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빅픽쳐프러덕션 )= 뮤지컬 '영웅본색'. 

[무비톡 김상민 기자] 뮤지컬 ‘영웅본색’은 영화 ‘영웅본색’ 1편과 2편을 극화했다. 송자호, 송자걸, 마크라는 세 명의 인물의 삶을 통해 진정한 우정, 가족애와 같은 삶의 본질적인 가치를 담아낸 작품이다. 원작 영화 ‘영웅본색’이 작품 특유의 서사를 녹여낸 연기로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으며'

각각 자호, 자걸, 마크 역으로 출연한 적룡, 장국영, 주윤발을 세기의 아이콘으로 만든 걸작뮤지컬 '영웅본색'이 화려한 영상을 통해 영화의 감성을 무대 위에 펼쳐내며 색다른 매력을 안긴다.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음악감독 콤비가 또 한 번 국내 관객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빅픽쳐프러덕션 )= 뮤지컬 '영웅본색'. 

'영웅본색'(연출 왕용범, 제작 빅픽처프러덕션)은 홍콩 누아르의 시초이자 정점으로 꼽히는 영화 '영웅본색'의 1편과 2편을 한 편의 뮤지컬로 각색한 작품이다. 뮤지컬에서는 영화 1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2편의 설정을 곁들였다.

"캬~!" 선글라스를 낀 '마크'가 불붙은 위조지폐로 담배에 불을 붙일 때, 객석 한편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왕용범 연출·이성준 작곡가 콤비의 국산 신작 창작 뮤지컬 '영웅본색'은 이처럼 시작부터 끝까지 동명 영화에 대한 오마주다. 작품은 의리와 배신이 충돌하는 홍콩의 뒷골목에서 살아가는 송자호, 송자걸, 마크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우정, 가족애와 같은 삶의 본질적인 가치를 담아낸다. 

사진제공(빅픽쳐프러덕션 )= 뮤지컬 '영웅본색'. 

조직의 배신으로 3년간 복역 후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내 다시 조직과 얽히게 되는 송자호, 형 자호를 향한 애증을 지닌 동생 송자걸, 그리고 자호의 복수를 하다 절름발이가 돼 조직에서 퇴물 취급을 받는 마크의 갈등과 복수, 우정과 우애는 가슴 속에 품고 살았던 누아르 감성을 다시 한 번 떠오르게 한다.

'영웅본색'이 무대화된다는 소식과 함께 영화의 탁월한 연출을 어떻게 무대 위로 옮길지 기대가 모였다. 왕용범 연출은 1000장이 넘는 LED 패널을 무대 전면에 설치해 기대에 부응했다. 무대를 가득 채운 LED 패널과, 무대 배경에 사용되는 현실감 넘치는 영상은 관객이 한 편의 영화를 관람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사진제공(빅픽쳐프러덕션 )= 뮤지컬 '영웅본색'. 

원작이 지닌 누아르 감성을 세련되게 풀어내는 느낌을 준다는 점도 좋았다. 마천루로 빛나는 야경, 트램이 달리는 시내, 홍콩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익청빌딩을 연상케 하는 건물이 관객의 시선을 붙든다. 자호의 복수를 위해 풍림각을 찾아간 마크가 트렌치코트를 휘날리며 벌이는 총격전은 스크린 속 영상과 호흡을 맞추는 배우의 연기로 표현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다만 2시간 30분 가까이 쨍한 영상을 마주하다 보니 눈이 피로한 느낌도 없지 않다. 특히 자호와 마크가 등장하는 오프닝 장면은 화려한 영상과 음악이 어우러져 관객의 집중을 높인다. 총소리와 함께 작품의 타이틀이 화면에 등장하는 영화적인 연출은 이어질 무대를 향한 기대를 증폭시켰다. 

사진제공(빅픽쳐프러덕션 )= 뮤지컬 '영웅본색'. 

이와 더불어 수족관, 홍콩의 뒷골목, 노을이 지는 하늘 등 시시각각 변하는 영상은 감탄을 불러일으키며 관객을 압도했다. 스토리는 원작을 충실히 따른다. 범죄조직에 속한 형 자호와 경찰이 된 동생 자걸의 갈등, 이들 사이에서 의리를 지키는 마크의 이야기가 원작과 같은 흐름으로 펼쳐진다.

여기에 원작영화 2편에 등장한 자걸의 잠입수사 에피소드를 삽입해 극의 중요한 축으로 활용한다. 특히 2막 초반부는 영화의 플래시 백을 연상시키는 구성으로 흥미를 자아낸다. 다만 원작영화를 충실히 재현한 뮤지컬이 ‘영웅본색’을 본 적 없는 관객들과 얼마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진제공(빅픽쳐프러덕션 )= 뮤지컬 '영웅본색'. 

원작영화의 팬이라 할 수 있는 중장년층 남성 관객이 뮤지컬 주요 관객층이 아니기 때문이다. 티켓 예매처인 인터파크에 따르면 ‘영웅본색’은 다른 뮤지컬과 마찬가지로 20~30대 여성의 예매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약 150분 간의 러닝타임 동안 특별한 무대 장치 없이 오직 영상으로만 공연을 이끌어나가는 것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약간의 피로함을 안기기도 했다.

귀에 친숙한 음악은 작품을 향한 흥미를 높였다. 특히 1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당년정'은 원작 영화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알려진 노래다. 친근한 멜로디와 함께 흘러나오는 한국어 가사는 독특한 매력으로 옛 감성을 자극했다. 그뿐만 아니라 감미로움과 강렬함을 오가는 이성준 음악감독 표 넘버 역시 작품의 맛을 살렸다. 

뮤지컬 '영웅본색'. (사진 = 빅픽쳐프러덕션 제공)

원작영화는 홍콩 반환을 앞두고 홍콩 시민들이 가졌던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의 정서를 남성들의 의리라는 코드로 풀어냈다. 그러나 뮤지컬에서는 이러한 시대적인 배경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뮤지컬이 강조하는 남자들의 의리가 지금 시대의 관객에게 얼마나 와 닿을지도 관건이다.

음악은 영화 주제가 외에도 ‘공동도과’ ‘전뢰유니’ 등 장국영의 대표곡을 적절히 활용했다. 유준상, 임태경, 민우혁이 자호 역, 한지상, 박영수, 이장우가 자걸 역, 최대철, 박민성이 마크 역으로 출연한다. 이들 외에도 김대종, 박인배, 제이민, 송주희, 유지, 이정수, 선한국, 문성혁 등이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오는 3월 22일까지 계속된다.

사진제공(빅픽쳐프러덕션 )= 뮤지컬 '영웅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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