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광주항쟁을 다룬 감독의 뚝심에 경의를 표한다
-피해자와 가해자 입장에서 비극을 성찰한 영화

스틸 컷= 아들의 이름으로
스틸 컷= 아들의 이름으로

개봉 중인 신작‘아들의 이름으로’는 내게 두 가지 면에서 큰 의미로 남을 영화이다. 첫 번째로, 정확히 30년 전인 1991년 ‘부활의 노래’로 광주 항쟁 피해자(이경영)의 시점에서 문제적 데뷔작을 찍었던 삼십 대의 이정국 감독이 이제 어느 덧 65세가 되어 계엄군인 가해자(안성기)의 시점으로

또 다시 광주 영화를 찍었단 점에서 그 뚝심에 존경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두 영화에 주연으로 30년의 시차를 두고 각각 출연한 이경영과 안성기는 정지영 감독의‘하얀 전쟁’에서 베트남 참전 군인으로 함께 나온다. 그들은 월남전의 피해자이자 가해자로서 전쟁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며 고통을 겪는다)

두 번째로는 지난 주 월요일 이 영화 시사회에서, 영화계의 갓파더 이춘연 대표와 악수를 하며 영화가 잘 나왔다고 덕담을 나눴는데 그가 다음 날 심장마비로 갑자기 영면하면서 그대로 마지막 작별 인사가 되어버렸기에 결코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되어 버렸다.

영화계 전체가 지난 주 초상집이 되는 바람에 시사회는 안타깝게도 묻혀버렸고, 이 작품에 대한 평가와 입소문도 힘들어졌다. 그래서 지금에서라도 이 영화에 대한 소감을 몇 줄 쓰려 한다. 한 명의 감독이 하나의 소재 및 사건을 두 번 다룬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굉장히 흥행해서 2부를 찍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데 광주 항쟁이란 참으로 다루기 어렵고 무거운 소재를 30년이란 시차를 두고 한번은 피해자를 위해, 또 한 번은 가해자를 위해 영화로 만들어낸다는 것은 한국 영화사에 전무후무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것도 정식투자가 아닌 독립영화 방식으로 말이다. 그럼 영화는 어떨까. ‘아들의 이름으로’는 늙은 계엄군의 반성을 신파적으로 다루거나 관객들을 낯 뜨겁게 만들지 않는다. 과거의 향수에 젖지도, 섣부른 결론도 내리지 않고, 원치 않게 가해자가 되었던 주인공의 고뇌를 공감 있게 차분히 전달한다.

생각보다 울림이 컸고 묵직했다. 개인적으로 안성기 최고의 연기라고 생각한다.(그가 벌써 칠순이라니) 아울러 한국 영화가 매우 폭넓고 인간적인 시선에서 이 비극적 역사의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화해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슴이 뭉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 전제로는 가해자의 사과와 반성이 필요하겠지만, 실제로 최근 현실에서도 당시 공수부대 출신이 광주를 찾아 묘소에 무릎 꿇는 일도 있었기에 매우 적절한 시점에 시대와 공감하는 영화가 나온 셈이다.

물론 안성기가 노 개런티로 출연할 만큼 저예산이기에 ‘화려한 휴가’나 ‘택시운전사’ 와 같은 시네마틱 한 영화적 스케일은 없다. 그러나 일생의 숙제였던 유대인 학살 영화‘쉰들러 리스트’를 만든 스필버그조차 시도하지 못했던,

피해자와 가해자 입장에서 비극을 성찰해본 영화 두 편을 평생에 걸쳐 뚝심 있게 만들어낸 이정국 감독의 집념과 작가 정신에 진정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흥행과 별도로 대단히 의미 있는 한국영화사의 사건이라 생각한다.

아울러 고 이춘연 대표님이 떠나시기 바로 전날, 이 영화 때문에 나를 비롯한 많은 영화인들이 모여 마지막으로 고인을 뵐 수 있게 해준 것에 대해 정말 감독과 제작진에게 어떻게 감사의 표시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마 고인께서도 최후로 보신 영화일 것이다. 당신이 평생 사랑했던 극장에서, 모두 함께 영화를 보며 마지막 밤을 함께 했다는 점에서 참으로 뜻깊다. 영화‘시네마 천국’의 한 장면처럼 가슴 속에 오래 남을 듯하다.

사진출처(네이버DB)= 이정국 감독의 1991년 개봉작 '부활의 노래'
사진출처(네이버DB)= 이정국 감독의 1991년 개봉작 '부활의 노래'
포스터= 아들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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