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극열전

빈 무대에 여자1명 남자1명 너무나 텅빈무대에 당혹함에 무엇을 이야기할까 궁금해는데  환경문제이야기에 재미없다 생각해는데 시간이 갈수로 두사람의 진실된 이야기에 사랑 싸움에서 결혼 출산으로 관객들이 공감 할 수있는 이야기에 너무나 재미 있었고 유쾌했다.

장면과 장소 전환은 외부 장치 없이 이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이뤄진다. 다소 헐거운 이음새를 메우는 건 관객 몫이다. 작품은 애써 전부를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절제함으로써 상상하게 만든다. 연출가 박소영은 영국 작가 던컨 맥밀란의 희곡을 이토록 동양적으로 구현해냈다.

배우 입장에선 `모 아니면 도`다. 모든 눈동자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가운데 날것의 연기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 이 매혹적이면서도 망설여지는 자리에 김동완·이동하·성두섭이 `남자` 역으로, 이진희·곽선영은 `여자` 역으로 나섰다.

사진=연극열전

임신....

하나의 생명이 잉태된다는 것. 누군가에겐 철저한 계획하에 이루어지는 일이고 누군가에겐 예상치도 못했는데 갑자기 일어나는 일이다. 아이가 생긴다는 것은 여성의 신체적으로 가정의 여러 부분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하나, 아니 그 이상의 세계가 완전히 뒤바뀌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지구환경 박사과정인 여자와 음악을 하는 남자가 사랑한다. 남자는 아이를 갖기를 원하지만, 여자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여자는 아이 하나가 발생시킬 탄소량을 계산하고, 남자는 만약 이 아이가 해답을 찾아서 모두를 구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세계 인구가 70억년이 넘고 인간이 포화상태인 이 지구의 한명의 사람을 늘리는 것은 올바른 선택일까. 대화에 이산화탄소, 탄소발자국, 홍수, 쓰나미, 우생학, 입양, 유전 등등 온갖 문제들이 나온 뒤 여자는 말한다. 무섭다고. 이해할 수 없다

남자는. 이 복잡하고 거대한 세상에 아이 하나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친다는건가. 그는 음악 대신 취직을 하고 여자의 책을 읽는다. 네가 하는 말이 무슨 소린지 모르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가만히 있었다고 잠든 여자 뒤에서 읊조린다.

사진=연극열전

여자가 임신을 한 뒤 호르몬 변화로 심적 변화가 심해지면서 서로의 거리는 멀어지기 시작한다. 운동화를 신던 발에 구두를 신은 남자의 발처럼 임신과 함께 이들의 사회적 지위와 관계 모두 한번도 겪지 못한 감정으로 인한 갈등을 빚기 시작한다.

찰나의 행복이 지나고 다시 비극이 찾아오면서 이들은 그 간극을 극복하지 못한다. 그리고 인생은 이들을 또 다른 운명의 소용돌이로 몰아세운다. 이들은 서로를 끊임없이 좋은 사람이라고 주입한다. 재활용은 하는데 비닐봉지를 쓰고, 천연비누 만들면서 샴푸를 쓰고, 전기차의 장점을 역설하고는 연비 따져 디젤차 사는 보통 사람들과 같다.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지만 결코 완성할 수 없는 모순, 이 딱히 좋아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객석의 누구와도 살짝은 닿아있다. 이들은 빈 공간의 서로에 말을 뿌리고, 웃음과 희망 행복 좌절 슬픔 재회 그리고 짧지만 긴 인생역정의 시간을 채워 공간을 메운다.

남자와 여자가 격정적 상황마다 벗어놓은 신발들은 마지막 조명이 켜졌을때 ‘함께 걸어온 길’로 완성된다. 암전 없이 시간의 흐름을 구현해내는, 그 긴 대사와 복잡한 감정을 장치 없이 구현해내는 배우들이 대단해보인다.

사진=연극열전

현재 한국은 2018년 기준 가임여성 1명당 출산율 0.977명으로 OECD 국가 중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딩크족(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의 증가 등 우리나라 출산율에 대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출산 장려를 권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요소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 제목은 허파를 뜻하고 포스터는 이를 나뭇가지로 표현했지만, 작품은 환경 보호 외에도 여러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재활용은 하는데 생수는 사 마시고,

짧은 거리는 자전거를 타도 음악을 듣기 위해 차 시동을 켜두는 남녀의 모습은 우리 자신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우리는 과연 좋은 사람일까? 완벽할 순 없지만 늘 자신을 돌아보고 고민하고 노력한다면, 그것만으로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갈 가치가 있다.

사진=연극열전

연극 ‘렁스’(Lungs)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영국 작가 던컨 맥밀란의 작품이다. 무겁고 진지하지만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일상에서 한번은 맞닥뜨려야 할 주제를 녹여냈다. 2011년 워싱턴에서 첫 공연한 뒤 영국, 캐나다, 스위스, 벨기에, 필리핀, 홍콩 등에서 꾸준히 무대에 올리고 있다.

올해 ‘연극열전8’의 첫 번째 작품으로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연극 ‘오만과 편견’, 음악극 ‘태일’,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간 박소영이 연출한다. “7년간 매일 뉴욕을 다녀와도 아이를 낳는 것보다 배출하는 탄소 발자국보다 적어.

아이 한 명의 탄소 발자국이 이산화탄소 1만톤, 에펠 탑의 무게라고. 내가 에펠탑을 낳는 거야.” 자연 보호만을 주제로 한 환경극은 아니다. 결국은 사랑과 결혼, 임신과 유산, 이별 등을 겪는 평범한 커플의 이야기를 담는다. 매우 현실적이다. 출산은 특히 사랑, 공포, 희망, 두려움을 내포하고 있는 복합적인 문제다.

여자는 자신의 몸에 찾아올 변화, 일의 제약 등이 두렵다. 누군지도 모르는 선조들로부터 아이의 유전자가 결정되는 것도 걱정한다. 남자 역시 여자를 사랑하고 아이를 낳고 싶어하지만 여자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하고 아이에게 제대로 신경을 써줄 지 확신이 없다.

사진=연극열전

두 사람은 ‘완벽하게’ 좋은 사람은 아닐 터다. 그러나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갈등하고 다투고 질문하고 화해하려고 한다. 성장한다. 시행착오는 있을지언정 어떤 사람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2인극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은 작품이다. 최소한의 음악과 신발 소품을 제외하고 장치, 의상의 변화가 없다. 단 두 명의 배우가 좌우로 긴 무대에서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간다. 이동하와 곽선영은 치열하게 호흡한다. 100분 동안 퇴장 한번 없이 방대한 대사와 휘몰아치는 감정을 쏟아낸다. 

곽선영은 2006년 뮤지컬 '달고나'로 데뷔해 ‘김종욱 찾기’, ‘궁’, ‘빨래’, ‘두근두근 내 인생’, ‘사의 찬미’,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줄리 앤 폴’ 등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드라마에도 진출했다. ‘친애하는 판사님께’, ‘남자친구’, ‘VIP’를 거쳐 '최근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이익준(조정석 분)의 여동생 이익순으로 분해 인기를 끌었다.

여군 소령으로 오빠의 친구이자 흉부외과 교수 김준완(정경호)과 달달한 러브라인을 그려 존재감을 발산했다. 연극 ‘렁스’로 무대로 금의환향한 곽선영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의 코믹 연기와는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욕도 거침없이 쏟아낸다.

남자와의 연애, 결혼, 출산, 유산, 사별까지 여자가 겪는 복잡하고 세심한 심정을 밀도 있게 녹여내 관객을 몰입시킨다. 모든 스토리를 대사로 표현하는 극인 만큼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대사를 뚜렷한 딕션과 발성으로 소화해낸다. 

사진=연극열전

이동하 역시 곽선영과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무대를 채운다.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모습부터 이해와 위로에 서투른 모습, 결국은 여자와 서로를 인정하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 주위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보통 남자를 이질감 없이 그린다. 

뮤지컬 배우 출신으로 무대에서 활동하던 이동하는 최근 드라마 ‘미워도 사랑해’ 주연에 이어 ‘부부의 세계’에서 여회장(이경영)의 심복으로 이태오(박해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이실장 역을 맡아 인상을 남겼다.

‘렁스’에서는 직설적인 여자에게 상처받기도 하고 배신도 하지만 따뜻하고 사려 깊은 남자를 연기한다. 여자와 이별하고 한눈을 팔고 다시 사랑하는 남자의 내적 갈등을 공감 가게 담아낸다. 김동완, 이동하, 성두섭, 이진희, 곽선영이 출연하며 오는 7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한다. 100분.

사진=연극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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