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열린 명작 단편소설 뮤지컬 '얼쑤' 프레스콜이 열렸다 '판당(판소리하는 당나귀)' 역의 박정은, 이성희를 필두로 '메밀꽃 필 무렵' 편의 '허생원' 역 권태진과 강인대, '동이' 역 윤정훈과 김상두, '동이 모(母)' 역 이은영과 강지혜, '봄봄' 편의 '나' 역 김대웅과 이상택, '장인' 역 김유성과 최광제, '점순' 역 김현지와 박진, '고무신' 편의 '남이' 역 박한들과 이설, '엿장수' 역 이원민과 조현식까지 18명의 배우들이 '쿵짝'과 마찬가지로 전막시연과 기자간담회를 선보였다.

‘쿵짝’ 2탄 격인 ‘얼쑤’의 주제는 첫사랑이다. “우리의 단편소설이 얼마나 재밌는지 보여주고 싶었다”는 우상욱 연출은 “단편소설 속 첫사랑을 주제로 인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만나야할 사람은 꼭 만난다.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이 얼마나 신기하고 오묘한지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애초 ‘메밀꽃 필 무렵’ ‘봄봄’과 황순원의 ‘소나기’로 꾸리고자 했지만 저작권 문제로 ‘고무신’을 새로 선정했다. 우상욱 연출은 작품마다 ‘로맨스 하나, 웃음 하나, 눈물 하나’ 법칙을 반영하고 있다. ‘쿵짝’이 그랬고 ‘얼쑤’ 역시 그렇다.

이 법칙에 맞춰 왼손잡이를 매개로 해피엔딩을 예고하는 ‘메밀꽃 필 무렵’이 로맨스를, 키가 안 크는 점순이와 결혼하기 위해 안달복달인 데릴사위 나의 ‘봄봄’이 웃음을, 그리고 식모살이 하는 남이와 엿장수의 헤어질 수밖에 없는 사랑이야기를 다룬 ‘고무신’이 눈물을 담당한다. 

우상욱 연출가는 "단편소설에 나오는 세 주인공의 첫사랑을 주제로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이 얼마나 신기하고 얼머나 오묘한지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한국 단편소설은 읽으면 읽을수록 참 좋다.

수능을 보기 위해 지루하고 재미없게 배우던 이야기에서 벗어나, 한국 문학이 재미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첫 작품 '쿵짝'이 기대 이상의 호평을 받아 '얼쑤'까지 만들게 됐다"고 작품을 만든 계기를 밝혔다.

우 연출은 세 작품에 대해 "개인적인 취향으로, 공연을 보고 가장 감동받고 기억에 남을 때는 '사랑' '웃음' '슬픔'이 있었다. '메밀꽃 필 무렵'이 사랑을, '봄 봄'이 웃음을, '고무신'이 슬픔을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마지막에는 황순원의 '소나기'를 하고 싶었지만 원작자의 허락을 받지 못했다. 나중에는 황순원의 작품을 모아서도 해보고 싶다"고 귀띔했다. 또 "얼마나 재밌는 소설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어려운 건 뮤지컬이라 노래와 춤을 어디에 잘 섞고 특히 민요와 판소리로 하려니 잘 모르는 분야라서 음악감독님과 그 부분에서 계속 회의하면서 고민했다. 그리고 아리랑이란 우리나라 대표적인 곡을 어떻게 잘 넣을까. 어떻게 하면 식상하지 않게 넣을까 해서 모든 아리랑을 들어보며 고민했다.

'밀양아리랑'은 '날 좀 보소'라는 구절, '상주아리랑'은 떠나보내는 이야기. '해주아리랑'은 작품 전체에 통하는 '아리아리 얼쑤'가 있어서 넣었는데 다행히 잘 들어갔다"며 이야기가 음악과 조화를 이룬 과정을 소개했다. 한편, 우상욱 연출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컴퍼니'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그는 "하고 싶은 작품이 너무 많이 생겼다"며 "제가 15년 정도 배우를 하다 '쿵짝'으로 첫 연출을 했다. 너무 힘들고 어려웠는데 제가 생각하던 상상 속의 무대가 실제로 펼쳐지고 그게 상상 이상으로 관객들의 반응을 얻으니까 그 기쁨이 배우로 무대에 설 때보다 배이상의 큰 보람이 있더라.

관객들이 남긴 '집에 가서 책을 다시 읽었다',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인지 몰랐다' 등등의 관람평을 보며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한국 역사, 문화 등에 대해 관심이 많다. 사실 약간 난독이 있어서 서른 이전에는 장편소설도 못 읽고 책도 거의 못봤다.

그런데 배우는 연기 잘하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해서 단편소설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뒤늦게 이런 작품들에 관심을 가지며 여기가지 왔다"고 연출로 데뷔하고 '우컴퍼니'를 만든 과정을 밝혔다.

우 연출은 "우컴퍼니는 어디로 가야할까 고민했는데 '우'에서 '우리'를 찾았다"고 말하며 "우리의 소리, 우리의 문학, 우리의 음악, 역사, 사건 등을 무대에 잘 펼쳐서 알려주는 컴퍼니로 만들고 싶다"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다음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살짝 언급했다. 뮤지컬 '얼쑤'의 중간에 보면 '판당'들이 '소나기'라고 적힌 두루마리를 잠시 꺼내지만 다시 집어넣는다. 우 연출은 이에 대해 "사실 '소나기'를 하려 했지만 원작자가 세 가지 이야기 중 하나에 끼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며 허락 안 해주셨다.

각색도 안 좋아하셔서 다음 번에 아예 하나의 작품으로 '소나기'를 해볼까 한다. 개인적인 목표는 '황순원전'을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다"며 작품 제작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히며 차후 작품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한국의 것들을 통해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즐기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우컴퍼니'는 어떤 배우들과 함께할까. 우 연출은 "제가 에너지있는 작품을 좋아한다.

원래 '장인' 같은 역할은 실제로 나이가 있는 배우들과 할까 고민도 했지만 제가 배우들을 고생 많이 시킬 거라고 생각해서 젊고 실력 있는 배우들과 좋은 무대를 만들려고 했다.

그리고 첫 번째가 인성이다. 같이 지방 공연을 많이 다니고 어울리려면 트러블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력, 노래가 중요하다"며 '우컴퍼니'의 철학이 캐스팅에서부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실제로도 '얼쑤'의 팀 분위기는 화목해 보였다. 팀에서 막내라고 밝힌 박한들 배우는 "막내지만, 언니 오빠들이 잘 대해주셔서 부담없이 열심히 할 수 있었다. 연출님도 감각이 젊으시고, 같이 즐겁게 놀면서 하는 분위기였다"고 팀 분위기를 설명했다.

김대웅 배우 역시 "제가 좀 까불었는데도 형님, 누나들이 잘 케어해주셔서 작품이 통통 튀는 매력이 생긴 것 같다"고 거들었다. 박진 배우는 "지방(공연)이 엄청 기대된다"며 대학로 공연 이후를 기대하기도 했다. 가장 늦게 합류했다고 밝힌 김유성 배우는 "먼저 다가와주셔서 편하게 녹아들었다.

안 해본 장르를 하게 됐는데 연출님이 챙겨주셨고 배우들도 부족한 점을 영상으로 찍어서 보여주고 해서 재밌었다"며 '얼쑤'의 팀워크를 강조했다. 판소리하는 당나귀 '판당'은 '메밀꽃 필 무렵'에 등장하는 나귀 역할을 하면서도 '쿵짝'의 닭보다 한층 진해진 캐릭터성으로 극의 흐름을 이끈다.

'판당' 역 중 한 명인 배우 박정은은 "요즘에는 나귀를 보기가 힘들지만, 원래는 사람과 가장 친숙한 동물이라고 하더라"며 "어떻게 말과 다르게 표현할까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슈렉'의 동키를 보며 표정 연구를 많이 했다. 또 직접 소리를 들으며 많이 연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설 속에 나귀가 등장하기도 하고, 극 중 화자로 이야기도 해야 하는데, 여기에 판소리까지 해서 굉장히 힘들었다. 또 판당이 개개인이 두각되기 보다 세 명이 하나의 인물처럼 표현하기 위해 합이 굉장히 중요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배우 박정은은 이에 대해 "'판당'이 개개인의 장기나 이런 면보다는 셋이 거의 하나의 인물처럼 표현하기 위해 합이 무척 중요했다.

서로 말도 없이 보기만 해도 딱딱 떨어지게 연습하다보니 그날그날 공연의 컨디션에 따라서 기복이 심해져서 그걸 맞춰가는 게 어려운 점"이라고 전했으며 이성희 역시 "마치 메두사처럼 몸은 하나고 머리만 나눠진 것처럼 같은 방향으로 셋이 계속 갈 수 있게 하는 게 마지막 남은 숙제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엿장수' 역으로 열연을 선보인 조현식 배우는 '쿵짝'과 '얼쑤'에 대해서 우선 "원작의 힘이 크다. 그래서 연기하다보면 저희가 감동받는다. 명작이 이래서 명작이구나 싶다"고 두 작품의 공통점을 밝히며 "저희가 예를 들면 소설에 없던 '닭'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등 여러가지 재미를 가지고 '쿵짝'을 채워 넣었다면 '얼쑤'는 노래와 춤을 많이 넣었다.

이 인물이라면 정말 이런 상황에서 아름다운 노래와 춤을 했겠구나 싶어서 배우로서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나고 재밌었다. 제가 '벌에 쏘였나' 같은 노래를 언제 불러보겠나. 우상욱 연출님이 유일하게 저를 멜로 시켜주시는 분이다"라고 위트 있는 마무리와 함께 작품의 서로 다른 장점을 밝혔다.

뮤지컬 '얼쑤'는 '쿵짝'의 좋은 점을 살리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함과 재미를 찾았다. '얼쑤'는 단순한 '쿵짝2'가 아니라 앞으로 '마블'이나 'DC'처럼 계속해서 한국의 정서와 이야기를 담아내는 '우컴퍼니 유니버스'가 생긴다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작품이 아닐까. 오는 6월 3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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