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레베카' 신성록x알리의 미스터리한 느낌의 서스펜스
[리뷰] 뮤지컬 '레베카' 신성록x알리의 미스터리한 느낌의 서스펜스
  • 김상민 기자
  • 승인 2019.12.1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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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사진제공= EMK뮤지컬컴퍼니

[무비톡 김상민 기자] 2013년부터 올해까지, 다섯 번째 시즌의 공연을 이어오는 동안 ‘레베카’는 견고해졌다.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싹 걷어낸 덕분에 관객이 극을 쫓아가는 데 전혀 거슬림이 없다. 배우들의 연기 호흡도 처지거나 엇박자가 없이 매끄럽게 이어졌다.

다섯 번째 시즌이라고 해도, 2년 만의 공연 첫날인데 모든 박자가 오랫동안 맞춰온 듯 거침이 없었다. 서서히 결이 달라지는 넘버(뮤지컬 삽입곡)의 변화도 백미다. 나(I)와 막심이 사랑에 빠지는 순간에는 상쾌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멜로디와 가사로 분위기를 풀어주고, 댄버스 부인이 등장하며 2막을 연 뒤에는 을씨년스럽고 썰렁한 곡으로 가슴을 뛰게 만든다.

무대의 구성과 연출도 프랑스의 몬테카를로 호텔, 맨덜리 저택, 바닷가 앞 등 굵직한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를 중심으로 움직여 피로감 없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다. 매해 같은 이야기로 관객들을 만나는데도 꾸준히 관객들에게 “최고”라는 찬사를 이끌어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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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EMK뮤지컬 컴퍼니 

‘레베카’는 2017년까지 네 번의 서울 공연과 15개 도시에서 세 번의 지방 투어를 펼치며 한국에서만 517회차, 누적관객수 67만 명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번 다섯 번째 시즌 역시 첫 날 공연이 매진됐다. 뮤지컬 ‘레베카’가 2년 만에 반가운 개막 소식을 알렸다.

지난 11월 16일 시즌 첫 공연을 시작으로 내년 3월 15일까지 이어지는 일정이다. 게다가 카이, 신성록, 알리 등이 새롭게 합류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관객들의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서스펜스의 여제’ 대프니 듀 모리에의 동명 소설(1938년 작)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레베카’는 오스카상 수상작인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대작 영화 ‘레베카(1940년 작)’와 유사한 흐름을 갖는다.

‘스릴러의 거장’ 히치콕 감독은 원작소설가인 대프니 듀 모리에를 마치 뮤즈처럼 여겼다고 전해진다. 그만큼 공들인 흔적이 역력한 영화는 80년 전 작품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세련된 감각과 함께 돋보이는 영상미를 자랑한다. 작품 특유의 세세한 장면 묘사와 깊숙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전개는 뮤지컬에도 그대로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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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레베카’는 영화로부터 영감을 받은 세계적인 뮤지컬 명콤비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의 손을 거쳐 또 한 번 새로운 명작으로 탄생했다. 2006년 오스트리아 첫 공연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 뜨거운 반응을 이끌며 스테디셀러 뮤지컬로서 단단히 자리매김했다.

한국에서는 2013년 초연 이후 다섯 번째 개막인데, 잘 갖춰진 작품에 한국적인 정서가 더해지면서 더욱 완벽한 모습을 갖췄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완벽 그 이상을 선보이는 뮤지컬 ‘레베카’는 가히 신드롬이라 할만하다. 공연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시선이 닿은 곳은 바로 무대 중앙 상단부였다.

자신감 넘치게 휘갈겨 쓰인 ‘R’은 살아생전 레베카가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마치 불에 타오르듯 선명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영문 철자 하나는 관객들마저 자신의 품으로 끌어들이려는 레베카의 강력한 의중이 담겼다. '레베카'를 보면서 놀란 것은 두 가지다. 

신성록의 노래 실력과 연기력이 이렇게 뛰어난 줄 몰랐다. 생각보다 목소리가 좋았다. 이제부터 신성록가 될 생각이다. 영화, 드라마보다 뮤지컬에 더 집중해 오랫동안 사랑받는 신성록이 되었으면 한다. 새로운 댄버스로 캐스팅된 알리의 무대 역시 매우 인상 깊었다. 알리의 댄버스는 소름 끼치는 공포심을 자극하기보단 지극히 차가워서 넘버를 소화할 때 느껴지는 감정변화의 폭이 더 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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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EMK뮤지컬컴퍼니

직접 보고 들으면서도 믿기지 않을 만큼 시원한 발성, 작은 체구에서 뿜어나오는 허스키한 명품 보이스는 폭발적인 고음에서 더욱 빛난다. ‘영원한 생명’을 부르며 북받치는 감정을 누르고 레베카를 그리던 그녀가 회전 발코니에서 참았던 감정을 모두 터트릴 때 관객들은 그칠 줄 모르는 박수로 환호했다.

‘뮤지컬 배우’ 알리의 다음 행보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이 밖에도 반 호퍼 부인 역의 최혁주가 유쾌하면서도 매력적인 모습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톡톡 튀는 애드리브는 반 호퍼 부인을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만들었다.

또한, 막심의 든든한 친구이자 조력자 프랭크 크롤리 역 홍경수도 단단하고 안정적인 모습으로 작품의 중심을 잡으며 맹활약했다. 실체 없는 대상이 선사하는 심리적 압박과 그로부터 받는 고통의 깊이는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깊다.

뮤지컬 ‘레베카’만의 특별한 매력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레베카’가 주는 극도의 긴장감, 그리고 그로부터 얻게 된 불안과 고통, 시간이 흐를수록 변화하는 인물들의 감정을 세심하게 그려낸 데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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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EMK뮤지컬컴퍼니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도 스릴 넘치는 파워 게임의 한복판으로 초대돼 내내 ‘레베카’에 압도된다. 여기에 탄탄한 원작, 감동적인 사랑 이야기, 마지막까지 거듭되는 반전, 한 번 들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킬링 넘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화려한 조명과 의상까지 더해지며 더욱 강력한 힘을 갖췄다.

때로는 화려한 호텔의 모습이었다가도 한순간에 파도치는 바닷가로, 또 어느새 비밀스러운 저택 맨덜리로 빠르게 전환되는 무대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특히 2막에서 선보여지는 회전 발코니 장면은 뮤지컬 ‘레베카’의 백미다.

불안과 갈등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 댄버스 부인에 손에 이끌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종용받는 나(I)의 모습은 마치 칠흙 같은 어둠 속에 거칠게 불어닥치는 바닷바람 앞에 맞선 한 줄기 여린 꽃처럼 보인다. ‘레베카’의 전율은 이번 시즌에도 계속된다.

영화와 원작 소설을 그대로 무대 위에 옮겨놓은 듯한 ‘레베카’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서스펜스 드라마에 명불허전 배우들이 펼치는 압도적인 연기, 그리고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강렬한 킬링 넘버 ‘레베카’로 방점을 찍는다.

막심 드 윈터 역에 류정한, 엄기준, 카이, 신성록, 댄버스 부인 역에 신영숙, 옥주현, 장은아, 알리, 나(I) 역에 박지연, 이지혜, 민경아, 잭 파벨 역에 최민철, 이창민, 반 호퍼 부인 역에 문희경, 최혁주, 베아트리체 역에 이소유, 류수화, 가일스 역에 최병광, 프랭크 크롤리 역에 홍경수, 박진우, 벤 역에 김지욱, 줄리앙 대령 역에 이종문 등이 출연한다. 뮤지컬 ‘레베카’는 오는 2020년 3월 15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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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EMK뮤지컬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