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과수원뮤지컬컴퍼니제공

올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전 세계가 그를 위해 한껏 준비했었다. 연초부터 코로나19가 인류를 엄습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뮤지컬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는 이런 때 그를 기리는 반가운 작품이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베토벤이 청력을 상실하고 권총으로 자살하려던 날 밤 집에 낯선 여자 마리가 어린 소년 발터를 데리고 방문해 그에게 발터의 피아노 선생님이 되어 달라고 청한다. 베토벤은 제안을 뿌리치지만 이는 예기치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발터의 잔상은 베토벤에 계속 남아 그가 조카 카를을 제자로 기르는 데까지 영향을 미친다. 작품은 작곡가 베토벤과 그의 조카이자 제자 카를의 실화를 모티프로 하되, 극적인 상상력을 풍부하게 발휘해 베토벤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한 팩션 뮤지컬이다.

음악적으로 매우 우수하면서도 `모차르트`라는 벽에 가로막혀 괴로워하는 장면 등이 특히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잘한다"고 칭찬받은 것도 잠시, 더 잘하는 이가 나타나 좌절했던 낯설지 않은 경험들이 작품 속에 겹쳐진다.

사진제공= 과수원 뮤지컬컴퍼니

역사 속에는 없는 가상 인물 `마리 슈라더`의 존재는 극을 다채롭게 만든다. 위대한 음악가의 일생을 조명하는 데 그쳤더라면 지루한 위인전이 됐을 작품이 이 캐릭터 덕분에 입체성을 가지게 됐다. 작품의 분기마다 베토벤을 각성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는가 하면, 스스로의 서사도 흥미롭다.

남성 중심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여성의 신분으로 `건축가`라는 자신의 꿈을 당당하게 쫓는 그녀의 모습은 현대의 페미니스트 관객들을 위한 메시지일 테다. 베토벤을 다룬 만큼 장면마다 적절하게 베토벤 음악들을 삽입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교향곡 3번 `영웅`, 교향곡 5번 `운명`, 교향곡 6번 `전원` 등이다. 

일부만 들려주지만 극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강렬하고 드라마틱하다. 고난을 극복하는 격렬한 몸짓은 "오늘을 바꾼 나의 미래는 분명 달라져 있을 거야" 중앙에는 검은천으로 덮혀 있는 피아노가 한대 있고 좌측에도 피아노가 한대 있다. 작은 책상과 반대쪽에 의자 한개. 주말 공연장에는 매진을 알리는 목소리가 반복되며 입장을 제촉하고 있다.

과수원 뮤지컬컴퍼니 제공

"친애하는 벗에게"

공연 중에는 피아노 연주자가 라이브로 배경음악을 만든다.그리고, 베토벤의 죽음으로 부터 시작하는 이 작품은 한 수녀님이 자신에게 온 편지를 읽으면서 진행된다. 뮤지컬 <루드윅>은 베토벤의 어린 시절부터 데뷔이후 젊은시절, 청력을 읽을 당시의 모습과 이후 새로운 인생을 살며 음악가로 성공하고 조카와 함께 살아가는 말년의 모습까지 표현하고 있다.

어려서 아버지에게 엄격한 음악교육으로 힘들었던 베토벤은 이후 독립해 음악가로 성공하지만 젊어서 청력을 상실하게 된다. 그리고 "왜?" 절규하는 베토벤. 그리고 폭풍우가 치던 밤 온 마리 슈라더 라는 여성의 등장. 마리는 여자가 공부할 수도 없던 시절 그녀는 남자의 옷을 입고 불가능할 것 같던 일들을 해내고 만다.

사진제공= 과수원 뮤지컬컴퍼니

작품은 막힘없는 빠른 전개와 각 캐릭터가 고난을 극복하는 각각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성격을 확실하게 부여하는 것과 동시에 무대의 격동성과 캐릭터의 개연성까지 갖추면서 관객들에게 깊은 몰입감을 준다. 공연 중에는 각각의 캐릭터들의 매력이 격렬하게 몰아치고 여리게 진행되다 매우 격렬하게 몰아치며 마무리 된다.

이 작품에서 돋보이는 것중 하나는 역시 조명의 힘이라고 하겠다. 공연 중에는 CGV 스크린X 효과처럼 무대 위에만 조명이 머무는 것이 아니라 무대 밖 벽공간까지 조명을 주며 3면 입체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 또한 무대 위에서 배우가 돋보여야 하는 상황에서 7개의 핀조명을 사용하며 무대 위배우를 비추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조명이 비춰지는 의외성을 주며 극적인 효과를 배가한다.

사진제공= 과수원 뮤지컬컴퍼니

하지만 그런 효과들이 이 작품 스토리 속에서 과해보이지 않고 아름다워 보인다. 조명과 함께 관객석에서 객석이 움직임 정도의 효과음을 주기도 한다. 마치 극장에서 큰 우퍼로 인해 의자에 느낌을 주는 것과 같다. 다시 작품 속 캐릭터로 돌아오면 고난을 극복하는 자주적인 여성 캐릭터 '마리'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또한 이미 모든 관객이 아는 베토벤의 모습 역시 그의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들려지는 상황에서 더욱 흡입력 있게 다가온다. 무대공연에서는 관객들과 무대, 배우가 공감되고 하나가 되는 것도 무척이나 중요한데 여성을 대표하는 '마리'가 남자옷이 주는 권력을 갖게 되는 과정과 좌절에서 아마 관객들은 배우들과 심정적으로 하나가 될 수 있을 듯하다.

그 과정에서들려지는 마리의 넘버는 비통한 고음, 남자 넘버와 다름없는 박력과 격렬함이 있다. 뮤지컬 <루드윅>은 소극장 뮤지컬에서 느낄 수 있는 공연의 다양한 요소를 가득 채워주고 있는 작품이다. 캐스팅 된 배우들은 넘치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고 넘버들은 베토벤 교향곡을 듣는 것 같이 관객을 몰아붙인다. 어쩌면 이 작품은 지금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 공연장에서도 잘 어울릴 공연이 아닐까 싶다.

사진제공= 과수원 뮤지컬컴퍼니

다만 일부 장면에서 배우들의 과도한 감정 연기는 다소 부자연스럽다. 또 베토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마리’가 외치는 페미니즘적 메시지도 전체 서사에선 매끄럽지 못하다. 다만 드라마 같은 삶을 살았던 베토벤과 주변 인물의 이야기를 짧은 시간에 압축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는 있다. 다소 아쉬운 점이 있긴 해도 작품이 주는 울림은 크다.

제작진은 “베토벤의 곡이 너무 유명해 가사를 붙이기도 어려웠다”고 밝혔지만 원곡이 주는 무게감을 잘 활용했다. 거대 오케스트라 없이도 피아노 한 대와 배우들의 목소리라는 매력적인 악기로 110분을 꽉 채웠다. 서범석 김주호 이주광 테이 등 출연. 6월 30일~9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 4만4000∼6만6000원. 11세 관람가.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베토벤 탄생 250주년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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