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8일 영화진흥위원회 노동조합에서 개혁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신임 오석근 영진위 위원장 임명으로 제 7기 영화진흥위원회는 이제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완전체가 되었다. 그 어느 때 보다 엄중한 시기에, 사명감과 비전을 가진 영화계 현장 전문가들로 구성된 영화진흥위원회가 출범하게 된 것을 우리 노동조합은 환영한다.

무엇보다도 신임 위원장을 포함한 제 7기 영화진흥위원회 위원들은 이제 영화진흥위원회라는 공공기관을 이끌고 책임지는 조직의 대표로서 지난 블랙리스트 문화검열 정국에서 정권의 최하, 최악의 하수인으로 전락해버린 영진위의 개혁이라는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고 있다.

영진위에 대한 정권과 정부 부처의 끊임없는 간섭을 어떻게 단호히 배제하고 독립성과 자율성을 가질 것인가. 어떻게 제 7기 영화진흥위원회를 보좌하는 사무국의 체질 개선을 통해 기관 전체의 역량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우리 노동조합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신임 위원장과 위원들에게 아래의 요구안을 제시하며 함께 개혁에 나서고자 한다.

물론 진정한 영진위 개혁의 첫걸음은 공공기관 종사자로서 공공의 이익과 선을 지키고 추구해야하는 의무를 저버렸던 우리 영진위 구성원 모두의 철저한 과거 반성과 진심어린 사과로 시작해야할 것이다.

1. 영화진흥위원회의 적폐를 근본부터 청산하라. 정부의 불합리한 비공식적 관여와 블랙리스트 문화검열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위원회 구성원이 전문성과 양심을 기반으로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라.

가. 영화진흥위원회는 블랙리스트 업무 수행의 책임을 인정하고 국민과 영화인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라. 위원장은 영화진흥위원회회의 적폐를 철저하게 청산하라.

나. 일부 관리자들의 ‘구두’ 등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개별적으로 전달되는 문체부 등 정부기관의 불합리하고 부적절한 의견 또는 ‘지시’에 직원 개개인이 노출되지 않도록 공적 의사전달 체계를 명확히 하라.

다. 정부기관의 비공식적이고 불합리한 지시를 따르지 않는 직원에게 직접간접적인 불이익을 가하는 회사의 행위를 금지하고, 그러한 회사의 불이익 행위에 피해를 입은 자가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구제 절차를 정하는 규정을 신설하라.

라. 영화진흥위원회가 관료집단과 정치세력에 지배되지 않도록 9인 위원회의 의사결정 권한과 그 책임을 확고히 하라.

2. 신규 사업 입안, 기존 사업 폐지를 포함한 영화발전기금운용계획의 타당성 검토와 위원회 정책 수립을 위한 공식적인 절차를 정립하라.

가. 신규사업 및 증/감액 사업 편성 시 최초 추진부터 내/외부 검토과정, 위원회의 심의 의결에 이르는 공적 절차를 명확히 하라.

나. 신규 사업 제안은 예산 계획 수립 1년 전에 기획조정-정책연구-사업실무의 3단계를 거쳐 검토, 설계 되고 수행될 수 있도록 하고, 공식적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은 사업은 승인되지 않도록 규정을 수립하라.

3. 하달되는 지시의 맹목적이고 효율적인 수행만을 목표로 설계된 현재의 직제구조를 혁파하라. 장기적 관점의 영화정책 수립과 사업 입안이 가능케 하는 조직으로 조속히 개편하라.

가. 기존의 공모사업 ‘수행’ 중심 체계에서 탈피하여 장기적 관점의 미래 비전과 구조적 정책대안의 제시, 기획조정의 실질적인 실현이 가능한 조직체계와 정책중심 기구로 조직을 재설계하라.

나. 상부에 대한 무분별하고 과도한 충성과 경쟁을 부추기고 개인/팀/본부 이기주의와 업무 떠넘기기 문화를 고착시킨 1국 5본부 20개 팀이라는 비정상적인 조직체계를 내부소통과 협업이 가능한 체계로 조속히 개편하라.

4. ‘법치인사’를 확고히 하여 예측 가능한 인사운영의 원칙을 제시하고, 임원진의 자의적 인사전횡을 방지하라.

가. 정기 인사 시 승진명부 상 순위를 당사자 공개하고, 전보·전근 인사 시에는 당사자 희망을 반영할 수 있는 공식 절차 마련 등 관련 규정을 보완하라.

나. 보직인사, 부서장 인사평정 시 다면평가를 실질적으로 반영하고, 직원 평가가 반영되는 부서장 공모제 등 혁신적인 관리자 선발 방안을 도입하라.

5. 변칙적 고용형태를 남발하고 있는 비상식적 인력 운영을 근절하고, 영진위 내부의 비정상적 차별요소들을 타파하라.

가.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불안정한 고용과 불평등한 처우로 고통 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속히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나. 사업전환 및 신규 사업 편성 시 인적 소요에 관한 검토가 반드시 수반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재정비하라.

다. 직무 전환자 및 신규입사자에게 실질적인 현장훈련과 현장 외 교육훈련을 제공하고, 직종, 학력, 채용 방식, 나이, 성별 등에 따른 인사상 차별을 철폐하라.

2009년 11월, 조희문 전 위원장 취임 직후 영진위는 사실상 정리해고로 10명을 퇴직시키고, 7명의 직원을 담당 업무도, 별도의 팀 사무실도 없는 사실상의 대기발령 조직인 ‘고객지원TF’로 전보 조치하여 사내공포감을 조성한 바 있다. 이때부터 실무자로서는 정확한 출처를 알 수 없는 부당한 지시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기 시작하였고, 주무부처인 문체부는 비공식적인 업무 및 인사 관여와 지시를 일상적으로 자행하였다.

이러한 지시들은 대부분 증거가 남지 않도록 공식문서도 이메일도 아닌 전화와 대면을 통해 구두로 이루어진 부당하고 위법적인 지시였다. 위원회 위원장과 사무국장을 위시한 대부분의 간부들, 그리고 실무자들은 이와 같이 하달되는 지시들을 수행하였고, 대외적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 공식적으로 사실과는 전혀 다른 이유로 합리화하며 정부가 지시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은폐하는데 급급하였다.

특검조서와 블랙리스트 재판 판결, 감사원 감사결과, 블랙리스트진상조사위원회 중간결과보고를 통해 드러난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 운영주체 변경, 동성아트홀 예술영화전용관 지원배제, 예술영화전용관 지원방식 변경, 부산국제영화제 지원금 대폭 삭감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지도 못하고, 수행한 사실을 고백하지도 못한 채 결과적으로 위원회 노동자들은 블랙리스트 문화검열을 수행하는 악의 축이 되었다. 공공기관 노동자로서 부적절하게 수행된 우리의 노동은 결국 봉사해야 할 국민과 영화계로부터 비난을 받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낀 자들에게는 수치스럽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공공기관 종사자로서 결연하게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지 못한 우리 영진위 노동자들, 그리고 영비법 제13조 제1항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은 임기 중 직무상 어떠한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는 조항에도 불구하고 허수아비 거수기 역할로 영화진흥사업을 망친 위원들과 정부의 불합리한 지시 수행에 매진한 위원장들, 그리고 그러한 자들을 위원으로, 위원장으로 선임하고 부당한 지시를 일삼은 문체부가 일체가 되어 벌어진 부끄럽고 참담한 과거이다.

우리 노동조합은 국민과 영화계에 사죄의 마음으로 머리를 숙이며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지 않는 일터를 바래본다. 공공의 이익과 선을 추구하며 양심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조직으로 체질개선되는 ‘진짜’ 개혁을 바래본다. 그렇기에 제 7기 영화진흥위원들이 현장의 영화인이자 전문가에서 이제는 영화진흥 공공기관을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위원으로서 주인의식을 갖고, 시대적 요청을 무겁게 인식하며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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