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국경의 남쪽’(연출 반능기)의 프레스콜이 29일 오후 2시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열렸다. 현장은 전막시연과 질의응답으로 이루어졌다. 배우 최정수, 강상준, 김건혜, 송문선 등이 참석 했다.

‘국경의 남쪽’은 2006년 개봉한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남북 분단과 탈북민 문제를 다룬다. 반 연출이 시대 변화를 강조하는 것은 초연 때와 지금 남북관계가 180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2016년 초연 때만 해도 남북관계는 거듭되는 핵실험과 개성공단 폐쇄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미정상회담으로 전에 없던 평화와 화해 무드로 남북관계는 전환기에 들어섰다. 서울예술단이 2년 전 경?碩?남북관계 속에서도 ‘국경의 남쪽’을 무대에 올린 것은 남북문화교류를 위해 창단한 단체의 목표를 이어가기 위함이었다.

전막 시연회에 참석한 김덕희 서울예술단 공연기획팀장은 “‘국경의 남쪽’은 초연 당시 남북관계에 대한 긴 안목을 갖고 북한과 탈북자 소재로 개발한 작품”이라며 “남북 관계가 화해 무드로 급진전하면이 이 작품이 지금 관객에게 보다 새롭게 다가가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작품은 만주예술단 호른연주자인 청년 선호가 연인 연화를 북쪽에 놔둔 채 가족과 함께 탈북한 뒤 남쪽에서 또 다른 여인 경주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애틋한 멜로드라마다.

극본을 쓴 정영 작가는 “남북의 국경을 사이에 둔 남녀의 사랑 이야기지만 삶 속에 있는 보이지 않는 국경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며 “혼자서는 연주할 수 없는 협주곡이 우리의 인생이라는 이야기를 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초연 때는 이 작품이 치유할 수 없는 불치병 같은 아픔과 슬픔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재공연에서는 조금 더 희망을 갖게 됐다”며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어설 때 전 세계가 받은 감동처럼 이번 재공연을 통해서는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서울예술단이 오랜만에 단원들로만 출연진을 꾸려 선보이는 공연이기도 하다. 단원들도 달라진 남북관계 속에서 작품이 보다 큰 감동으로 관객과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서울예술단은 7월 한 달 간 한국문화관광연구원과 공동으로 ‘공연예술 남북교류 아카데미’를 열고 남북문화교류에 대한 대비책을 공연 기획자, 창작자화 함께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김 팀장은 “향후 남북 교류에서도 민간과 협동해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품 자체 보다는 시대 상황이 변한 게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창작가무극 ‘국경의 남쪽’ 프레스콜에 참석한 반능기 연출은 2016년 초연과 달라진 점에 대해 “시대 상황”이라고 밝혔다. 

반능기 연출은 “냉전모드일 때 이 이야기를 꺼내는 놓는 것과 화해 무드에서 꺼낸 놓는 것은 다르다”며 “가사와 이야기 흐름들이 변했고 극장을 옮기면서 미장센도 바뀌었다”며 “3곡의 넘버와 안무적인 면을 추가하면서 가무극으로서 좋은 방향성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나오 작곡가는 “선호의 솔로곡 2개와 선호·연화 듀엣곡이 추가됐고 연주곡 사이사이(브릿지)를 새로 작업했다”고 추가된 곡에 대해 설명했다. ”선호라는 인물에 내재된 보물상자 안의 맑고 순수한 사랑이 보였어요. 서정성과 우직함의 결합이 아름다웠죠. 그 우직한 서정성을 초점으로 3곡을 작업했습니다.“ 

정영 작가는 “얘기 자체는 국경을 사이에 두고 헤어진 남녀의 사랑이야기지만 보이지 않는 삶 속의 국경에 대한 이야기”라며 “삶이 혼자서는 연주할 수 없는 협주곡 아닌가 싶다. 어쩌면 우리가 치유할 수 없는 불치병의 아픔이나 슬픔을 얘기한다고 생각했다”고 말을 보탰다. 

“재연은 좀 더 희망적으로 변한 것 같습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군사경계선을 넘나들며 활짝 웃는 걸 보면서 마음 속 국경이 흐릿해지는 감동을 느꼈죠.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서 당신이 있어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하얀거탑’ ‘아내의 자격’ ‘밀회’ 등을 연출한 안판석 감독의 2006년 동명영화를 무대에 올린 ‘국경의 남쪽’은 분단과 탈북이라는 묵직한 소재를 선호(최정수·강상준)와 연화(김건혜·송문선)의 애틋한 로맨스로 풀어낸 작품이다.

탈북 후 북에 두고온 연화를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선호 역의 최정수는 “초연 당시 사회적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다. 어려서부터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 들으면서 자란 세대”라며 “항상 (통일이) 안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재연하면서는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 분이 넘어 오시는 걸 보고 (통일도)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쪽(북한) 분들도 한국 사람이잖아요” ‘국경의 남쪽’ 재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선호 역의 최정수와 강상준이 박 형사로도 무대에 오른다는 점이다. 최정수가 선호 역을 하는 회차는 강상준이, 강상준이 선호로 무대에 설 때는 최정수가 박 형사로 분한다. 

선호와 강상준, 두 인물에 대해 최정수는 “연화를 바라보고 있던 선호와 그 선호가 울리고 간 연화를 바라보는 박 형사를 연기하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재밌기도 했”며 “애틋한 첫사랑 선호, 따뜻하게 안아주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박 형사, 사랑의 가지가 다른 마음을 연기하면서 사랑 박사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강상준은 “사투리가 어려웠지만 말 자체 보다는 그 뒤에 숨은 사람의 마음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며 특히 박 형사에 대해 “동정의 눈으로 연화를 바라보며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를 바랐다. 동정의 눈으로 치근덕거리며 마음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본인의 의무와 책김감을 가진 형사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놓았다. 

탈북한 선호가 남한에서 만나 결혼한 경주 역의 하선진은 “대부분 사람들이 생전 처음 접하는 시대상황을 겪고 있다”며 ‘국경의 남쪽’이 가닌 매력에 대해 털어놓았다. “저 역시 분단이 뭔지도 모르고 살아온 세대예요. 아버님이 이북에서 오셨어요.

이산가족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저 조차도 느끼지 못하고 살았죠.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만나는 걸 TV로 지켜보면서 뭔지 모르면서도 울컥하고 눈물이 났어요. 그런 울컥하는 감정을 가진 작품입니다.” 

작품 자체는 초연 때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동시대의 상황이다. 지금 관객이 이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느낌은 초연과 전혀 다를 것이다.” 창작가무극 '국경의 남쪽'은 29일부터 7월1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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