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오디컴퍼니

[무비톡 김상민 기자]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어릴 적 추억 속에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누구나 마음속에는 친한 친구가 한명 정도 있는데 그 친구를 보고싶을 때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를 관람해보라 기분이 좋아짐을 느낄 것이다.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막이 오르자 서정적인 음악이 흐르고 무대에 불이 들어오며 베스트셀러 작가 토마스 역을 맡은 배우 조성윤씨가 객석을 걸어 무대에 올랐다. 잘생긴 그는 "오늘 우린, 앨빈 켈비의 생애를 기념하기 위해 모였습니다"라는 첫 대사를 한 뒤 글이 잘 쓰여지지 않는 지 원고지를 마구 찢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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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너 차례 원고지가 찢어지고 커튼이 젖혀지자 토마스의 30년 절친 앨빈(이석준 분)이 서점 책상 위에 앉아 있다. 영화 <It's a wonderful life>에 나오는 천사 클라렌스 복장을 하고 나타난 토마스와 헤어 롤을 돌돌 말아 올린 채 죽은 엄마의 가운을 걸친 앨빈 켈비. 둘은 그렇게 7살 때 할로윈 파티에서 처음 만났다.

무대는 아버지의 서점을 물려받은 앨빈이 운영하는 '신비한 서점' 하나가 전부다. 여기서 두 배우는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세월의 흐름 속에 변해가는 작품 속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이야기가 우리네 일상과 맞물리면서 깊은 공감을 안겨줬다. 성탄절(크리스마스) 이브에 죽음을 맞이한 앨빈과 그의 죽음을 쫒아가며 과거와 마주하는 토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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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두 명의 배우가 100분 동안 퇴장없이 극 전체를 이끌어 가야 하는 작품의 특성상 배우들의 연기와 호흡이 작품의 진정성을 전달하는 중요한 포인트다.

자칫 지루하기 쉬운 작품이지만 완벽에 가까운 두 배우의 연기 호흡이 객석의 몰입도를 높였다. 앨빈은 토마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주고 토마스는 앨빈의 조언에 마법처럼 글이 술술 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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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천재성과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앨빈' 역으로 무대에 오른 이석준씨의 톡톡 튀는 익살스러운 연기가 돋보였다. 여기에 최혜진 음악감독의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피아노 라이브 연주가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객석 점유율 100%에 가까운 이날 공연 관객의 80% 이상은 30~40대 젊은 여성들이었다. 감동적인 이야기와 아름답고 서정적인 음악, 동화 속 서재를 옮겨 놓은 듯한 예쁜 무대 그리고 감성을 자극하는 연출까지 한 데 어우러져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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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그 친구는 나에게 짧은 글귀 하나를 보여줬다. 나와 만나고 떠올려 적은 글이었다. 비록 앨빈과 토마스처럼 오래된 사이는 아니지만 늘 그 친구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고 내 이야기가 그 친구의 이야기였다. 앨빈과 토마스처럼 나의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였다.

앨빈과 토마스는 7살 학교 할로윈 파티에서 처음 알게 된 후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톰의 생일을 맞아, 앨빈은 아버지의 책방에서 책을 하나 골라 선물하고, 톰은 책을 읽으며 작가를 꿈꾸게 된다. 시간이 흘러 톰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앨빈은 아버지의 책방을 물려받아 고향에서 지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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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멀어진 거리만큼 둘은 자연스레 멀어져 간다. 그리고 현재 톰은 20년 전 앨빈과 서로 송덕문을 써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펜을 들었다. '토마스' 역으로 나온 고영빈과 '앨빈' 역 이석준은 호흡이 착착 맞았다.

두 사람 다 경력이 있어 그런지 연기와 노래가 노련하다. 두 배우가 頌德文(송덕문)을 완성시켜 나가는 과정이 감동적이고 아름답게 다가왔다. 내 옆에 앉은 아가씨(회전문 관객인 듯)가 무척 열심히 봐서 나까지 집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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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10년 동안 이어져 온 것은 나름 이유가 있어서다. 처음에 공연 보기로 결정했을 때 '나랑 잘 맞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11일 공연 보고 나니 그럭저럭 맞는 듯하다. 소박한 무대와 아름다운 음악이 극 내용과 잘 맞았다.

국내 관객들에게 오래 사랑받길 바라는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2월 28일까지 백암아트홀에서 관객을 만난다. 이석준, 고영빈, 김다현(김세현), 송원근, 정동화, 이창용, 정원영, 조성윤(조강현), 강필석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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