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영화관 손잡은 넷플릭스, 영화시장 미래를 노리다
거장+영화관 손잡은 넷플릭스, 영화시장 미래를 노리다
  • 무비톡
  • 승인 2019.12.07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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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뉴스1

'넷플릭스 영화는 영화인가 아닌가'는 다소 해묵은 논쟁이 될 조짐이다. 넷플릭스가 마틴 스콜세지를 비롯해 알폰소 쿠아론, 노아 바움백 등 거장들과 손잡고 작품성을 인정받는 영화들을 선보이며 명성을 쌓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전통적인 영화를 위협하는 침략자로 여겨지기도 했던 넷플릭스 영화에 대한 인식은 기존 영화들을 수용하고 지지하고자 하는 노력을 통해 점차 바뀌고 있다. 미국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및 콘텐츠 제작 기업인 넷플릭스가 전세계에 현재까지 공개한 오리지널 영화는 70여편을 넘는다.

여기서 관심깊게 볼 부분은 거장들과의 협업이다. 세계 영화계의 흐름을 주도하는 거장들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를 선보이며, 관객 뿐 아니라 이용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있다. 넷플릭스는 2015년 처음으로 오리지널 영화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감독 캐리후쿠나가)과 '리디큘러스6'(감독 프랭크 코라치)를 내놨다.

전자가 작품성에 중점을 둔 영화라면 후자는 조금 더 캐주얼한 킬링 타임용 영화다. 이후 넷플릭스는 두 영화의 계보를 각각 잇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두 계보 중 작품성에 중점을 둔 영화들의 경우, 유명 거장들이 참여로 라인업이 해가 갈수록 더욱 막강해지고 있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봉준호 감독도 '기생충'의 전작인 '옥자'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선보였다. 또한 알폰소 쿠아론, 코엔 형제,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마틴 스콜세지, 노아 바움백 등 영향력 있는 감독들이 신·구 세대를 막론하고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있다.

정점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가 지난해 찍었다. '로마'는 그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고, 이듬해인 올해 열린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외국어작품상과 감독상, 촬영상 등을 받았다.

올해 공개된 마틴 스콜세지의 '아이리시맨'이나 노아 바움백의 '결혼 이야기' 등은 벌써부터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유력한 작품들로 떠올랐다. 몇 해 만에 달라진 넷플릭스 영화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등장 초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정체성에 대한 도전을 받기도 했다.

2017년 칸영화제 당시 프랑스 극장들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옥자'(감독 봉준호)와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감독 노아 바움백)의 경쟁 부문 진출에 반대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는 한국 극장에도 영향을 미쳐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체인에서 '옥자'를 상영하지 않는 '보이콧'을 진행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초반의 이런 해프닝들에도 불구하고 거장들의 넷플릭스 진출은 계속되고 있고 그에 따라 넷플릭스 영화에 대한 인식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 이처럼 거장들이 넷플릭스의 손을 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감독들은 넷플릭스와의 작업에 만족감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로 자본의 간섭 없이 창작자의 의지대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꼽는다.

전세계 여러 문화권 약 1억50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막강한 자본력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여러 지역에 동시에 콘텐츠를 공개하는 만큼 특정 지역에서의 '흥행'에 집중할 필요가 없다. 그 때문에 상대적으로 창작자들에 큰 자유가 주어지고, 흥행에 대한 압박도 줄어든다.

'아이리시맨'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오직 넷플릭스만이 우리가 '아이리시맨'을 원하는 방식대로 찍을 수 있게 해줬다"고 밝힌 바 있다. 봉준호 감독 역시 '옥자'를 내놓을 당시 국내 기자회견에서 "영화 예산이 크고 규모가 커서 그것 때문에 망설이는 회사가 많았고, 스토리가 과감하고 독창적이어서 망설이는 회사도 있었다"라며 "넷플릭스는 두 가지 리스크에도 망설임 없이 전폭적으로 지원해줬다"고 말했다.

그뿐 아니라 '극장 개봉'의 문제도 점차 해결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극장과 손을 잡고 오리지널 영화를 개봉하거나, 직접 극장을 임대해 상영하는 식의 방법들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로마'나 '결혼 이야기' '아이리시맨' 등은 스트리밍 서비스 시작을 앞두고 먼저 국내외 극장에서 개봉했다.

또한 넷플릭스는 지난달 뉴욕에 마지막으로 남았던 단일 스크린 영화관인 파리 극장(The Paris Theater)을 장기 임대했다. 이는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넘어 오프라인 극장으로까지 상영 공간을 넓히려는 의도로 읽혔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매년 30편 정도의 넷플릭스 영화를 극장에서 개봉해온 바 있다"라며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처럼 넷플릭스 역시 극장을 사랑하며, 영화를 제작하는 창작자들에도 극장이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의 극장 및 관계자들과 넷플릭스 영화의 극장 개봉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넷플릭스는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의 선택을 존중한다"라며 "극장이나 가정의 TV, PC 및 스마트폰 등 자신이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콘텐츠를 시청하실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자 한다"고 덧붙였다.(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