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무용단이 한국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창작 무용극  ‘카르멘(안무가 제임스 전)’ 프레스 리허설이 9일 오후3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카르멘'은 한국무용을 바탕으로 발레와 모던댄스가 결합한 춤극으로 재구성했다.

프랑스 소설가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작품을 기초로 한 조르주 비제의 동명 오페라가 원작이다. 1875년 초연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진 오페라 중 하나다.

총 3막으로 구성된 '카르멘'은 오페라의 음악을 그대로 사용했으며, 러시아 작곡가 로디온 셰드린이 편곡한 '하바네라', '집시의 노래', '투우사의 노래' 등 25개의 곡을 엮어 각 곡마다 새로운 주제의 춤을 만들었다.

이야기는 자유분방하고 치명적인 매력의 집시여인 카르멘을 주인공으로 사랑과 배반, 복수와 죽음를 다룬다. 서울시무용단은 오페라와 다르게 호세의 심리를 중심으로 극을 이끌어가며, 카르멘이 호세에게 죽임을 당하는 결말을 바꿨다.

또 카르멘과 호세, 호세의 약혼녀인 미카엘라 세 주인공의 삼각관계를 부각시켰다. 카르멘에 대비되는 순진한 미카엘라를 적극적인 여성으로 그려냄으로써 여주인공을 창녀와 성녀로 나눴던 기존의 이분법적인 설정을 깨뜨렸다.

 '카르멘'은 한국적인 색채의 옷을 갈아 입고 원작보다 밝고 가벼우며, 등장인물들은 다소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웠다. 원작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은 사라지고, 드라마와 춤사위 등 모두 어정쩡한 수준에서 그치고 만다.

'카르멘'은 도발적이고 관능적인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나 천박하면서 백치미가 느껴져 어딘지 생경하다. 사랑을 위해 맹목적인 군인 돈 호세와 순애보적인 인물 미카엘라는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과한 감정표현으로 오히려 캐릭터의 생기를 잃는다.

아쉬움이야 어쨌든 진부한 서사임에도 즐길 수 있는 건 관객의 환상을 충족시켜주는 격정적인 군무와 화려한 색감의 다채로운 의상, 스케일의 미학이 주는 무대가 무용극 '카르멘'의 단점들을 가려준다.

여러 상이한 정서와 움직임이 융합됐지만 독특한 향취를 빚어내는 대신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것 같은 텁텁한 뒷맛을 남겼다. 우선 자유분방한 팜므파탈의 대명사 카르멘은 그간 많이 소비돼온 '관능적이고 치명적인 여인'의 클리셰 같은 동작들에 갇혀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요염한 표정으로 엉덩이를 흔들거나 몸을 훑는 동작은 신선하지도, 사람을 끌어당기지도 않았다. 무지갯빛 조명은 흡사 옛 카바레 인상을 줬다. 카르멘의 유혹에 빠져 파멸에 이르는 돈 호세나 투우사 에스카미오, 군인들의 춤은 더 설익은 느낌이었다.

남성 군무의 역동성도, 한국무용 특유의 정중동의 미학도 오롯이 살아나지 않았다. 남성 무용수들은 익숙하지 않은 발레 움직임을 소화하느라 급급해 보였다.

물론 눈길을 끄는 장면도 있었다. 보헤미아풍 음악과 집시 여인들의 부채춤, 무대 위에 매달린 동양적 느낌의 꽃문양 등이 어우러진 2막 시작 부분은 유럽 민속적 정서와 한국 전통이 절묘하게 교차하는 지점이었다.

장면마다 길이가 짧고 전개가 빨라 지루한 느낌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조선 시대 민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의상은 개별적으로는 형형색색 아름다웠다. 다만 무대에 오르니 다소 통일성이 부족하고 산만해 보여 아쉬움으로 남았다.

 '카르멘'은 한국적인 색채의 옷을 갈아 입고 원작보다 밝고 가벼우며, 등장인물들은 다소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웠다. 원작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은 사라지고, 드라마와 춤사위 등 모두 어정쩡한 수준에서 그치고 만다.

'카르멘'은 도발적이고 관능적인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나 천박하면서 백치미가 느껴져 어딘지 생경하다. 사랑을 위해 맹목적인 군인 돈 호세와 순애보적인 인물 미카엘라는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과한 감정표현으로 오히려 캐릭터의 생기를 잃는다.

아쉬움이야 어쨌든 진부한 서사임에도 즐길 수 있는 건 관객의 환상을 충족시켜주는 격정적인 군무와 화려한 색감의 다채로운 의상, 스케일의 미학이 주는 무대가 무용극 '카르멘'의 단점들을 가려준다.

'카르멘' 역은 서울시무용단의 신예 오정윤·김지은이 캐스팅됐다. '호세' 역에 서울시무용단을 대표하는 최태헌, '에스카미오'는 발레리노 정운식이 분한다. '미카엘라' 역은 이진영·윤서희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안무와 연출은 한국 창작 모던 발레의 선구자로 불리는 제임스 전이 맡았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 때 김정숙 여사가 입은 투피스를 디자인한 양해일이 조선 시대 민화를 모티브로 한 의상을 선보인다. 세종문화회관 산하 서울시무용단은 창작무용극 '카르멘'을 5월 9일부터 1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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