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동숭동 수현재씨어터에서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의 전막 시연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작사가 김경주, 작곡과 음악감독 이진욱, 연출가 오세혁의 제작진과 김주호·심재현·조풍래·김보강·강정우·안재영·김대현·김지철·이휘종·박준휘 등의 배우가 참석했다.

오세혁 연출은 “대본을 보고 가장 먼저 꽂혔던 건 ‘발작’과 ‘덧칠’이란 단어였다”고 입을 열었다. 병적인 발작이라기보다 누구나 마음에 갖고 있는 올바르지 못한 것이 떠올랐다는 것. 그는 “악을 고백하는 순간이 발작하듯 그려지는 것 같아”라며 “그런 마음을 털어놓는 상태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덧칠’에 대해서는 “작품 속 인물들이 모두 자기 고백 끝에 용서를 비는 시간을 갖길 바랐다”며 “무언가를 깨끗하게 만들려면 씻어내야 하는데 사실 모든 것이 그리 쉽게 씻겨지나 하는 고민이 있었다. 그보다는 다른 색을 칠해서 깨끗하게 나아가는 게 맞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음악을 맡은 이진욱 작곡가는 “기존 뮤지컬 작품처럼 정해진 형식이 있는 곡과는 다르다”고 힘주어 말했다. 음악과 드라마가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어우러지는 지점에 다가가고 싶었다는 것. 그는 “리딩을 하면서 배우들이 대본을 읽어주는 순간이 음악이 되길 바랐다”며 “드라마와 어울리는 노래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방대한 내용의 원작 중에서 형제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뒀다”고 밝혔다. 네 형제와 아버지를 주요 캐릭터로 내세워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이란 것. 그는 “개인적으로 소설 속 이반이 썼다는 ‘대심문관’이라는 서사시에 관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도스토옙스키는 욕망이 더러우면서도 매혹적이라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말한다”며 “사실 누구나 인간은 그런 욕망을 다 갖고 있다. 나아가 인간이 가진 아름다운 선의지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오세혁 연출은 "아들들이 아버지의 얼룩을 씻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들들도 내면의 욕망과 못된 것들을 다 고백한 상태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씻어줄 수 있지 않나 생각했다. 그래서 무대 위에서 물을 사용했다"며 실제 흐르는 물을 무대 위에서 쓰는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극중 '알료샤'는 성직자로, 아버지를 가장 닮은 불같은 사내 '드미트리', 가장 속물적인 아들 '이반'과는 다른 캐릭터다. '알료샤' 역의 김지철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의 알료샤라는 점이 크게 다가왔다. 신앙과 사건에 의해 내면의 격변을 겪고 고해를 하게 된다.

알료샤란 캐릭터는 정말 어렵긴 했다. 신을 믿는 의지가 어떻게 내게 작용이 되고 그것이 또 대사와 연기로 나올 수 있는지 고민이 됐었다. 원작과 대본이 자연스럽게 흐르게 보여주려 했다"고 캐릭터를 완성한 과정을 밝혔다. 

더블 캐스트 김대현은 "알료샤가 좀 멀리서 바라보는 방관자적인 면이 있더라. 처음에는 바로 답을 하다가도 나중에는 알료샤의 제스처가 조금씩 바뀐다. 신과 나의 관계도 그렇지만 형제를 향한 사랑을 좀 더 생각하게 됐다"고 집중한 포인트를 얘기했다.

한편, 오세혁 연출은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연희단 거리패 이윤택 감독 사건에 참담한 심경을 털어놨다. 오 연출은 "새벽에 기사 읽고 나서 지금까지 잠을 못잤다. 많이 참담하고 분노가 치솟기도 한다. 연극계에서 정말 좋아하는 선생님이었다. 그런 이야기들을 들었을 때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면서 "제가 연희단 거리패 출신도 아니고 그런 마음이 들면서도 이게 뭘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참담하고 절망스러운 상태다. 저 또한 행동을 해야 할텐데 본인이 하신 일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지고 용서를 비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경한 말투로 자신의 뜻을 밝혔다. 또 "저를 비롯해 수많은 연극인들이 마찬가지일텐데, 자꾸 저를 돌아보게 되더라. 어떤 식으로 저를 씻어내야 할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혹시 저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건 아닌지 갑갑한 마음이 든다"고 솔직한 마음을 고백했다.

앞서 이날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가 자신의 SNS에 이윤택 감독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김수희 대표는 10년 전 지방 공연 활동 당시 사건을 밝혔다. 이후 연희단 거리패 측은 공식 SNS에 "지난 날을 반성하고 모든 걸 내려놓고 근신하겠습니다 - 이윤택"이라고 이 감독 측의 짧은 입장을 밝혔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러시아 자가 도스옙스키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창작 뮤지컬이다. 방대한 규모의 원작은 다양한 인물 군상을 담고 크고 작은 사건과 에피소드를 이야기한다. 이번 공연은 원작을 4명의 형제를 중심으로 집약한다. 아버지를 죽인 자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삶과 죽음, 사랑과 증오, 선과 악 등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오는 4월 15일까지 서울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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