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발렌타인 데이’ 공연장면 중 발렌티나(정재은 분)가 과거를 회상하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연극 '발렌타인 데이'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이날 전막 시연 후 진행된 간담회에는 연출 김종원, 배우 정재은, 이명행, 이봉련이 참석했다. 

연극 ‘발렌타인 데이’는 한 남자 ‘발렌틴’과 그를 사랑한 두 여인 ‘발렌티나’ ‘까쨔’의 이야기다. 발렌틴과 발렌티나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교제를 허락받지 못했다. 이후 발렌틴과 까쨔는 결혼한다.

15년 후 모스크바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만난 발렌틴과 발렌티나는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되고, 세 사람은 삼각관계 속에서 괴로워한다. 발렌틴은 40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술에 의지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던 까쨔는 전 재산을 발렌티나에게 팔아버린다. 발렌티나는 까쨔에게 함께 살 것을 제안하고 두 사람은 함께 60세를 맞이한다.

연극 ‘발렌타인 데이"연출 김종원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발렌타인데이’는 러시아 작가 이반 븨릐파예프(Ivan Vyrypaev)의 2009년작으로 러시아 유학파인 김종원 경남대학교 교수가 연출과 번역을 책임졌다.

김 연출은 “러시아에서 ‘발렌타인 데이’는 수많은 연출가를 통해 다양한 형식으로 공연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정치적인 스타일로 풀어가기도 한다. 이번 국내 공연은 ‘사랑’을 주제로 과거에 집착하고 현실 속에서 갈등하며, 생을 마감하거나 혹은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 등으로 그려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연극 ‘발렌타인 데이’ 공연장면 중 배우 이명행은 벨렌틴가 발렌티나(정재은 분)의 격하게 포옹하고 있다

작품의 큰 축을 이끌어 가는 발렌티나 역에는 배우 정재은이 캐스팅됐다. 최근 SBS 예능프로그램 ‘싱글와이프’에 출연해 ‘우럭 여사’라는 애칭을 얻게 된 그는 연극 ‘갈매기’ ‘그와 그녀의 목요일’ 등 다수 연극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연기파 배우다.

 ‘발렌티나’ 역은 베테랑 배우 정재은  “발렌티나의 기억 속에서 모든 것들이 일어나는 상황이라 굉장한 내면의 에너지가 필요했다. 40년간 어떤 사람을 절대적으로 사랑하면서 살아온 여자의 기억과 감정을 제대로 알 수 없었지만, ‘나라면 어땠을까’ 철저히 내 안으로부터 출발해 극단적인 감정까지 생각하며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봉련이 발렌틴을 사랑한 또 다른 여인 ‘까쟈’의 옷을 입었다. 그는 “인물을 이해하려고 하기 보다는 ‘이럴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무대 위에서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씬이 많아서 평소와 다른 차원의 집중도로 연기에 임하고 있다”고 답했다. 

두 여자의 사랑을 받는 남자 ‘발렌틴’ 역을 맡은 이명행은 “캐릭터를 이해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는데, 인물을 구체적으로 무대에 서 있도록 표현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특히 극 중 감정이 격한 상태에서 물건을 던지고 부수는 장면이 있는데, 그 부분을 표현하는 것도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연극예술원에서 연기·연출을 전공한 김 교수는 예술의전당에서 제작한 토월정통 연극 시리즈 <보이체크>와 <갈매기>를 협력 연출한 바 있다. 연극 <맥베스>, <신의 아그네스>, <왕은 죽어간다> 등을 통해 독창적인 작품 해석과 배우들 섬세한 연기를 이끈다는 평을 받았다. 현재 창원 공연예술단체 '플레이원(Play One)'의 예술 감독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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