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리뷰]<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오락성 만점…충실한 韓 액션 후계자
[시사리뷰]<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오락성 만점…충실한 韓 액션 후계자
  • 무비톡
  • 승인 2020.07.2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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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컷=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 뉴스1

오락성 만점이다. 그것만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불안한 길을 달려오고 있었던 극장에 좋은 소식이 아닐까 싶다. 28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는 주인공 청부살인업자 인남(황정민 분)에게 걸려온 전화벨 소리로 시작한다.

한 거물급 야쿠자를 살해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그는 이내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고 몫돈을 받는다. 직업 살인업자로 살고 있는 그의 옆모습에서 짙은 피로감이 뿜어져나온다. 과거 어떤 사건 때문에 쫓기듯 한국을 떠난 인남은 우연히 일본의 한 식당에 걸려있는 평화로운 파나마 공화국의 사진을 보고 그곳으로 떠날 계획을 세운다.

그런 그에게 과거 사랑했던 여자가 있었고, 그 여자는 현재 태국 방콕에서 딸을 키우며 살고 있다. 딸과 둘이 평화롭게 살던 여자에게 이상하리만큼 좋은 조건의 사업 제안이 들어오고, 여자가 일로 분주한 사이 유치원에서 하교하는 딸을 마중 갔던 보모가 아이와 함께 사라져버린다. 인남은 한국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통해 여자의 소식을 듣게 된다.

얼마 안 가 여자는 시체로 발견돼 한국으로 인도됐고, 여자의 시신을 확인한 인남은 아직 유괴 상태인 아이를 찾기 위해 태국으로 떠난다. 하지만 인남의 여정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태국까지 그를 쫓아온 레이(이정재 분)로 인해 스펙터클해진다. 레이는 인남이 살해한 야쿠자의 동생으로 형을 죽인 자를 찾겠다며 나섰다.

무자비한 성격에 목표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그야말로 피도 눈물도 없는 야쿠자인 그는 딸을 찾기 위해 방콕에 도착한 인남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이제 인남에게 주어진 미션은 더 복잡해진다. 레이의 추격을 따돌리면서 딸을 무사히 구해내는 것. 인남은 두 가지를 모두 성공시킬 수 있을까.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오락성이다.

내용은 '쫓고 쫓기는 두 남자의 이야기'라고 축소해도 별 문제 없을 만큼 간단하지만, 생각보다 정교하게 설계된 액션 시퀀스들이 관객의 몰입을 끌어낸다. 두 가지 트랙(아이 찾기, 추격자 따돌리기) 사이를 오가며 숨가쁘게 격투와 카체이싱, 총격전 등을 벌이는 인남이 한 단계씩 미션 완수에 가까워질 때마다 보는 이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포스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 뉴스1

숨 쉴 구멍은 박정민이다. 극중 박정민이 연기한 유이는 인남의 충실한 조력자로, 마치 '007' 시리즈의 본드 걸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유이는 태국어를 통역해주고, 영화 내내 웃음으로 쉼표를 준다는 점에서 무척 기능적인 캐릭터로 느껴진다. 하지만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인남의 마지막 보루가 돼주고, 사실상 구원자의 역할도 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가장 연약하고 소외된, 딸과 유이란 두 존재를 통해 구원을 완성하는 인남의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한다면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여러 설정들에 기시감이 없지 않다. 인간미 0%의 추격자를 묘사한 점에서는 하비에르 바르뎀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떠오르고, 주인공의 숨 막히는 고군분투를 그려낸 점에서는 맷 데이먼의 '본' 시리즈 흔적도 보인다.

'연약한 존재를 구하기 위해 헌신하는 남자'라는, 낭만적(?)인 설정은 원빈의 '아저씨'를 위시한 한국형 범죄 누아르의 전통을 따랐다는 느낌도 준다. 전반적으로 볼거리가 충분한 범죄, 액션 영화다. 3개국 로케이션을 통해 세 나라의 화려한 풍광을 아름답게 담아냈다.

'기생충'의 촬영감독이기도 했던 홍경표 촬영감독이 담아낸 액션 신들은 종종 액션 게임을 떠올리게 해 흥미롭다. 그만큼 스펙터클하면서 사실감도 있다. 액션신에서 컷을 줄여 '리얼'함을 살린 것도 높은 완성도에 한몫했다.

다소 1차원적인 캐릭터들을 가지고 관객의 몰입을 이끌어낸 것은 황정민 이정재 등 노련한 배우들의 힘이 컸다. '감독판'이 나온다면 분명 '청불'이 되겠지만 15세 관람가를 받은만큼 잔인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지는 않는다. 러닝타임 108분으로 오는 8월 5일 개봉한다.(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