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관객속으로, 관객이 배우속으로

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이머시브 공연 ‘위대한 개츠비’ 공연

[무비톡 김상민 기자] '위대한 개츠비'는 2017년 런던 축전 '볼트 페스티벌'에서 '이머시스 개츠비'라는 타이틀로 초연했다.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이후 극장 버전으로도 확장됐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가 국내에 라이선스로 가져온 '위대한 개츠비'는 국내에 이머시브 공연의 확장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소설이 모티브인 연극 `위대한 개츠비`는 이런 강점을 극대화했다. 관객이 연기를 감상할 뿐 아니라 극 속에 적극 참여 할 수 있는 `이머시브 시어터`(관객 참여형 공연)로 진행된다. 이머시브 시어터들 중에서도 이 작품은 관객과 거리가 매우 가깝다. 

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이머시브 공연 ‘위대한 개츠비’ 공연

개츠비 저택에서 열린 파티에 초대된 손님으로서 관객들은 배우와 함께 어울려 춤출 수 있다. 이날 호응이 가장 높았던 것도 단연 무도회 신이다. 같이 춤 추자고 손 내미는 배우들에 관객들은 맞잡으며 화답했다. 어떤 이들은 연극이 끝나고 나서도 흥이 가시지 않았는지 외투를 찾기 위해 기다리는 중에도 춤을 췄다.

티켓을 받은 그 순간부터 파티는 시작된다. 티켓을 들고 음료교환을 위해 준비된 바에 가면 들뜬 분위기 속 배우들과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 받는다. 배우들은 관객의 이름을 묻거나, 파티에 몇 번째 참석하는지 등 끊임없이 말을 걸고 옷이 예쁘다는 인사도 하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더한다. 

이머시브 공연 ‘위대한 개츠비’ 공연 사진 | 제공 = 마스트엔터테인먼트

2층으로 올라가 파티장의 문이 열리면 피아노 연주가 한창인 가운데 드레스업을 하고 잔을 든 사람들이 곳곳에서 파티를 즐기고 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그렇게 배우들과 관객들이 뒤섞여 자연스레 파티는 시작된다.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이야기를 보고 듣고 때로는 하나의 매개체가 되기도 하며 관객들은 배우들과 함께 공연의 주체가 된다. 공연장에는 메인룸 이외에도 스몰룸이 존재하는데, 배우들은 퇴장 대신 이 스몰룸을 왔다갔다 한다.

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이머시브 공연 ‘위대한 개츠비’ 공연

배우들이 이동할 때 소수의 관객들 또한 배우를 따라 스몰룸으로 이동해 그곳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메인룸에서도 계속 이야기가 진행중이니 스몰룸에 따라가지 못했다고 해서 절망할 필요는 없지만,

계속 메인룸에만 있으면 자칫 공연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 한번쯤은 스몰룸으로 이동해보시길 추천한다. 이렇듯 이머시브 공연의 매력을 보여주는 ‘위대한 개츠비’의 또 한 가지 매력은 끊임없는 상황 설정에 있다.

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이머시브 공연 ‘위대한 개츠비’ 공연

인터미션 시간에도 배우들은 관객들과 스몰토크를 통해 극의 흐름을 유지한다. 공연이 끝나도 바로 공연장을 나서지 않고 충분히 파티장 곳곳을 누비며 사진도 찍고 즐길 수 있으니 마음껏 만끽하시길! 호텔에 다 함께 모여 있던 장면을 예로 들자면, 데이지가 톰과 개츠비 사이에서 고통스러워하다

톰에게 집에 가자고 외치던 상황의 경우 절정의 순간이지만 영화와 공연의 감성이 다르게 느껴진다. 영화에서는 이기적인 데이지의 모습이 비춰지고, 톰과 결혼생활을 하며 그를 사랑했다는 말을 내뱉지만, 공연에서는 두 사람 다 사랑한다는 말로 표현이 된다. 

 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이머시브 공연 ‘위대한 개츠비’ 공연

영화 속 개츠비는 데이지가 톰을 사랑한적 없다고 말을 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공연 속 개츠비는 톰보다 자신을 더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차이를 보인다. 마지막 조지의 경우에도 오로지 개츠비를 향했던 영화 속 그의 분노방식과 달리 공연 속 그는 톰의 목까지 조르는 분노를 보여준다.

이런 세밀한 부분들이 관객들에게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위대한 개츠비’에서 개츠비가 데이지를 집에 초대해 그녀를 위해 피아노 연주자를 깨워 음악을 들려주고, 린넨 셔츠들을 하나씩 던지기도 하며 집안 곳곳을 그녀와 함께 둘러보고 설명해주는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이머시브 공연 ‘위대한 개츠비’ 공연

개츠비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얼마나 들떠있는지 매일 밤 왜 그렇게 화려한 파티를 열었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메인룸에서 데이지와 개츠비가 함께 춤을 추다가 스몰룸으로 옮겨가면서 아쉽게도 끝까지 둘을 지켜보지는 못했다.

이렇듯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스몰룸이라는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인원제한에 의해 아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그래도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배우들과 관객들이 한 공간에서 소통하며 함께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신선한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 

배우들을 무대 위가 아닌 옆에서 마주하며, 그들의 표정 감정 숨결 하나까지 직접적으로 느끼는 살아 숨 쉬는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관객들에게 색다른 추억을 안겨준다. 

우선 개츠비 맨션에 방문하기 전에 영화 위대한 개츠비를 먼저 보고 간다면 극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개츠비 맨션에 도착했다면 짐은 맡기고 두 손은 편하게! 공연을 더욱 즐기고 싶다면 1920년대 룩으로 입고 가는 것도 방법이다.

꽤 많은 사람들이 파티에 어울리는 착장으로 오기 때문에 어색해할 필요는 전혀 없다. 배우들은 1920년대 설정에 충실하니 더 재밌게 즐기려면 이점을 기억하시길 바란다. 

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이머시브 공연 ‘위대한 개츠비’ 공연

자, 두려움은 잠시 넣어두고 함께 즐겨보자! 배우들이 말을 걸 때 두려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눈다면 더욱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배우들은 그 어떤 말도 순발력과 재치로 받아줄 것이다. 혹시 모르니 이름 하나를 생각해 가는 것도 좋다.

특히 이곳에는 한국 배우 오디션, 리허설 등을 함께하며 위대한 개츠비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 제작에 기여한 에이미 번스 워커 협력연출도 자리해 배우들을 주의 깊게 지켜봤다.

워커 협력연출은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좋았다. 내가 기대한 그 이상이었다"며 만족을 표했다. 관객들의 찬사가 쏟아진 배우는 제이 개츠비를 연기한 박정복과 닉 캐러웨이를 맡은 이기현이다. 오는 2월 28일까지 서울 중구 개츠비맨션(그레뱅 뮤지엄 2층)에서 공연한다.

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이머시브 공연 ‘위대한 개츠비’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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