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조성진

4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조성진은 “새해 첫 연주를 한국에서 할 수 있어 기쁘다. 국내 관객 앞에서 연주할 때 더 큰 에너지를 받는다.

특히 2018년이 개띠 해인데 나 역시 1994년생으로 개띠라서 더욱 기대가 된다”는 소감을 밝혔다.  “나 자신을 피아니스트로 소개하는 게 쑥스러웠는데, 이제는 자신감이 붙었어요.”

클래식계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피아니스트 조성진(24)이 이달 국내 첫 리사이틀 투어를 통해 고국 관객들을 만난다. 2015년 쇼팽 피아노 콩쿠르 우승 이후 단번에 스타로 거듭난 조성진은 지난해에만 100회 이상 연주를 하는 등 가장 바쁜 연주자로 발돋움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베를린필 하모닉과 협연을 통해 피아니스트로 한층 더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었다. 조성진은 "쇼팽 콩쿠르 직후에 한국에서 많이 연주를 못했다. 시간도 그랬지만 여러 가지 여건이 잘 맞지 않아서 못 했던 건데 다른 해에 비해 한국에서 많은 연주를 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사실 한국에서 연주할 때가 가장 떨린다. 태어난 곳이기도 하고 익숙해서 더 긴장하게 되는 것 같다"고 투어를 앞둔 소감을 밝혔다.  

쇼팽 콩쿠르 우승자 타이틀을 언젠가 벗어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낸 그는 "조성진이란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다"며 "요즘 더 레퍼토리를 연구하고 있고 시도하고 있다. 피아노를 몇 십 년 할 것 같은데 쇼팽만 치기도 아까울 것 같다"고 웃기도 했다.  

"쇼팽 콩쿠르 우승자로 많이 알려졌지만 그것만으로 기억되는 것은 경계한다. 언젠가는 그 타이틀에서 벗어나 '조성진의 음악'으로 기억에 남고 싶다"고 말했다.

전국 투어 이후 하반기에는 더 많은 공연이 예정돼 있다. 9월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함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듀오 콘서트를 펼친다. 조성진은 “정경화 선생님은 멘토처럼 생각하는 분인데, 가족처럼 나를 아껴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이 크다. 워낙 완벽주의자여서 리허설을 함께할 때 힘든 점도 있지만, 매번 배우게 된다. 이번 콘서트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5년 쇼팽 콩쿠르로 이름을 널리 알렸지만 그는 그 이전부터 주목받는 피아니스트였다. 2005년 그의 나이 열한살 때 첫 독주회를 가졌고, 2009년 5월에는 정명훈 지휘의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할 정도로 천재성을 보였다. 2009년 제7회 하마마쓰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하고, 2011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와 2014년 루빈스타인 국제 콩쿠르에서 3위에 오른 바 있다.

물론 콩쿠르 우승으로 그의 이름이 한층 빛나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쇼팽 콩쿠르 이후 전 세계 클래식계의 쏟아지는 관심 속에 세계적인 음반 레이블 DG와의 전속계약, 연간 80~90회 공연, 국내외 10만장이 판매된 쇼팽 콩쿠르 실황 앨범, 수십 초 만에 매진되는 공연까지. 클래식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막강한 팬덤을 형성했다. 

그가 첫 국내 리사이틀 프로그램으로 선택한 곡은 쇼팽을 비롯해 베토벤과 드뷔시. 그는 평소 베토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왔는데, 이번 리사이틀에도 베토벤 초기와 후기 작품인 소나타 8번과 30번을 나란히 배치했다. 2부는 드뷔시다.

지난해 11월 17일 발매한 그의 새 앨범 '드뷔시' 수록곡 중 영상 2집을 선택했다. 드뷔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조성진은 "파리에서 배우고 느낀 것을 잘 담아낼 수 있는 곡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연의 마무리는 물론 쇼팽이다. 피아노 소나타 3번은 지금까지 공식 무대에서 연주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의 '쇼팽'이지만 새롭게 느껴질 수 있다.

그는 항상 '귀한 연주'를 하고 싶다는 말을 되뇌어왔다. 그에게 '귀한 연주'란 관객들의 기억에 남는 연주다. "관객들의 기억에 남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주가 좋은 연주라고 생각한다.

200석 규모의 작은 무대든 뉴욕 카네기홀이든 똑같은 자세로 연주한다. 연주 여행으로 힘들어도 무대에 오르면 괜찮아진다. 다양한 사람들이 객석에 존재하기 때문에 항상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올초 리사이틀 외에도 오는 9월 예술의전당에서 바이올린의 거장 정경화과 듀오 콘서트를 갖는다. 11월과 12월에는 각각 산타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과 도이치그라모폰 120주년 기념 갈라 콘서트가 예정되어 있다. 공연기간은 2018년 1월 10~11일까지이며 공연장소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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