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서로의 아픔을 극복해나가는 프랑스 청춘 드라마

크리스마스 포스터= 함께 있을 수 있다면 
크리스마스 포스터=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 제격인 영화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개봉한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2007년 제작과 동시에 개봉했고, 국내에선 13년만에 개봉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에 맞게 온라인 스크리너를 통해 시사회에 참석했다. 책상 위 노트북을 펼쳐놓고 작은 화면으로 개봉  예정작을 보려니, 씁쓸하고도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약 1시간 30분간의 러닝타임을 끝으로 ‘닫기’ 버튼을 누르고 나니 '온화한' 마음으로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차가움 보다는 거리가 멀지만, 따뜻함이 약간 식은 온도 정도라고 해야 되나. 

화면을 내내 가득 채우던 따뜻한 갈색톤의 색감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세 주인공이 만들어내는 훈훈한 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스틸 컷=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스틸 컷=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뛰어난 그림 실력을 가졌지만 생계로 인해 미화원으로 일하는 까미유, 하루에 16시간을 일하고 그나마 하루 뿐인 휴일을 병든 할머니를 돌보는데 온통 신경을 쓰는 프랑크,

귀족 집안의 후손에 돈도 넉넉하지만 심한 말더듬 때문에 잔뜩 위축된 필리베르. 이 세명의 사연을 보여주는 영화 전반부는 회색톤의 다소 어두운 색감으로 진행된다. 내가 느꼈던 파리의 첫 이미지와 아주 닮은 색감이었다.

화려하고 고풍스럽게 반짝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회색빛이 가득했던 파리의 차가운 거리…그 거리를 지나 다니던 무표정의 파리 시민들. 그러한 장면들이 내가 본 기억속의 파리가 영화 전반부에 들어 있었다.

하지만 칙칙한 톤은 까미유가 필리베르의 아파트에 들어가면서부터 바뀐다. 아프고 돌봐주는 이 없었던 까미유에게 필리베르는 기꺼이 자신의 방 하나를 내어준다. 필리베르의 아파트는 따뜻한 베이지와 갈색톤이 잘 어우러져있다. 

스틸 컷=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스틸 컷=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리고 무표정에 가까웠던 까미유의 표정에도 점점 미소가 번진다. 필리베르의 동거인이자 친구인 프랑크와 만나게 되면서 갈등을 일으킬 때는 비록 딱딱하게 굳었지만, 초반부처럼 생기없는 표정은 아니다. 

그런 미묘한 표정의 변화를 오드리 토투는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프랑스의 국민배우란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연기였다. 이 영화에서 프랑크와 까미유의 관계 변화도 주목할만하다. 스트레스가 남들에게 분노로 표출되는 경향이 있는 프랑크는 갑자기 집에 낯선 여자가 들어오게 되자 심기 불편하다. 

본인도 친구 집에 얹혀사는 처지라 대놓고 불만을 드러낼 수 없지만 냉장고에 쉬어빠진 당근이 있다는 이유로 필리베르를 나무라며 자신만의 분노 표출을 한다.

스틸 컷=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스틸 컷=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런 프랑크를 너무 잘 아는 필리베르는 ‘어휴 쟤 또 저러네’라는 표정으로 대수롭지 않게 대하고, 불안해하는 까미유에게도 신경쓰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까미유는 제멋대로인 프랑크가 영 맘에 들지 않고, 밤늦게까지 시끄러운 노래를 틀어대는 프랑크에게 화가 나 그의 오디오를 창 밖으로 집어 던진다.

그러나 나쁜 사이가 사랑에 빠지기 쉽다는 법칙이 전세계에도 존재하는 모양인지, 까미유와 프랑크는 곧 이 영화의 메인 러브라인이 된다.

스틸 컷=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스틸 컷=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남자 둘에 여자 한명이 출연하는 영화니까 당연히 삼각관계겠지?’라는 나의 지극히 한국인스런 관념이 와장창 깨어지게 만드는 영화다. 분명 로맨스 영화지만 가장 드러나는 주제는 남녀간의 사랑이 아니다.

각자 아픈 점이 있는 세 주인공이 서로의 도움으로 극복해나가는 청춘 드라마다. 오히려 필리베르가 이 러브라인에 끼지 않으면서 더 돋보이는 인물이 되었다. 그 과정에는 필리베르 역을 맡은 로렝 스톡커의 연기가 큰 몫을 했다.

연극 배우가 되고 싶어 언어 장애를 극복해나가는 과정, 귀족 집안의 후손으로서의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연기는 과하지 않았다.

스틸 컷=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스틸 컷= 함께 있을 수 있다면

현대 사회, 특히 혁명을 겪었던 프랑스의 배경 상 아직 귀족 핏줄에 집착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다소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도 있었지만 섬세한 내면 연기를 외부로 잘 표출했다.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은 올해 개봉했다는 것이 묘하게 잘 어울리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햇빛이 기우는 오후 네시쯤, 혼자 집 안에서 크리스마스를 지내면서 따뜻한 차와 함께 관람하면 딱 좋은 느낌의 영화다.

한 마디로 마음이 불편해지지도 않고, 마냥 지루하지도 않은 따뜻한 색감의 프랑스 영화라고 정의한다. 그 말인 즉슨 ‘방콕’ 크리스마스랑 잘 어울린다는 뜻이다. 12월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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