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냥 나니까. 내가 누군지 제대로 보여줄게!”

사진=쇼노트

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 각양각색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보통은 개성을 인정하기 보다 다수의 의견에 동의하고 다수의 의견에 따라 행동하는 등 다수에 맞춰 살아간다. 자신과 다르면 편견이나 차별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 사람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진가를 발견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모든 인생은 특별하고 소중하다. 자신의 인생이 보잘 것 없다고 인정하는 순간, 정말 그렇게 된다. 남의 시선이 아닌 내 마음 속 벽을 넘어야 진정한 ‘내 인생’과 마주할 수 있다.

그 어떤 꿈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대신 사회가 만든 ‘현실’에 자신을 옭아매는데 익숙하다. 이게 내가 꿈꾸는 인생인지,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꿈인지 모른 채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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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뮤지컬 ‘제이미’는 세상 편견에 맞서 자신의 꿈과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당찬 17세 고등학생 ‘제이미 뉴’의 성장 스토리를 담은 작품이다. 어렸을 때부터 여자 옷을 즐겨 입었던 제이미는 자신이 또래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일찍부터 깨달았다.

그는 드레스와 힐을 착용할 때 내면 속의 또 다른 자아, ‘새로운 나’를 만난다. 제이미의 꿈은 ‘드랙퀸’(남성이 예술이나 오락, 유희를 목적으로 여장을 하는 행위)이 되는 것이다.

그는 확고한 꿈을 지녔지만, 자신을 유별나게 보는 시선들로 인해 두려움을 갖게 된다. ‘현실적인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현실적으로 살라’는 선생님과 ‘극혐 게이’라고 놀리는 같은 반 친구, 심지어 아들의 꿈을 역겹다고 말하는 친아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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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선 그를 향해 인격모독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이들의 모습은 ‘게이’, ‘드랙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드랙퀸은 ‘치마 입은 남자’, 게이는 ‘변태, 혐오스럽고 불쾌한 존재’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이들은 제이미의 정체성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존중·포옹·이해는 묵살된다. 그러나 제이미는 자신의 꿈과 인생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되레 주변의 반대와 비판을 받아들이고, 내면의 열정을 보여준다.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알기에 스스로의 인생에만 집중한다. 넘버를 통해서도 제이미는 “난 그냥 나니까”, “난 내 길을 따라 달려가, 절대 꺾이지 않아”라고 당당히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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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친구 ‘프리티’, ‘레이’이모, 드레스 샵 주인 ‘휴고’ 아저씨 또한 제이미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받아들인다. 그들은 제이미에게 “넌 강하다. 아름답다”고 이야기해주고, “네가 누군지, 누가 되고 싶은지에만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제이미의 외침은 결국 세상의 편견을 무너뜨린다. 그는 졸업파티에 드레스 차림으로 입장할 수 없다는 담임 선생님에게 허락을 받아내고, 자신을 끝내 아들로 인정해주지 않는 아빠에게 받은 상처를 극복한다.

드레스라는 갑옷을 입고 가장 자기다운 모습으로 자신과의 전투에 우아하게 맞서 전진한 결과, 제이미는 진짜 영웅이 된다. 제이미의 서사는 제이미에 의해 지금도 빚어지는 중이다. 우리 모두 제이미처럼 삶의 굴곡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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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들을 넘어 꿈을 이룰 수 있을지, 해피엔딩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지는 결국 본인 의지에 달려있다. 제이미 뉴는 이 세상의 모든 제이미들에게 말한다. “그대여 오늘도 수고가 많았어 진짜. 예쁘다. 멋있다 완전 소중하다. 지금 충분히 잘 하고 있어.

그냥 하는 말 아니야 날 믿어, 네가 너라는 게 난 너무 기뻐” 주인공 제이미는 다수보다 소수에 속하는 인물이다. 드랙퀸이 되고 싶어 한 이 소년은 차별과 혐오라는 벽에 부딪히는데, 당당하게 이를 극복해낸다.

아시아 초연으로 한국에서 막을 연 '제이미'는 ?영국 BBC의 다큐멘터리 '제이미: 16살의 드랙퀸(Jamie: Drag Queen at 16)'(2011)에서 소개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진정한 자아를 찾아 나가는 17세 고등학생 제이미의 꿈과 도전, 가족의 사랑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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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초연해 2018 올리비에 어워드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왓츠온스테이지 어워드에서 최우수 신작 뮤지컬상 포함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유쾌하고 재기발랄한 뮤지컬이다. 제이미는 보통의 사람들 눈에는 유별나지만 당찬 소년이다. 스스로 게이임을 당당히 인정하고 드랙퀸이라는 확고한 꿈을 가졌다.

적성 검사에서는 포크레인 기사와 광부가 나왔지만, 화장하고 드레스를 입고 힐을 신는 걸 좋아한다. ‘극혐’이라며 그를 괴롭히는 동급생 딘(조은솔)에게는 “너야말로 극혐”이라며 맞받아친다. 다행히도 그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엄마 마가렛(김선영 분)과 엄마의 친구 레이(정영아), 절친인 프리티(문은수), 전설의 드랙퀸 휴고(윤희석)는 제이미 그 자체를 존중한다. 마가렛은 특히 아들에게 빨간 하이힐을 생일선물로 건네는가 하면 졸업 파티에서 제일 멋진 드랙퀸이 되라고 격려하는 깨어있는 엄마다. “인생은 한 번이다. 너 하고 싶은 것 다 해라. 네가 네 인생을 사는 게 최고로 자랑스러워”라며 따뜻한 말을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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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랙퀸을 소재로 했지만 주된 내용은 제이미의 성장이다. 난 그냥 나니까 내 모습이 어떻든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래서 이 극은 제이미가 드랙퀸으로 데뷔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뭘 하고 싶은 것인지 고민하고 한 걸음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제이미뿐만 아니라 편견에 시달리는 위치에 있기 쉬운 싱글맘 마가렛, 무슬림 프리티 캐릭터를 다룬 것도 눈에 띈다. 오프닝부터 흥겹다.

‘And You Don't Even Know It’ 넘버로 시작해 'Work of Art’, 'The Legend of Loco Chanelle', 'Everybody's Talking About Jamie', 'Limited Edition Prom Night Special' 등 신나는 음악들이 이어진다. 에너자이틱한 군무도 흥을 돋운다. 그러면서도 'The Wall In My Head', 'If I Met Myself Again', ‘My Man, Your Boy', 'He Is My Boy', 'Spotlight', 'It Means Beautiful' 등 서정적인 넘버로 등장인물의 내면을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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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후 복귀작으로 ‘제이미’를 택한 조권은 물 만난 고기처럼 무대를 즐긴다. 이 작품을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는 말처럼 끼와 에너지를 발산한다.  2014년 뮤지컬 ‘프리실라’ 때도 신세대 게이 아담 역을 맡아 짙은 메이크업과 여장을 한 채 에너지 넘치는 춤과 노래, 연기를 선보였다.

이번에도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내면의 두려움을 이기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고등학생 소년의 성장 과정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조권은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발랄한 고등학생 소년부터 드레스, 빨간 하이힐을 장착하고 신나게 무대를 활보하는 모습까지 캐릭터를 잘 소화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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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생은 특별하고 소중하다. 자신의 인생이 보잘 것 없다고 인정하는 순간, 정말 그렇게 된다. 남의 시선이 아닌 내 마음 속 벽을 넘어야 진정한 ‘내 인생’과 마주할 수 있다. 그 어떤 꿈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대신 사회가 만든 ‘현실’에 자신을 옭아매는데 익숙하다. 이게 내가 꿈꾸는 인생인지,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꿈인지 모른 채로 살아가고 있다.

영국 뮤지컬 ‘제이미’는 세상 편견에 맞서 자신의 꿈과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당찬 17세 고등학생 ‘제이미 뉴’의 성장 스토리를 담은 작품이다. 어렸을 때부터 여자 옷을 즐겨 입었던 제이미는 자신이 또래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일찍부터 깨달았다. 그는 드레스와 힐을 착용할 때 내면 속의 또 다른 자아, ‘새로운 나’를 만난다. 뮤지컬 '제이미'는 9월 11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165분. 중학생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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