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연극열전'의 일곱 번째 시즌 '연극열전7'의 첫 번째 작품 '킬롤로지(Killology)' 프레스콜이 열렸다. 박선희 연출, 이석준, 김수현, 김승대, 이율, 장율, 이주승이 참석했다

'킬롤로지'는 는 부모와 사회적 안전장치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이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성장하는 현실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의 원인과 그 책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킬롤로지’는 잔인하고 끔찍한 폭력을 즐기는 게임이다. 희생자를 정해서 한 번에 죽이면 100점, 고통스럽고 천천히 죽이면 1000점을 얻는 방식이다. 폭력을 용인하는 사회 속에서 ‘킬롤로지’는 큰 인기를 끌고 게임제작자 폴은 큰돈을 번다.

데이비는 ‘킬롤로지’의 희생자가 된 인물이다. “거리는 사이코들로 가득하고 매일 밤 살아서 집에 돌아오는 게 순전히 기적이라고 엄마에게 말할 순 없었다.”고 말하는 데이비는 부모의 무관심 속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폭력에 노출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말한다.

결국 데이비는 ‘킬롤로지’의 방식과 유사하게 끔찍한 죽음을 당한다. 연극이 반전을 맞는 부분은 데이비의 아버지 알렌이 등장하면서다.

데이비를 잃은 알렌의 절규에 대해서 폴은 “이메일로 답변을 주겠다.”며 형식적이고 무책임한 답변을 건넨다. 그러자 알렌이 “영화감독, 게임 제작자, 여기 있는 기자들까지 그런 쓰레기를 만들고도 당당하냐.”고 절규한다. 이는 어쩌면 폭력을 용인하고 외면하는 사회에 던지는 질문과도 같다.

‘킬롤로지’는 메시지가 명확하고 그 접근 방식도 직접적이다. 일부 표현이나 묘사는 수위 높은 비속어와 폭력에 대해서도 자세한 묘사를 담았다는 점에서 일부 관객에게는 불편함을 줄 수도 있다.

그럼에도 ‘킬롤로지’가 담아내고 관객에게 건네는 메시지는 충분히 시의적절하고 곱씹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영국 원작인 '킬롤로지'는 2018 웨일스 시어터 어워드에서 극작상, 최고 남자 배우상을 수상했고 2018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드에서는 작품상을 수상하며 영국 내에서도 최고의 화제작, 문제작으로 떠올랐다.

박선희 연출은 "'킬롤로지'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그린 작품"이라면서 "영국 원작 작품이긴 하지만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어느곳에서도 다를 것이 없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선희 연출은 "이 작품을 연출하면서 나의 어린시절을 떠올렸다"면서 "관객들이 자신의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자신이 키우게 될 아이들이 조금 더 잘 살게 계획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선희 연출은 "영국의 무대는 훨씬 초현실주의적이다"라면서 "우리 무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 개의 거울이다. 알란, 폴, 데이비가 서로의 안에 있다는 의미로 거울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킬롤로지'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작품"이라면서 "관객들이 머리를 많이 써야한다. 여기에 배우들의 감정선이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다. 관객들이 스스로 재미를 찾을 수 있고, 궁금해지는 작품"이라고 평하며 기대를 당부했다.

이주승은 "8년만에 연극무대에 섰다"면서 "'킬롤로지'는 참 어려운 작품이라서 못하겠다고 말씀드렸었다.
연출님이 선배님들이 도와주실거라고 해서 그것만 믿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고받는 형식의 대본도 겁이 났을 것 같은데 '킬롤로지'의 경우는 독백이라 더욱 당황스러웠다.

제가 말하는게 진짜처럼 말해야하고 관객들이 상상하게 만드는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움직임 자체도 움직이면서 이야기를 해야할지 결정하는 것도 고민이 되는 지점이었다"고 연기적인 고민이 많았음을 말했다.

장율 또한 "각자의 독백이 굉장히 길다. 어려움이 정말 많다. 특히 길어서 관객들이 잘 따라올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하는데, 흐름을 어떻게 잘 이어갈 지, 어떻게 '데이비'라는 인물로 보여질 지가 중요했다"며 "또 대사를 끝내고 다음 대사를 어떻게 받아나가야 할 지,

앞에서 굉장히 달궈진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야할지 배우들끼리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도해보고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석준은 "대본이 주는 메시지는 굉장히 간결하고 직접적인데 풀어내는 방식이 굉장히 독특하고 연극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대중과 눈높이가 맞는 작품을 많이 했다면, 이번 작품은 굉장히 특별하다. 시의성이 있는데다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이라며 "처음에는 '프로즈' '스테디레인' '킬미나우'가 섞인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해보니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김승대는 "어린시절 기억도 많이 났다. 극중 대사들이 많이 극화돼있긴 하지만 와닿았다. 관객들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며 "무대 위에 배우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데, 연결고리들이 굉장히 디테일하게 잘 엉켜있다.

특이한 형식이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소개했다. '킬롤로지'는 지난 4월 8일 2018 '올리비에 어워드(Olivier Awards)' 작품상을 받았다. 영국 초연 이후 1년 만에 한국 초연을 선보인다. 7월 22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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