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민호 감독, "충성이 왜 총성이 됐나"의 궁금증에서 출발한 '남산의 부장들'
우민호 감독, "충성이 왜 총성이 됐나"의 궁금증에서 출발한 '남산의 부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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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1.20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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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우민호 감독

청불영화 '내부자들'로 약 915만 관객을 동원해 흥행에 성공했던, 우민호 감독이 신작 '남산의 부장들'로 돌아왔다. 밀도 높은 서사를 바탕으로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를 끌어내는 연출력은 여전하다. 1979년 10월26일 대통령 암살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남산의 부장들'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을까.

"'충성'이 왜 '총성'으로 바뀌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하던 우민호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남산의 부장들'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 분)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남산의 부장들'은 52만부 이상 판매된 김충식 작가의 동명의 논픽션 베스트셀러 원작으로 한다.

원작은 1979년 10월26일 밤 7시40분쯤 서울 종로구 궁정동 중앙정보부 안가에서 중앙정보부 부장이 대통령을 살해한 사건을 바탕으로, 1990년부터 동아일보에 2년 2개월간 연재됐다. 우 감독은 '남산의 부장들'의 연출을 맡게 된 이유부터 밝혔다.

그는 "저는 이 사건(10.26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호기심이 있었다. 현대사의 가장 큰 변곡점 같은 사건인데, 이 사건에 큰 뚜렷한 대의가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하고 접근했는데 생각보다 희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사건이) 오히려 인간의 어떤 감정, 관계 이런 것 때문에 생긴 균열과 파열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했다"고 말했다.

또 우 감독은 "왜 그렇게 비극적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을까 했는데 특별한 감정 때문이라기 보다 우리도 갖고 있고 일반 사람들도 느끼는, 실망하고 아파하기도 하고 그런 감정들 때문이더라"며 "존중 충성 자존심 집착 시기 질투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소용돌이 치면서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고, 밀어낼 수밖에 없는. 권력의 속성이 있었더라. 권력이라는 게 한 국가의 운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힘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우민호 감독

그러면서 우 감독은 "직장, 조직 내에서의 보편적인 감정들 그런 걸 다루고 싶었다. 그걸 거시적인 그림으로 조명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내면과 심리를 파헤치면서 쫓아가면서 조명해보고 싶었고, 그래서 그 10.26 사건이 현대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 끼쳤는지 담아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우 감독은 '남산의 부장들' 원작을 접하고 영화화 하는 과정에서 가장 궁금해 했던 점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그는 "파리 실종사건과 10.26 사건이 불과 2주 밖에 안됐었다. 중앙정보부장이 '충심'으로 파리실종 사건에 가담했는데 20일만에 대통령 향한 '총성'으로 바뀐 것에 호기심이 많았다. 이 부장의 내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충성이 총성으로 바뀌었을까, 이에 대한 궁금증이 그려간 영화인 셈"이라고 전했다.

판권은 박근혜 전 대통령 정권 때 구입했고, 이때부터 영화화에 착수했다. 그는 "실화를 다루는 영화를 연출하는 부담감은 없을 수가 없지만, 지난 정권에서 판권을 산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며 "다만 역사적 사실이다 보니 역사적인 걸 다루면 사람들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보니 예민하게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런 부담감 보다는 '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나의 시선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원작이 갖고 있는 냉정한, 날카로운 시선, 정치적으로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는 시선 그런 것들을 유지하면서 인간들의 내면을 잘 구축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실존인물들을 모티브로 했지만,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 분)과 대한민국 대통령 박통(이성민 분),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 분),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 분) 등 모두 실제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다. 우민호 감독은 극 중 인물들을 가명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창작의 자유를 보장 받고 싶었다"며 "관계 설정이나 인물들의 내면들, 감정들은 다 창작이다.

사진= 우민호 감독

실제 사건에서 갖고 왔지만 사건을 알고 있지만 이면에 구체적으로 무슨 얘기를 주고받았고 어떤 감정이었는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추측은 가능하지만 사실은 아니니까 이런 부분들은 창작인데, 물론 부담감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우 감독은 "현 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 분)과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 분)은 원래 선후배 사이인데 친구 사이로 바꿨다. 이 영화를 통해서 두 부장이 한 인물처럼 보이길 바랐다"며 "1인자에게 쓰임 당하다 결국엔 버려질 수밖에 없는 비극적인 운명. 이들이 포개면 딱 같은 인물인 것처럼 보였으면 했다.

최후의 모습도, 얼굴의 공허한 모습이라든지, 구두를 잃어버린 채 피묻은 양말을 바라보는 모습이라든지 그런 연출들이 그랬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창작의 자유를 확보하고 싶어 실명을 안 쓰게 됐다"고 덧붙였다.

'남산의 부장들'은 숨통을 틔우는 코미디적인 요소와 같은, 분위기가 반전되는 장르적인 요소 없이 일관된 톤이 유지된 작품이다. 우 감독은 "인물에만 최대한 집중해서 찍으려 했고, 시대의 공기, 색감을 제대로 살리고 싶었다. 미술이나 의상과 같은 레트로한 색감을 강박적으로 컨트롤하면서 찍었다.

화면의 앵글도 강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각 인물들의 신경 쇠약적인 심리를 잡고 싶었기 때문에 그렇게 강박적으로 찍었다. 실존인물들이 모두 망자인데 마치 그들의 초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 털어놨다.

'남산의 부장들'은 총 65회차 중 국내 51회차, 미국 4회차, 프랑스 10회차로 3개국 대규모 로케이션으로 촬영됐다. 우 감독은 "유럽과 미국에서 촬영을 했다. 다행히도 그 시대 느낌이 잘 보존돼 있더라"며 "한국에서는 1970년대를 재현하기가 너무 힘들다.

전국 방방곡곡 찍어봤는데 찍어도 잘 나오지도 않는다. 유럽은 그게 다 보존돼 있더라. 가면 다 그대로 있다. 그래서 더 촬영이 수월했다. 옥외광고판만 CG로 지우면 되더라. 그곳은 바닥도 아스팔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워싱턴 기념탑과 파리 방돔 광장은 섭외가 쉽지 않았다. 

방돔 광장은 굉장히 화려한 광장인데 프랑스 자국영화도 거기서 찍은 적이 한번도 없다고 하더라. 그곳에서 실제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에 꼭 찍고 싶었다"며 "파리 시청과 경찰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한쪽에서 안 해주다가 결국 잘 봉합돼서 허가를 받았다.

현지 스태프들도 60~70명 같이 찍었는데 방돔 광장에서 찍는다고 하니 놀라더라. 현지 프로덕션에 물어보니까 프랑스의,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뜨겁다고 하더라. 또 1979년에 그 사건이 그곳에 있었다는 데 대한, 흥미와 의의를 뒀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또한 자신의 흥행작 '내부자들'과의 비교에 대해서는 "우선 이야기가 다르다. 부분적인 요소가 같은 맥락이 있는데, '내부자들'은 뉴스 등에서 접했던 이야기라면 '남산의 부장들'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건이지만 이면에 어떤 베일에 싸인 어떤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을 인간의 내면과 감정과 심리를 따라 쫓아간다.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내부자들'은 뜨거운 영화라면 '남산의 부장들'은 차가운 영화"라고 설명했다. 우민호 감독은 '남산의 부장들'의 톤 유지를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남산의 부장들'은 실제 사건이기 때문에 감독이 내부자들처럼 뜨겁게, 흥분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냉정한 자세와 시각을 유지하면서 찍으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제가 '내부자들' 감독 아닌가"라며 "자극적으로 해보고 싶기도 하지만 피를 억눌렀다. 쉽진 않았지만 톤이나 분위기를 유지하려 했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이 영화는 옳고 그름 판단하는 게 아닌, 내면과 관계에 집중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어떤 메시지를 전하기 보단 나중에 영화 (상영이) 마무리 됐을 때 궁금하신 분들이 계시면 그때 솔직하게 말씀드릴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자연적으로 관객 분들이 느끼시면 좋겠다"고 답했다.

또 우민호 감독은 '내부자들' '마약왕' '남산의 부장들'까지 밀도 높은 서사를 구축하는 비결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저는 인물에 집중하려고 했고, 싸움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면서 "인물에 집중하고 인물이 어떻게 싸우고 갈등하고 그런 것에 집중하다 보니 밀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

'남산의 부장들'은 그러면서 시대의 공기를 제 나름대로 충실하게 담았던 것 같다. 그래서 조금 더 이 영화가 밀도감이 생기지 않았나 한다"고 털어놨다. 끝으로 우 감독은 "저는 비정상적이고 강박적인 인물들에게 관심과 호기심이 있는 것 같다"며 "'남산의 부장들'은 40일간의 이야기를 밀도있게 다룬 영화이다. 충성이 왜 총성으로 바뀌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고, 잘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베일에 싸인 이야기다.

설에 가족끼리 같이 보시면 극장 밖으로 나와서도 할 얘기가 많을 영화라고 생각한다. 부모님들이, 자녀분들에게도 무언가를 더 얘기해주실 수 있다. 영화는 제한된 시간 안에 담아야 하다 보니 극 중 이야기가 선별돼서 담겼는데 못다한 이야기들이 어쩌면 더 흥미로울 수 있다. 설에 이야기를 더 깊게 나눌 수 있는 영화"라고 전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오는 22일 개봉한다.(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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