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컷= 나를 구하지 마세요

우울하다...

영화는 시종일관 우울한 장면만 보여준다.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은 젊은 아내와 어린 딸, 남겨진 재산도 없다. 영화에서는 보여주질 않았지만 남편의 극단적인 선택은 아마 돈 때문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순수하고 발랄해야 할 어린나이에 짊어진 삶의 무게, 딸을 사랑하지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엄마, 포화를 맞은 듯 번쩍거리는 네온사이에서 힘겹게 일하는 엄마의 모습은 생과 죽음의 전쟁터에서 무기력하기만 하다. 견디기 힘든 삶속에서 엄마는 결국 남편의 뒤를 따라가려한다.

이를 직감한 어린 딸은 무섭지만 엄마와 같이 가기로 한다. 영화‘나를 구하지 마세요’를 연출한 정연경 감독은 2016년 가을, 낙동강 하류에서 엄마와 어린아이가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을 보고 영화화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죽은 아이가 남긴 메모에는 '내가 죽거든 색종이와 십자수 책을 종이접기를 좋아하거나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세요'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고 했다.

11살 아이는 이미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다. 이 메모를 남기며 그 아이는 도대체 어떤 마음이었을까, 엄마를 따라 강가를 걸으며 아이는 어떤 심정이었을까를 생각하며 또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큰 충격을 받았고 어른으로서 아이에게 한없이 미안해졌다.

부모가 자신의 죽음에 아이를 동반하는 가슴 아픈 사건들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 아이들을 구할 수 있을까 하는 간절한 마음이 영화화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가슴 아픈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나를 구하지 마세요’는 2020년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본선에 진출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올해 한국경쟁에는 지난해보다 20% 증가한 125편이 출품됐으며 이 가운데 엄정한 심사를 거쳐 총 11편의 본선 진출 작이 결정됐다.

전주국제영화제 문석 프로그래머는 “극단적인 상황에 몰린 모녀의 이야기를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비추는 영화로,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이 때로는 진정한 위안이 될 수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한다”라고 심사평을 밝혔다. 막다른 곳에서 소녀에게 위안을 준 소년‘정국’의 존재가 한없이 커보였던 영화‘나를 구하지 마세요’는 9월 3일 개봉한다.

스틸 컷= 나를 구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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