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오브 라만차’ 홍광호 [오디컴퍼니 제공]
‘맨 오브 라만차’ 홍광호 [오디컴퍼니 제공]

누구나 꿈꾸는 인생의 해방구는 세르반테스 돈키호테라고 볼 수 있다. 우리들은 언젠가 마음속 깊은 곳에 이야길 한다. 떠날수 있는 순간이라면 갈 수 있다고 바보 같은 이야기지만 2시간의 자유를 즐기고 싶으면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관람을 추천한다.

공연은 스페인의 지하감옥에서 시작된다. 지하 감옥과 세상을 잇는 유일한 통로인 문이 열리면서 새로운 죄수가 들어온다. 교회에 세금을 부과해 신성모독죄로 끌려온 세르반테스와 그의 하인이다. 소설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가 직접 등장하는 셈이다.

세르반테스는 감옥 안에서 자신이 쓴 소설 `돈키호테`를 공연하며 자신을 변론한다. 즉 주인공이 시인 `세르반테스`와 기사 `돈키호테` 1인 2역을 맡아 극중극을 끌고 가는 액자형태 구조다.

[21맨오브라만차] 공연사진 (제공. 오디컴퍼니
[21맨오브라만차] 공연사진 (제공. 오디컴퍼니

이날 세르반테스의 역할을 맡은 홍광호가 자신을 변론하기 위해 가발을 쓰고, 수염을 붙이면서 괴짜 노인 `알론조 키하나`로 변신한다. 꼿꼿하던 홍광호의 세르반테스가 점차 허리가 굽고 수염이 긴 백발 노인으로 변하자 우리 모두는 어느 사이 에 돈키호테의 세계로 빨려들어 갔다.

알론조 키하나는 자신을 ‘돈키호테’라는 기사로 착각하며 사는 노인이다. 낡은 갑옷을 입고 구부러진 칼을 휘두르는 그는 풍차를 거대한 괴물이라며 달려들고 허름한 주막을 영주의 성이라 말한다. 밑바닥 인생을 사는 거리의 여자 알돈자를 고귀한 숙녀 ‘둘시네아’라 부르며 자신의 기사도를 바치겠노라 맹세한다.

현실과 상상을 구별하지 못하는 그를 두고 세상 사람들은 "미쳤다"고 말하지만, 돈키호테는 오히려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서는 똑바른 정신을 가진 자가 미쳐 보인다”고 외친다. 세르반테스가 원작에 썼던 이 대사는 지금도 유효하다. 

[21맨오브라만차] 공연사진 (제공. 오디컴퍼니
[21맨오브라만차] 공연사진 (제공. 오디컴퍼니

시대를 막론하고 만연하는 불의를 간과하지 않고, 약자를 괴롭히는 악인, 첫눈에 보아 싸워 이길 수 없는 거인일지라도 약자를 위해 달려나가는 모습은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하기 때문이다.

작품의 백미는 태어날 때부터 창녀의 인생을 부여 받았다고 믿었던 한 여인의 세상이 달라지는 순간이다. 가진 것 없고 배운 적 없는 알돈자, 초라한 여관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삶을 숙명으로 여겼던 알돈자가 돈키호테의 죽음 앞에서 달라졌다.

돈키호테의 시종 산초가 알돈자를 부르자 그녀는 “제 이름은 둘시네아예요”라고 힘줘 말한다. 알돈자가 자신을 둘시네아라고 소개하는 일은, 인생을 포기한 채 살았던 한 여자가 누가 뭐라고 해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인간으로 성장했단 의미이기 때문이다.

[21맨오브라만차] 공연사진 (제공. 오디컴퍼니
[21맨오브라만차] 공연사진 (제공. 오디컴퍼니

죽음을 앞둔 노인이자 돈키호테인 알론조 키하나는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 둘시네아로 살겠다는 알돈자와 함께 ‘이룰 수 없는 꿈’(Impossible Dream)을 부른다.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 어렵고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메시지가 우리의 가슴에서 메아리친다.

“그냥 좋아서” 돈키호테를 따르는 하인 산초는 무척 유쾌하고 시종일관 웃음을 터트리게 만든다. 돈키호테로 인해 인생에서 처음 희망을 품게 된 알돈자의 모습은 서글프지만 강인하다. 돈키호테의 꿈과 희망의 여정에 박수를 보내게 되는 동료 죄수들의 변화도 인상깊다.

헛된 꿈일지라도 가슴속에 꿈 하나는 간직하고 살자는 마음을 품게되는 우리 모두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또 하나, 홍광호의 인장처럼 돼 버린 커튼골에서의 오른손 어퍼컷은 후련하고 통쾌하다.

[21맨오브라만차] 공연사진 (제공. 오디컴퍼니
[21맨오브라만차] 공연사진 (제공. 오디컴퍼니

홍광호의 이번 무대가 더욱 뜻깊은 이유는 그가 지난해 1월 '스위니토드'를 마무리 한 후 약 1년 만에 무대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 1년의 시간 동안 홍광호는 코로나19로 인해 작품 연습과 공연 취소를 반복하며 무대를 향한 그리움을 쌓아왔다.

그렇기에 이번 '맨오브라만차'는 공연을 향한 그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무대임과 동시에 홍광호의 무대를 그리워했던 관객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무대다. 홍광호의 소속사 PL엔터테인먼트는 "무대에 오르지 못한 1년간 관객이 홍광호의 공연을 볼 수 없어 아쉬웠던 것처럼, 배우 역시 무대에 오르지 못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공연을 하고 싶어하는 마음 역시 정말 컸다. 다행히 '맨오브라만차'로 무대에 돌아오지 않았나. 작품의 내용상 더더욱 관객에게 위로를 주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지고 무대에 선다"고 1년 만에 무대에 돌아온 만큼 남다른 마음가짐으로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홍광호의 입장을 대신 전했다.

[21맨오브라만차] 공연사진 (제공. 오디컴퍼니
[21맨오브라만차] 공연사진 (제공. 오디컴퍼니

이어 "무대에서 벅차하는 모습을 보며 역시 배우는 무대에서 숨을 쉬는구나 느꼈다"며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매 무대 성장하고 노력하는 모습에 감사하다"고 배우를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진행되는 연장 공연에는 현재 출연 중인 전 배우들이 참여하기로 했으며 아쉽게도 ‘세르반테스&돈키호테’역 홍광호 배우가 사전에 예정되어 있는 일정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함께 하지 못하여 류정한, 조승우 두 명의 ‘돈키호테’가 공연을 이끌어갈 예정이다. 

조승우 외 세르반테스·돈키호테 역은 뮤지컬스타 류정한과 홍광호, 알돈자는 윤공주·김지현·최수진, 산초는 이훈진·정원영, 도지사&여관주인은 서영주·김대종이 연기한다.

[21맨오브라만차] 공연사진 (제공. 오디컴퍼니
[21맨오브라만차] 공연사진 (제공. 오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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