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신시컴퍼니)= 2020 뮤지컬‘렌트(Rent )’공연 장면

9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렌트'는 어김 없이 '렌트'의 면모를 아낌없이 선보인다. 화려한 조명 속, 다양한 모습의 청춘들이 전하는 그들의 삶의 메시지는 다시 한번 관객들에게 울림을 전한다. 청춘은 여전히 방황하고 어딘가 모르게 부족하다. 그런 그들의 삶을 붙드는 것은 다름 아닌, 또 다른 청춘이다.

1991년 뉴욕 이스트빌리지의 한 재개발지구. 난방도 들지 않고 전기마저 끊긴 허름한 빌딩에 로저와 그의 친구들이 산다. 에이즈에 걸려 있는 로저는 여자 친구의 자살 후 히키코모리처럼 자신의 방 밖을 벗어나지 않는다. '인생곡'을 쓰기 위해 노력하지만, 오선지만 낭비할 뿐이다.

스타 영화감독을 꿈꾸는 로저의 절친한 친구 마크는 로저의 대외 활동을 독려하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래층에 사는 이웃 미미가 성냥을 빌리러 로저의 방문을 두드린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곳에 사는 예술가들은 집세를 낼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다. 전기는 옆 건물에서 불법적으로 끌어오고 난방은 하지 못해 추위에 떨고 있지만 이들은 젊고 힘이 넘치며 희망적이다. 

사진제공(신시컴퍼니)= 2020 뮤지컬 ‘렌트(Rent )’ 공연 장면

남자로 태어났지만 여성인 '엔젤'은 탁월한 패션감각을 가졌고 자신은 남자보다 남자답고 여자보다 섹시하다고 자신을 정의하고 있다. 댄서 생활을 하고 있는 미미는 난방을 하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지만 불을 얻기 위해 '로저'의 집에 먼저 찾아가며 사랑을 찾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무대 위에 있는 젊은이들은 오늘을 즐기려 한다. 오늘 밤을 즐기고 사랑을 갈구한다. 사랑이 진실이고 사랑으로 생명이 유지되며 그것은 성별과는 무관하다고 말하고 있다. 진실하고 가식없는 젊은이들의 모습. 그들은 자유로운 보헤미안 [라비보엠(La Vie Boheme)]이고 예술가로서 꿈과 열정, 사랑과 우정, 마지막으로 희망을 가지고 있다.

사진제공(신시컴퍼니)= 2020 뮤지컬 ‘렌트(Rent )’ 공연 장면

컴컴해 보이는 삶 속에서 과연 나는 어떤 청춘을 남길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도 찍힌다. 로저의 룸메이트이자 극의 내레이터이며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인 마크가 자신의 주변 것을 매일 기록하듯 우리도 저마다의 리듬과 멜로디로 삶의 부정과 긍정을 스케치한다.

부정과 긍정이 항상 공존하는 이유는 청춘은 미완성이기 때문이다. '렌트'도 사실 '미완성의 유작'으로 통한다. 라슨이 개막 하루 전 대동맥혈전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우들은 매번 완성된 그림을 상상하며 각자의 퍼즐을 맞춰야 한다. 어떤 작품보다 같은 캐릭터라 해도 배우의 매력에 따라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지는 이유다.    

사진제공(신시컴퍼니)= 2020 뮤지컬 ‘렌트(Rent )’ 공연 장면

삶의 우울과 불안 속에서 피어오르는 실낱같은 희망의 빛줄기, 그것은 연대에 대한 갈급함으로 이어진다. 청춘들의 앙상블 뮤지컬이라고도 할 수 있는 뮤지컬 '렌트'는 그래서 세월과 관계없이 유효할 여지가 크다. 멈춰 있는 듯 보여도, 청춘은 다 같은 손을 잡고 매일 한 발자국씩 나아가기 때문이다.

다만 '렌트'를 보면 후유증을 각오해야 한다. "52만5600분의 귀한 시간들, 어떻게 재요. 1년의 시간"이라고 작품의 주제곡 '시즌 오브 러브'를 계속 중얼거리고, '렌트'와 함께 라슨이 남긴 유일한 두 작품 중 하나인 '틱틱붐'이 미치도록 보고 싶어진다.

로저 오종혁·장지후, 미미 아이비·김수하, 모린 전나영·민경아, 마크 정원영·배두훈, 엔젤 김호영·김지휘, 콜린 최재림·유효진 등 국내 뮤지컬 청춘스타들을 몽땅 모아놓았으니 어떤 캐스트 조합을 봐도 믿음직스럽다.

사진제공(신시컴퍼니)= 2020 뮤지컬 ‘렌트(Rent )’ 공연 장면

'렌트'는 1996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뮤지컬이다. 초연한 해에 토니상 4개 부문, 드라마 부문 퓰리처상, 드라마 데스크상 등 각종 뮤지컬 상을 쓸어 담으며 주목받았다.

극작·작곡가 조나단 라슨(1960~1996)은 브로드웨이 초연을 앞둔 바로 전날 갑작스러운 대동맥 박리로 숨진 채 발견되며 뮤지컬의 성공을 생전에 보지 못했다. 동시에 이 작품은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La Bohême)’을 현대화한 작품이다.

절묘하게 극중 녹여 놓은 두 주인공 남녀와의 죽음을 앞둔 이별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다양한 청춘들의 사랑과 꿈 그리고 열정을 그려 놓았다. 여기에 사회적으로 터부시 되었던 동성애, 에이즈, 마약 등의 이야기를 수면 위로 드러내어, 록, R&B, 탱고, 발라드, 가스펠 등 다양한 음악 장르와 혼합해 오페레타 형식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사진제공(신시컴퍼니)= 2020 뮤지컬 ‘렌트(Rent )’ 공연 장면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어 보이는 그들의 상태의 삶을 하나의 단어로 표현한 것이 바로 '렌트(Rent)'이다. '방세' '임차료' '빌리다'의 뜻을 가진 'Rent'는 그들이 당장 살고 있는 뉴욕 이스트 빌리지의 폐쇄 소식에 대한 갈등인 이야기의 시발점과 동일한 선상에 놓이기도 한다.

즉, 당장 안정적으로 살아갈 거쳐 조차 없는 그들의 불안정한 삶에 대해 정의 내린 단어이기도 하다. 지난 해 10월 진행된 뮤지컬 '렌트'의 공개 오디션에는 ‘프로 무대 3개 이상 참여’라는 특별 항목에도 불구하고 1,300여 명이 몰렸다.

치열했던 오디션 끝에, 오리지널 배우 김호영 배우와 최재림 배우를 비롯하여 오종혁, 장지후, 정원영, 배두훈, 아이비, 김수하, 김지휘, 유효진, 전나영, 민경아, 정다희, 임정모 배우 등 총 23명의 실력 있는 배우들이 이번 시즌 '렌트'의 주인공으로 최종 선발되었다. 

사진제공(신시컴퍼니)= 2020 뮤지컬 ‘렌트(Rent )’ 공연 장면

주연급 캐스팅은 이번 시즌의 기본 배팅이었다면 주목해 볼 만한 이들은 주연배우 못지않은 조연 및 앙상블의 활약이다. 작품의 흐름을 돕기 위해 사용되는 '전화'를 통해 보여주는 앙상블 팀의 짧은 연기와 노래 실력은 수많은 관객들을 주연배우에서 앙상블 단원으로 시선을 끌기에 충분히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그들이 연기한 이스트 빌리지에 살고 있을 법한 이웃 청춘들의 모습은 방황하는 청춘들의 모습을 적절히 표현한다.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네~' 조명을 통한 무대의 몰입도를 높이는 무대연출은 굉장했다. 많은 인물의 등장과 이야기로 다소 산만할 수 있는 흐름을 조명으로 정리한 것이다.

사진제공(신시컴퍼니)= 2020 뮤지컬 ‘렌트(Rent )’ 공연 장면

음악의 분위기와 역할의 감정선을 이은 조명 연출은 물론이거니와 많은 배우들의 등장에 협소해 보일 수 있는 무대 공간을 조명을 사용하여 시선 분산을 막았다.

호평이 있으면 혹평도 있는 법. 파격적인 스토리와 과감한 배우들의 움직임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20년 전보다 더 뜨겁다. 그러나 공연장 내 음향이 고루 전달되지 않은 점으로 관객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한편 뮤지컬 '렌트'는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오는 8월 23일까지 공연된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건강 문진표 작성과 발열체크 등이 진행된다.

사진제공(신시컴퍼니)= 2020 뮤지컬 ‘렌트(Rent )’ 공연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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