면 그 누구도 살아 남지 못했네. 이발사 탈을 쓴 악마.” 1막의 첫 넘버는 스위니 토드가 살인을 일삼는 악마 같은 인물이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드러낸다. 고막을 자극하는 불편한 음향과 음울한 분위기, 복수를 예고하는 불편한 가사로 인해 처음부터 작품에 몰입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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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후 펼쳐지는 '스위니 토드' 가족의 기막히고 비극적인 사연으로 끌려 들어가다 보면 관객들은 어느새 그토록 잔인한 복수를 벌이는 그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아내를 잃은 '스위니 토드'가 생사를 알지 못했던 딸의 존재를 알게 되고, 딸이 위험을 막기 위해 복수의 칼을 가는 아버지의 격정적인 심정에 관객들은 설득을 당한다.

광기 어린 '스위니 토드'의 복수뿐만 아니라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플롯은 관객들의 시선을 무대에 못 박으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 작품만의 매력이다. 잔혹한 복수를 펼치는 이발사 '스위니 토드' 역을 연기한 박은태는 그 역에 딱 맞는 연기와 노래를 보여줬다.

아내와 딸을 빼앗기고 15년 만에 돌아와 잔혹한 복수극을 펼치는 이발사 '스위니 토드의 처연한 눈빛과 모습을 제대로 표현했다. 여러 작품에서 박은태를 봤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가 펼치는 복수와 마지막 반전(슬픈 반전이다)은 무척 슬펐다. 극 자체가 조금 슬프기도 하다.

사진제공= 오디컴퍼니

이후 '스위니 토드'는 '러빗 부인'을 만나고 그에게 사랑의 감정을 가진 러빗 부인은 그의 잔혹한 복수를 돕는다. 러빗 부인 역을 맡은 '옥주현'은 이전의 파워풀함에서 더욱 나아가 어디로 튈 지 모르는 톡톡튀는 매력을 뽐낸다.

특히 러빗 부인의 대사에 언어 적절희 섞여있는 언어유희는 중간 중간에 관객들로 하여금 폭소를 자아내 극 전체의 코믹적인 요소를 부각한다. 많은 대사를 노래로 소화하면서도 안정적이며 뛰어난 가창력을 뽐내는 그녀는 뮤지컬 배우로서의 내공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서영주는 '스위니 토드'의 아내와 딸을 탐하는 이 작품의 ‘악의 축’이자 ‘근원’인 판사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탐욕스러움과 변태적인 성향은 다소 불편해 보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설정들을 작품 속에 잘 녹여냈다. 이발을 잘 하지 못하는 이발사 피렐리 역의 조성지도 이 잔혹극에서 웃음을 담당하는 감초 역할을 열연해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포스터= 스위니 토드

또한 극에서의 대부분의 등장인물은 잔혹한 일을 저지름에도 생계가 더 우선인 극도의 암울한 모습을 보인다. 이는 19세기 산업혁명의 어두운 빈민층의 삶을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신춘수 프로듀서는 뮤지컬 '스위니 토드'에 대해 “사회적 불안감과 공포감이 만들어낸 전설적인 이야기를 무대 위로 실체화한 작품이다.

런던의 귀족주의와 산업혁명 시대의 사회적 부조리를 꼬집은 이 작품은 빈부격차의 불안과 불안이 사라지는 날이 없고, 부정과 부조리가 가득한 현재의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이 작품을 통해서 우리가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느끼고 있는 아픔에 대해서 성찰하고 대담하게 이야기를 해보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포스터=스위니 토드

뮤지컬 '스위니토드'의 기본적 스토리는 꽤나 클래식하다. 권력층의 횡포로 인해서 자신의 가정이 파탄되는 하층민의 설움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다만, 권선징악의 결말이 아닌 사회의 부조리로 인해 더욱 악해져버린 사람들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살아남기 위해서라고 하기엔 복수를 완료하기 전에 오는 모든 남성 손님을 잔혹하게 살인하는 '스위니 토드'는 이미 괴물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따라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감정이입을 할 배역은 크게 없어 보인다. 그저 그들의 광기를 온 몸으로 체험할 수 있을 뿐이다. 복수를 향해서 끊임 없이 달려가는 극에 몸을 맡기는 뮤지컬이라고 생각된다.

사진제공= 오디컴퍼니

뮤지컬 ‘스위니 토드’는 브로드웨이 공연 4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답게 더 새롭고 더 완벽한 무대로 돌아왔다.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작곡가로 평가받는 ‘스티븐 손드하임’이 직접 작사 작곡한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연출은 스티븐 손드하임 작품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하는 연출로 유명한 에릭 셰퍼가 맡았다.

19세기 영국 산업혁명 시대 부조리한 사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드라마틱한 이야기와 완벽한 연기를 보여 줄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들이 가세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는 조합이다. 명불허전 ‘스위니 토드’는 샤롯데씨어터에서 2020년 1월 27일까지 공연 할 예정이다.

포스터= 스위니 토드
포스터= 스위니 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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