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연극 ‘피와 씨앗’ 프레스콜이 진행된 가운데 배우 우미화, 박지아, 안병식, 이기현, 최성은의 드레스리허설과 전인철 연출, 김요안 프로듀서의 질의응답으로 진행됐다.

연극 <피와 씨앗>은 지난해 ‘DAC 희곡리서치’에서 낭독공연으로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영국에서 배우 겸 연출가, 극작가로 활동 중인 롭 드러먼드(Rob Drummond)가 2016년 발표한 최신작으로 장기 이식을 놓고 벌이는 가족간의 치열한 갈등을 다룬다.

이 작품은 상대적으로 큰 선(善)을 위해 우리는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는 근거는 있는지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옳다고 판단하는 상식의 기준에 대해 질문한다. 

이번 국내 초연을 위해 2017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수상한 전인철이 연출을 맡는다. 무대는 <목란언니>에서 호흡을 맞춘 여신동 미술감독/무대디자이너, 음악은 2010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수상한 작곡가 카입(Kayip)이 참여한다.

첨예한 대립 관계에 놓여 있는 5인의 캐릭터는 배우 강명주, 우미화, 박지아, 안병식, 이기현과 이번 연극을 통해 관객과 처음 만나는 최성은이 맡는다.

작가 롭 드러먼드는 “’피와 씨앗’은 인간적인 도리를 둘러싼 논의의 핵심을 찌르는 시도를 하는 작품이다. 우리가 신경 쓰는 목숨과 그렇지 않은 목숨의 무게를 가늠하는 것이 윤리인가 물음을 던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작품의 내용은 이렇다. 12살 소녀 ‘어텀’은 할머니 ‘소피아’, 이모 ‘바이올렛’과 함께 살고 있다. 어텀은 두번에 걸친 신장이식 수술에 실패하고 마지막 신장이식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어텀의 집에는 잠시 출소 허가를 받은 소피아의 아들 ‘아이작’과 아이작의 보호관찰관 ‘버트’가 머물고 있다. 소피아는 손녀를 위해 아이작에게 신장을 이식해 달라고 요구하며 그게 옳은 일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아이작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일련의 과정에서 이 가족의 비밀이 하나둘 드러난다. 작품 속 갈등은 마을의 오랜 전통인 ‘밀알의 여신’ 의식에서 시작한다. 등장인물들은 작품 전반에 걸쳐 밀짚 인형을 들고 기도문을 외우는 의식을 선보인다.

이와 관련해 전 연출은 “켈트족의 문화와 기독교 문화가 섞인 의식”이라며 “기독교인의 관점에서 켈트족의 문화는 무속신앙 같은 느낌일 거라고 생각한다. 켈트족 문화나 종교적인 의식을 다룰 때 이질적으로 받아졌는데, 관객 또한 내가 느낀 이질감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극 ‘피와 씨앗’은 독특한 무대 활용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등장인물이 드나드는 무대 왼쪽 대기 공간을 어텀의 방으로 연출했고, 무대 뒤편을 밀밭 등으로 연출했다. 관객에게 보이지 않는 이 공간에서 진행되는 연기는 소형카메라에 담기고, 실시간으로 무대 벽면에 영상이 상영된다.

전 연출은 “연극 외 다른 예술의 매력적인 부분을 가져와 작업하고 싶었다. 이번 작업에서는 영상을 사용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어떤 형태의 영상을 사용해야 할지, 영상에 어울리는 연기는 무엇일지, 카메라 워크는 어떻게 해야 할지 탐구하고 시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독특한 무대연출과 생명윤리 딜레마로 관객을 사로잡는 연극 ‘피와 씨앗’은 오는 6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된다. ‘소피아’ 역에는 배우 강명주, 우미화가 더블 캐스팅 됐으며 ‘바이올렛’ 역에 배우 박지아 ‘버트’ 역에 배우 안병식 ‘아이작’역에 배우 이기현이 출연하며 배우 최성은이 ‘이텀’으로 분해 연기를 펼친다. 

이 작품을 연출하면서 저도 제가 ‘옳다’ ‘맞다’라고 생각하는 지점에 대해 타인에게 권유하기도 하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그런 것들이 폭력이 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연극 ‘피와 씨앗’의 전인철 연출은 8일 오후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연출을 하면서 느낀 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피와 씨앗’은 영국의 극작가 겸 배우 롭 드러먼드(Rob Drummond) 원작의 2016년 신작이다. 감옥에 있는 아이작은 일시 출소 허가를 받아 보호 감찰관과 함께 어머니 소피아의 집을 방문한다. 소피아는 투병 중인 손녀 어텀을 위해 아이작에게 신장을 이식해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아이작은 이식을 망설이고, 이를 둘러싼 나머지 인물들의 갈등이 시작된다. 연극에는 총 5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두 번에 걸친 신장이식 수술에 실패한 12살 소녀 ‘어텀(최성은 분)’, 다른 이들을 희생시켜서라도 손녀를 살리고자 하는 어텀의 할머니이자 전직 수의사인 ‘소피아(강명주, 우미화)’, 어텀의 엄마를 죽인 그녀의 아빠이자 딸에 신장이식이 가능한 장기 복역수 ‘아이작(이기현)’, 어텀의 엄마가 죽은 후 조카를 돌보며 소피아의 집에서 함께 사는 이모 ‘바이올렛(박지아)’, 아이작을 담당하는 보호관찰관 ‘버트(안병식)’가 그들이다.

‘피와 씨앗’은 이들을 통해 선을 위해 우리는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돼 있는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는 근거가 있는지, 윤리적으로 질문한다. “아무리 인간 쓰레기라도 백 명을 하나씩 목 졸라 죽이는 거라면 정말 견디기 힘들 겁니다.

그렇지만 스위치 같은 것만 하나 눌러서 처리하는 거라면 괜찮을 것 같아요.”라는 버트의 대사처럼…., 연극은 컬트족과 기독교의 문화가 공존한다. 특히 ‘밀알의 여신’ 의식에 행해지는 기도문과 밀짚인형에 잼이나 피를 바르는 행위 등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종교적인 장면들은 한국사람으로선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전 연출은 “한국인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감각으로 꼭 바꿔서 공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질적인 느낌을 그대로 관객들도 느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무대 또한 상당히 창의적이다.

어텀의 방을 비롯해 무대 뒤를 스크린을 통해 영상으로 표현되는 부분이 많다. 연극적 퍼포먼스를 결합한 새로운 양식을 선보인 독일의 현대 무용가 겸 안무가 피나 바우슈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는 게 전 연출의 설명이다.

그는 “타 예술 장르들은 대단히 다른 장르에서 매력적인 부분들을 가지고 작업을 하는데, 연극은 계속 전통적인 것들을 지키려고만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 작업에선 영상을 사용해서 작품을 구성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좀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큰 시도를 했고 과정도 재밌었다”고 고백했다. 연극 <피와 씨앗>은 5월 8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6월 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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