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블루레인] 캐릭터포스터_사일러스_제공 (주)씨워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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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인'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내용을 바탕으로 현대의 설정들이 덧입혀진 이야기다. 테오(임강성)는 아버지 존 루키페르(최민철)를 처참하게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게 되고 이복형제인 루크(윤형렬)는 그의 무죄를 증명하려 애쓴다.

이 사건은 거액의 돈, 테오의 연인인 헤이든(허혜진)과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사실은 모두가 원했던 존의 죽음,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이 뮤지컬은 지난 2019년 여름에 초연됐고 이번에 재공연을 하게 됐는데, 앞서 2018년 DIMF 창작 뮤지컬상과 2019년 예그린뮤지컬어워드 연출상을 받기도 했다.

또한 일본 공연 제작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여 작년 7월 도쿄에서 일본어로 공연을 개막하기도 했다. 살해된 '존 루키페르'의 독백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단숨에 관객들을 '블루레인' 속으로 빨아들인다.

이윽고 하루아침에 살인자가 된 테오와 그런 테오의 결백을 믿지 못하는 루크의 갈등은 이 작품의 시작을 여는 하나의 에피소드일 뿐이다. 이 작품은 더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더 많은 이야기들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블루레인] 캐릭터포스터_사일러스_제공 (주)씨워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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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없어. 그러니 너는 신에게 버림받지 않았어" 존의 학대 속에서 자란 루크는 짙어지는 절망에 신의 구원을 기대하지만, 지옥 같은 일상은 반복될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루크는 살해당한 아버지 존을 마주하게 된다.

마침내 존의 죽음으로 루크가 그토록 바라던 '존으로부터의 해방'이 이뤄진 듯 보이지만, 존의 죽음으로도 루크는 해방되지 못한다. 존의 환상은 루크를 찾아와 다시금 그를 절망에 빠뜨린다. 다시 존 살인 사건으로 돌아온다. 과연 존을 죽인 범인은 누구일까.

사건 당일로 돌아가 존과 만난 인물들을 수색하던 루크는 가정부 '엠마'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리곤 아주 오래전 이야기를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거짓의 베일이 벗어지게 되고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이 다가온다. "너는 어떤 양에게 먹이를 주고 있니" 

[뮤지컬 블루레인] 캐릭터포스터_사일러스_제공 (주)씨워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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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에서 시작된 두 형제의 모습은 말 그대로 뒤죽박죽이다. 아버지의 폭행에 거부감을 드러내지만 그들은 어딘가 모르게 존을 닮아있다.

이처럼 인간의 본성과 욕망, 다채로운 민낯은 물론 인간의 단편적인 모습까지 사실적으로 표현한 '블루레인'은 감각적인 연출을 통해 '인간을 둘러싼 철학적인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특히 원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낸 스토리는 완벽한 캐릭터들의 호흡으로 '선과 악의 경계'를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블루레인'의 무대를 채우는 것은 오직 조명과 의자, 배우들이다.

하지만 어느 무대보다 꽉 찬 구성감은 물론이고, 단숨에 관객들의 작품 속으로 초청하는 기술 또한 뛰어나다. 무엇보다 과감하게 심플한 무대로 배경이 아닌, 인물과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뮤지컬 블루레인] 캐릭터포스터_사일러스_제공 (주)씨워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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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인물의 행동과 대사에만 의존해야 하는 작품이므로 '블루레인'은 배우들의 기여도가 상당한 작품이다. 특히 조여오는 긴장감과 궁금증에 관객들 또한 범인 찾기에 집중하게 되기에 배우들의 작은 움직임 하나가 관객들에게 크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루레인'의 주제는 권력의 상징이자 절대악으로 묘사되는 아버지 존 루키페르를 향한 인물들의 반응에 담겼다. 어쨌든 악을 회피하거나 되갚아주기를 택할지, 사랑과 희생으로 용서를 택할지는 각자에게 달렸다.

극의 말미 모든 진실이 밝혀진 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존의 망령은 여전히 모두에게 '악의 가능성'을 남겨둔 듯 하다. 피할 수 없는 악과 부조리 앞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작품이다. 오는 6월 6일까지 드림아트센터에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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